[스포츠서울 1만호 특집]박지성 "한국 축구의 장기적 발전, 함께 고민해달라"
    • 입력2018-03-14 05:45
    • 수정2018-03-1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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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스포츠서울 1만호 인터뷰를 마친 뒤 밝게 웃고 있다. 윔블던 | 고건우통신원
박지성
박지성이 2000년 5월15일 일본 교토 퍼플 상가 입단식 때 엄지를 들어보이며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박지성
박지성이 2002 월드컵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인천 | 강영조기자

[윔블던 = 스포츠서울 고건우통신원]“여론 대변도 중요하지만 객관적 사고로 한국 축구에 힘이 되어달라.”

20세기 한국 축구가 ‘차범근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박지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축구팬이 차범근의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볼 방법이 마땅치 않아 스포츠서울의 기사와 ‘차범근의 슈팅메시지’ 칼럼을 통해 그의 활약상을 접하고 박수를 보냈다면 박지성이 활약할 땐 집집마다 보급된 케이블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그의 플레이를 보며 주말 밤을 즐겼다. 당대 최고의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주전으로 뛰며 숱한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골과 도움, 수비에서 고루 활약하는 박지성의 모습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상승세를 이어간 원동력이자 자존심이었다. 팬들에게도 큰 기쁨이었다. 그의 맨유 입단과 함께 국내에서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도 상한가를 쳤다. 사실 박지성의 진가가 더 빛난 무대는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였다. 한·일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포르투갈전 결승포,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16강행의 서막을 연 그리스와 1차전 선제 결승포 등은 2000년 이후 스포츠서울의 1면을 무수히 장식했던 명장면이었다.

스포츠서울 역시 박지성 활약상을 전하는 데 많은 애정을 쏟았다. 그가 한·일 월드컵 6개월 뒤 네덜란드 명문 클럽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했을 때 특파원을 보내 그의 발전상을 지면과 사진으로 담아냈다. 2005년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할 때 동행 취재한 것은 물론 이후에도 국내 언론사 중 가장 먼저 까다롭다는 프리미어리그 라이선스를 취득해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홈구장 올드드래포드에서 기사를 송고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지성은 스포츠서울 1만호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는 축구 영웅이다. 그는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의 참석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스포츠서울 지령 1만호 인터뷰’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쪼갰다. 자택 근처인 영국 런던 인근의 윔블던에서 만난 박지성은 자신의 사인과 함께 ‘스포츠서울 1만호를 축하드립니다!!’라고 꾹꾹 눌러쓰며 스포츠서울의 지난 32년 9개월이 앞으로 더 큰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기를 기원했다. 박지성은 스포츠서울에 대한 바람과 함께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웨덴→멕시코→독일 등 강팀들을 차례로 상대해야 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생각과 프리미어리그 후배들의 활약상에 관한 평가, 축구 행정가로서 보고 느낀 점들도 솔직담백하게 들려줬다.

-스포츠서울 1만호를 축하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이제 15일에는 1만1호를 펴내며 새롭게 출발한다. 스포츠서울을 비롯한 축구 관련 미디어가 어떤 기사를 쓰고 독자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으면 좋겠나.

한국 축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언론이 올바른 지적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잘 한 일이 있으면 당연히 칭찬해 줘야 하고 잘못된 일이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고 고쳐나갈 수 있도록 힘이 돼주길 바란다. 여론을 대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객관적인 사고를 통해 한국 축구를 바라볼 수 있는 기사들이 앞으로 많이 다뤄졌으면 한다.

-한국 축구가 뿌리부터 위기라고 한다. 이럴 때 스포츠서울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결과만을 두고 한국 축구의 단기적인 측면을 바라보는데 그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조언해달라. 또 어떤 시스템을 만들고 고쳐야 할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해줬으면 한다. 물론 짚어야 할 부분은 지적해야 하겠지만 잘한 것은 아낌 없이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이 서로 조화롭게 이뤄지면 한국 축구의 발전에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본다.

