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선시대 종로는 궁궐이 가까워 가마나 말을 탄 고관대작의 왕래가 많은 큰 길이었다. 서민들이 큰 길을 지나가다가 벼슬아치를 만나면 엎드려 절을 해야만 했다. 이런 일이 빈번해지자 서민들은 마차를 피해서 뒤편의 좁은 길로 다니게 되었다. 이 좁은 길을 따라 주점이나 국밥집 등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말을 피하는 골목이라 하여 피맛골, 혹은 피마골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피맛골은 종로의 대표적인 맛집 골목으로 전통을 이어왔다.

이런 피맛골이 대변신을 했다. 오랫동안 좁고 낡았던 상권은 사라지고 대형 빌딩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종각역에서 광화문 교보타워에 이르는 길에 그랑서울, 타워8, D타워 등이 신축된 것이다.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마찰도 있었다. 전통 상권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다행히 건축설계를 하면서 건물의 일부를 통과하는 형태로 피맛골의 전통을 살린 것이다. 그렇다고 완벽히 복원된 것은
아니지만 전통과 개발 사이에서 피맛골의 형태는 남았다.

피맛골과 더불어 종로 2가 상권이 있다. 종로와 광화문 일대의 대표적인 상권이다. 종로 2가 상권은 종각에서 종로 2가까지의 대로변과 청계천변까지의 주변을 말한다. 일제시대 때부터 서울의 중심상권으로 명동과 더불어 주요 상권으로 형성되었다. 이 종로 2가 상인들이 피맛골에 대형 빌딩들이 들어올 때 내심 좋아했다. 왜냐하면 피맛골에 손님들을 뺏기곤 했는데, 상권이 사라지면 종로 2가쪽에 사람들이 더 몰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맛골에 공사가 한창이던 때는 종로 2가쪽 상권이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대형 빌딩들이 완공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종로 2가 상권의 완패다. 피맛골에 생긴 대형빌딩에 다시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피맛골에 신축된 건물들은 업무시설이다. 대형 업무시설에 새로운 형태의 맛집들이 들어선 것이다. 피맛골 고유의 연탄불에 굽는 고갈비 연기는 사라졌지만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한 여러 맛집들이 들어왔다. 그랑서울 빌딩의 식객촌이나 D타워의 파워플랜트가 대표적이다. 전통 한식에서부터 트렌디한 서양식까지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서울의 맛집들을 모아 놓은 듯하다. 이렇다 보니 종로 2가 이면에 위치한 특색없는 식당들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종로 2가에 임대문의가 부쩍 늘어났다. 공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종로는 최고의 상권이었다. 멀티플렉스 극장도 거의 없던 시절에 종로의 피카디리, 단성사, 서울극장은 영화의 메카였다. 영화를 관람하고 종로 2가 상권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데이트의 정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상권도 변했다. 특히 피맛골의 변신이 종로상권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렇듯 수익형부동산, 특히 꼬마빌딩에 투자할 때는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내가 투
자하는 부동산이 재개발에 포함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포함되지 않더라도 주변이 재개발이 될 경우 대형 빌딩 등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주변의 개발계획까지도 검토해야 내가 투자하는 부동산의 미래가치를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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