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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정수가 1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시범경기 두산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백도어의 달인’이 될 가능성은 엿보인다. 뱃심만 기르면 KIA 김기태 감독의 고민 한 가지를 지울 수 있을 듯 하다. 당당한 ‘예비역’으로 돌아온 KIA 사이드암 투수 박정수(22) 얘기다.

박정수는 1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KBO리그 두산과 시범경기 개막전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014년 시즌 후 군입대해 1군 마운드에는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1군 주축 자원으로 평가 받은 박정수는 시즌 초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유력하다. 지난해 ‘핵잠수함’으로 4선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 임기영이 어깨 통증으로 개막 합류가 불투명해 이민우 정용운 등과 시범경기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KIA 김기태 감독은 “잘해주기를 바랄뿐이다. 건강하게 캠프를 소화했고 가능성을 충분히 보였기 때문에 시범경기에서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4이닝을 맡기기로 해 박정수의 투구에 관심이 모였다.

1-0으로 앞선 4회초 마운드를 넘겨받은 박정수는 오재일 김재환 양의지로 이어지는 두산 클린업트리오를 공 11개로 깔끔하게 돌려 세웠다. 특히 김재환에게는 커브 4개를 연속으로 던진 뒤 140㎞짜리 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해 오프스피드 피치의 중요성을 확인시켰다. 이른바 ‘백도어’로 불리는 각 큰 커브에 두산 베테랑 타자들이 당황하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110㎞대 커브에 120㎞대 중반의 체인지업이 최고 142㎞까지 측정된 빠른 공과 좋은 조화를 이뤘다. 좌타자 몸쪽으로 커브를 구사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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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박정수가 1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KBO리그 시범경기 두산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하지만 6회에는 경험 부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1사 1루에서 다시만난 오재일과 김재환에게 연속안타를 내주고 1실점 한 박정수는 2사 후 치주환에게 중전 적시타, 오재원에게 볼넷, 허경민과 김재호에게 연속안타 등을 내주고 4실점했다. 구속이 빠르지 않아 타이밍싸움에서 밀렸는데, 땅볼과 빗맞은 타구로 안타를 내줘 볼 끝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타자 몸쪽 커브, 좌타자 몸쪽 체인지업을 자신있게 구사할 수 있다면 선발진에 연착륙 할 가능성을 보였다. 서재응 투수코치는 “본인이 커브 각도를 알고 던진다는 게 중요하다. 실점한 것보다 좌타자 몸쪽으로 커브를 구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한 것이 더 큰 소득이다.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은 더 흘러나가도록 다듬어야 하지만 오늘 경기로 값진 소득을 얻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정수는 “2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섰지만 떨리지는 않았다. 좌타자 몸쪽으로 커브를 던져야 구종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코치님들의 의견을 듣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6회에는 스트라이크존 공략이 잘 안된데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에 안타를 맞다보니 정신이 없었다. 포수 (김)민식이 형이 ‘구위가 좋으니 맞더라도 적극적으로 던지라’고 주문해 믿고 따랐다. 당연히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 남은 등판은 무실점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예비역 특유의 배짱이 녹아들면 LG 신정락, 삼성 우규민으로 대표되는 ‘백도어의 달인’이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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