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지난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종합격투기 ‘XIAOMI ROAD FC 046’ 대회가 열렸다. 1,2부로 나눠 진행된 이날 대회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100만불 토너먼트’ 4강전 두 경기와 페더급 타이틀 컨텐더 결정전, 그리고 3연속 1라운드 TKO승으로 케이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황인수의 경기였다.

역대 최고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ROAD TO A-SOL’에서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과 자웅을 겨룰 파이널 전 최강자를 뽑는 4강전에선 안정성 높은 스타일로 경기를 운영하는 샤밀 자브로프(러시아)와 ‘초크의 명인’이자 토너먼트 최강자로 꼽혔던 만수르 바르나위(튀니지)가 파이널에 진출했다.

또한 로드FC 페더급 챔피언 최무겸의 4차 방어전 상대로 ‘페더급 호랑이’로 불리는 파워의 이정영이 컨텐더 결정전에서 승리해 도전권을 따냈다. 또한 1부의 메인이벤트를 장식한 무서운 신예 황인수는 4연속 1라운드 TKO승이라는 괴력을 뽐내며 현역 챔피언 차정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ㄴ
자브로프(오른쪽)가 토레스의 안면에 강력한 펀치를 성공시키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라이트급 100만불 토너먼트 4강전 호니스 토레스 vs 샤밀 자브로프.

완벽한 수비의 승리였다. 공격은 토레스가 이끌었지만 단발과 남발로 끝났고 얼굴에는 유혈만 낭자했다. 토레스는 1라운드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으나 자브로프의 완벽한 방어에 이렇다 할 유효타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되레 전진공격하다 역습을 허용해, 킥과 연타를 맞으며 피를 흘려야 했다. 특히 자브로프의 연이은 로우킥은 토레스의 경기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 2라운드 중반에는 자브로프의 킥과 강타가 토레스의 복부와 얼굴에 명중하며 토레스를 케이지에 뉘였다.

바로 파운딩 공격으로 완벽한 승기를 잡았지만 토레스도 사력을 다해 빠져 나오며 위기를 탈출했다. 열세를 인정한 토레스는 3라운드에 들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으나 이번에도 자브로프의 차분한 경기운영에 말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으로 자브로프가 파이널전에 선착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토레스의 근소한 우위를 점쳤다. 41전의 풍부한 경험과 아울러 최근 11연승이라는 놀라운 상승세를 탔기 때문. 또한 이전 토너먼트 3경기를 모두 서브미션으로 승리해 그의 파워와 경기운영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자브로프 특유의 수비에 말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토너먼트 3경기를 모두 판정승으로 이끌었던 노련미의 자브로프는 이날도 치밀한 작전에 의한 경기운영을 보여주며 낙승했다. 상대 경기방식을 숙지한 듯, 파워를 피해가며 본인 뜻대로 경기를 쥐락펴락했다.

ㅌ
바르나위가 코타를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공격하며 경기를 끝내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라이트급 100만불 토너먼트 4강전 시모이시 코타 vs 만수르 바르나위

예상대로 바르나위의 압승이었다. 코타는 선전을 펼쳤지만 바르나위의 기술과 힘을 넘어서지 못했다. 경기 초반은 백중세였다. 코타가 예상을 깨고 강하게 밀어 붙이자 바르나위는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코타는 장기인 그라운드 기술을 구사하기 위해 상대 하체를 공격, 케이지에 뉘이려고 했지만 비르나위는 코타보다 13㎝나 큰(183㎝) 신체조건을 활용해 버텼다. 코타 공격스타일을 간파한 바르나위는 이후 코타와 거리를 두며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2라운드에서도 두 선수는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코타의 집요한 공격은 바르나위의 여유있는 커버로 무산되곤 했다. 결국 3라운드 들어 코타를 코너로 몰아붙인 바르나위는 파운딩 공격에 이어 자신의 장기인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구사, 결국 3라운드 1분 47초에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바르나위는 라이트급이지만 신체조건은 웰터급 이상으로 타격과 그라운드 기술 모두 뛰어났다. 바르나위는 토너먼트에서 한국의 기원빈, 김창현, 난딘에르덴(몽골)에 이어 시모이시 코타 까지 4명을 모두 초크로 끝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번 승리로 17승 4패, 80% 이상 높은 승률을 유지하게 됐다.

c
이정영이 케이지에 주저앉은 김세영에게 연타를 퍼부으며 경기를 마무리짓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페더급 타이틀 컨텐더 결정전 김세영 vs 이정영

이정영의 한방이 승부를 갈랐다. 김세영은 다소 긴장한 듯 초반부터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뒷걸음을 치다 미끄러지는 등 실수를 연발했다. 반면 이정영은 기회를 노리며 김세영에게 다가갔다. 쉴새없이 접근전을 벌이며 기회를 찾던 이정영은 3분여가 지난 후 김세영의 턱에 왼손 카운터를 명중시켰다. 넘어진 김세영에게 연타를 퍼부은 이정영은 결국 1라운드 3분 33초 만에 타격에 의한 TKO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정전에서 승리를 낚은 이정영은 김세영과의 1차전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페더급 타이틀 도전권까지 따냈다. 이정영은 지난해 6월 ‘로드FC 영건스 34’에서 김세영에게 판정패한 바 있다. 이정영은 챔피언 ‘무적’ 최무겸과 타이틀을 놓고 대결할 예정이다. 대진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정영은 이날 승수를 추가하며 통산전적 7승 1패가 됐다. 이정영은 경기 후 케이지 인터뷰에서 “경기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벌전에서 이기고 타이틀 도전권도 획득해 기쁘다”며 “챔피언과 싸우기에는 부족한 실력이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팬들이 만족할 만 한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경기를 지켜 본 최무겸도 “당연히 이정영이 이길 거라 예상했다. 김세영과 이정영의 1차전도 이정영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이정영과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응답했다.

ㄴ
황인수가 김내철을 코너에 몰고 연타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내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1부의 메인 이벤트 미들급 김내철 vs 황인수

프로데뷔 후 3연속 1라운드 TKO승의 괴력을 발휘한 황인수는 이날도 관중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6승 4패의 베테랑 김내철은 ‘돌격대장’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었지만 황인수의 실력에 조심하듯 탐색전을 펼쳤다. 하지만 조심성도 황인수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링이 울리자마자 황인수는 사냥감에 달려드는 야수처럼 김내철을 타격으로 몰아 붙였다. 거친 숨을 토해내는 김내철을 코너로 몰고 난 후 정확한 타격으로 김내철을 그로기 상태로 만들었다. 결국 1라운드 50초 만에 ‘타격에 의한 레프리 스톱(RSC)’으로 마무리했다. 미들급 강자로 자부했던 김내철에게는 커리어 최초의 KO패였다. 지난해 데뷔하자마자 3연속 1라운드 TKO승으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24세 신예 황인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양성훈)감독님 덕분에 시합 준비를 잘했다. 항상 상대 주특기에 대해 방어 준비를 하지만 싸움은 내 프리스타일로 한다. 그래플링을 많이 연습했고, 안 넘어지도록 했다. 바로 차정환과 경기하면 될 것 같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차정환은 로드FC 미들급 현역 챔피언이다.

rainbow@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