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배우 손예진(36)이 어느덧 데뷔 20년 차를 맞이했다. 긴 시간 동안 스릴러, 로맨스, 공포,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해왔다. 청순미인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흥행 여제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손예진은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세상을 떠났다가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남편 앞에 나타난 수아 역으로 분했다. 판타지적 설정이 가미된 스토리 속에서 순수하고 엉뚱하기도 하지만 사랑에 충실한 여자의 감정을 세심하게 표현한다.


지금껏 선보인 손예진표 멜로 연기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비록 그 뿌리는 멜로라는 같은 장르여도 손예진이 연기하면 달랐다. 캐릭터에 대한 독보적인 소화력이 모두 다른 색을 내온 만큼  이번 작품 역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손예진은 1999년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 지인의 소개로 현재 소속사 대표를 만나 한 화장품 브랜드 광고에 출연하게 됐다. 당시 메인 모델이었던 김혜수의 보조 모델로 서게 된 것. 다소 우연한 기회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했다.


당시 대구에 살았던 손예진은 기차로 서울을 왕복하며 연기 수업을 받았고 2000년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해 연기 인생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같은 해 영화 '비밀'에 목소리로만 출연했다가 이듬해 오디션을 통해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여주인공으로 활약할 기회를 잡았다. 손예진은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요리사 장희애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난생 처음 보는 신인배우가 안정된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이끌었으니 충분히 매료될 만 했다. 게다가 선해 보이는 특유의 눈웃음과 청순한 외모까지 돋보여 데뷔작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어 '선희 진희'에도 출연한 손예진은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손예진의 첫 영화는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었다. 희대의 화가 장승업의 첫사랑 소운 역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이 영화는 제55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돼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고, 손예진은 그렇게 국제 무대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조금씩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 '연애소설', '클래식'에서 청순가련하고 풋풋한 캐릭터를 그려내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했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한 이 작품들로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클래식'을 통해서는 제40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인기상, 제3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신인 연기상을 수상하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 드라마 '여름 향기', 2004년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로 인기 가도를 이어가며 대체불가 멜로퀸으로서 저력을 드러냈다.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연기 인생에 방점을 찍으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했다.


2005년 '외출'에서는 불륜녀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손예진은 남편 불륜 상대의 배우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성을 절제된 감정 연기로 선보여 호평받았고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영화 '작업의 정석'을 통해 또 한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연애 고수 한지원 역으로 분해 과감한 섹시 댄스, 푼수 연기를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에서는 하나뿐인 소중한 아이를 잃은 엄마의 모습을 연기했다. 당시 손예진은 24세였음에도 모성애를 비롯해, 남편과 이혼으로 힘들어하는 감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 드라마는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 기억 속에 웰메이드 드라마로 자리하고 있다.


2008년 영화 '무방비 도시'를 통해 소매치기 조직의 리더로 변신하는가 하면, 2013년 '공범'에서는 아버지를 범인으로 의심하며 딜레마에 빠지는 딸을 연기해 스릴러 여왕의 면모도 선보였다.


2014년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에서는 고난도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해적단 소월주 여월로 분했다.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휘어잡은 그는 그해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2016년 원톱 주연으로 나선 '덕혜옹주'로 또다시 인생작을 경신했다. 덕혜옹주가 일제강점기 때 겪은 비운의 삶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한 손예진은 한 인물의 일대기를 견고하게 그려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이 제작비 문제로 난항을 겪자 손예진이 사비 10억원을 제작비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어느 배우든 반드시 다작을 한다고 해서 대표작이 많아지는 건 아니다. 확률은 많아지겠지만 대중의 선택을 받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손예진은 지금까지 영화 21편, 드라마 10편 총 31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표작 목록까지 풍성하게 채워왔다. 하루아침에 수많은 스타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유독 돋보이는 행보다.


이러한 그의 연기 외길은 제자리걸음이 아닌 계속 진화를 선택했기에 가능했다. 20년을 오로지 연기로만 내실있게 채우며 장르와 역할에 한계 없이 질주를 이어왔다.


손예진은 오는 30일 첫 방송하는 JTBC 금토극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5년 만에 안방극장에도 돌아올 예정이다. 그가 3월의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다시금 흡입력 있는 연기력으로 물들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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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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