-3달 후면 러시아 월드컵이 열린다. 대표팀이 지난해 11월부터 점점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너무 험난한 조에 편성됐다는 얘기도 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힘든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 하나 (한국이)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는 평가는 없다. 우리 조에서 최하위란 것을 당연히 인지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월드컵 본선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 이변을 만들기 위해 잘 준비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평가에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노력을 그라운드에서 펼친다면 결과와 관계 없이 팬들에게 만족스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02 일본 프로축구 J리그
박지성과 안정환이 2002년 10월19일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린 J리그 시미즈-교토 맞대결 도중 세트피스를 대비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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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PSV 감독이 2003년 2월14일 같은 팀 미드필더 박지성을 훈련 도중 지도하고 있다. 에인트호번 | 강영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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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2005년 7월1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식 때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김남일, 차두리 등 친분 깊은 축구인들이 대표팀 코치로 일하고 있어 이번 대표팀에 더 애정이 갈 것 같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한다. 같이 현역으로 뛰면서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이젠 대표팀 코치로 월드컵에 나간다. 남일이 형이나 두리 같은 경우는 마음 가짐이 또 달라질 것이다. 선수 때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러시아에 간다. 하지만 월드컵 경험을 갖고 있고 또 해외 무대로 진출해 활약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코치들이다. 그런 점들이 러시아 월드컵을 치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독일이란 절대 1강이 있고 스웨덴과 멕시코가 승점을 얻을 수 있는 상대로 여겨진다. ‘캡틴 박’ 시절이던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전력이 탁월한 아르헨티나, 그리고 조 2위를 다툴 수 있는 나이지리아, 그리스와 한 조로 묶였던 것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있는데.

그때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우리가 쉬운 조편성에 들어갈 일은 거의 없다. 지금의 조편성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팀과 맞붙는 순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진은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조에서 그나마 이렇게 순서를 받은 것은 만족스럽게 봐야할 것 같다. 그만큼 (스웨덴과)1차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16강 진출 확률)차이가 커질 것 같다.

-손흥민과 기성용 등 두 후배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손흥민을 혹시 맨유에 추천할 생각이 없나.

뭐(웃음). 둘 다 월드컵을 앞두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대표팀에도 상당히 좋은 일이고 선수 개개인에도 좋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 컨디션을 꾸준히 시즌 끝날 때까지, 그리고 월드컵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게 선수 스스로에게는 물론 대표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상을 조심하면서 이 컨디션 유지했으면 좋겠다. (손)흥민이는 지금 맨유 뿐만 아니라 어떤 클럽에서도 원할 만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굳이 내가 추천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맨유에서도 관심을 드러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6 FIFA 독일월드컵 축구 본선 조별리그 G조 한국-프랑스
박지성이 2006년 6월19일 독일 월드컵 프랑스전에서 동점골을 넣고 있다. 라이프치히 | 배우근기자

2010 FIFA 남아공월드컵 한국-그리스
박지성이 2010년 6월12일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선제 결승포를 터트리고 있다. 포트 엘리자베스 | 최승섭기자
2010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
박지성(오른쪽)과 손흥민이 2011년 1월2일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열린 아시안컵 대비 대표팀훈련을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아부다비 | 김도훈기자

-지난해 말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국 축구의 위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답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위기라고 모두가 입을 모으고 있는 만큼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축구의 능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는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유스 부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내 모든 부서에서 긴 플랜을 갖고 지금까지 잘못돼 있던 부분을 얼마나 보완해 나가야할지에 대해서 시스템적으로 충분히 생각해보고 논의한 뒤 플랜을 짜서 실행해야 할 것 같다.

-다음 달에는 멕시코와 모로코, 베트남을 초대해 한국의 19세 이하 대표팀이 참가하는 JS컵을 2년 만에 다시 개최하는데.

결과적으로 19세 어린 친구들이 좀더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면 한다. 아시아 국가가 아닌 다른 대륙에 있는 팀들을 상대로 해서 선수들이 아시아권 팀과 경기할 때와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어떤 부분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돌아보는 계기를 만드는 동시에 선수 개개인이 프로로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대회를 열고 있다. 이번에 3회 대회까지 하게 돼 너무 기쁘다. 꾸준히 계속해서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인 성화 봉송 첫 번째 주자였다. 성공 개최를 보니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내 참여가)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참가한 것에 대해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 평창에서 패럴림픽이 열리고 있다. 패럴림픽까지 잘 끝내야 성공적인 대회로 마치는 것이라고 본다. 잘 마무리되길 기원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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