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텍사스 레인저스의 메디컬 테스트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오승환이 캐나다 토론토를 프랜차이즈로 삼은 블루제이스에 둥지를 텄다. 오승환이 텍사스, 토론토와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 두 가지 용어가 등장했다. 텍사스의 클럽 옵션과 토론토의 베스팅(vesting) 옵션이다.

클럽 옵션은 구단에, 베스팅 옵션은 선수에게 유리하다. 베스팅 옵션은 경기 출장수 이닝수를 채우면 다음 시즌 계약이 자동으로 이어진다. 오승환으로서는 개런티 연봉이 줄어 들었지만 토론토의 조건이 오히려 텍사스보다 나은 편이다. 텍사스는 1+1 계약 합의 때 클럽 옵션을 사용했다. 연봉 250만 달러(약 27억675만 원)에 바이아웃 25만 달러(2억7067만원) 즉 275만 달러가 개런티 연봉이었다. 2019년 연봉은 보장되는 게 아니다. 구단이 옵션을 포기하면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클럽옵션은 선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당해 연도 성적이 좋을 경우 옵션을 채택하면 되고 평범하다고 판단하면 ‘바이아웃’으로 포기한다. 텍사스가 제시했던 바이아웃 25만 달러도 사실 너무 적은 액수다. 무늬만 바이아웃이다. 메이저리그는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자동 프리에이전트가 된다. 월드시리즈 6일 후 각 구단은 옵션 계약을 맺은 선수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 때 계약을 연장하면 ‘pick up(채택)’, 포기하면 ‘decline(사양하다)’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지난해 11월6일 구단이 옵션을 채택한 선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좌완 매디슨 범가너,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 2루수 호세 알투베 등 19명이었다. 범가너의 2018년 연봉은 1200만 달러, 아메리칸리그 MVP 알투베는 600만 달러다. 알투베는 2014년 4년 총 연봉 1250만에 달러 장기계약을 맺었었다. 범가너는 2018시즌 후에도 클럽 옵션이 있다. 채택될 경우 연봉은 전년도와 같은 1200만 달러이고 포기하면 바이아웃 150만 달러를 받게 된다. 구단이 옵션을 포기한 선수는 22명이었다. 마이애미 말린스 스즈키 이치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강타자 호세 바티스타 등이다.

베스팅 옵션은 2명이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오프시즌 LA 에인절스로 트레이드된 2루수 이언 킨슬러와 워싱턴 내셔널스 좌완 지오 곤살레스다. 킨슬러는 600타석을 채워 연봉 1100만 달러를 보장받았다. 곤살레스는 180이닝을 넘어 2018년 연봉 1200만 달러가 됐다.

플레이어 옵션도 있다. 구단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다. 전 LA 다저스 우완 댄 하렌과 캔자스시티 로열스 외야수 알렉스 고든이 플레이어 옵션으로 매우 짭짤한 수확을 했다. 하렌은 2013년 11월 LA 다저스와 1년 1000만 달러에 1+1 계약을 맺었다. 선수 옵션으로 2014시즌 180이닝(186이닝 투구)을 넘을 경우 2015년 연봉 1000만 달러 계약이 자동으로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고든은 2012년 4년 연봉 3750만 달러 조건에 2015시즌 후 선수 옵션을 삽입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선수 옵션으로 프리에이전트가 됐고 2016년 1월 친정 캔자스시티와 4년 7200만 달러 계약으로 몸값을 튀겼다. 구단과 선수의 ‘상호 옵션(Mutual option)’도 있다. 구단과 선수가 합의하면 옵션 시즌의 연봉이 보장되는 조건이다. 플레이어 옵션처럼 드문 계약 형태다. 밀워키 브루어스 3루수 아라미스 라미레스가 2015년 상호 옵션으로 연봉 1400만 달러를 받은 적이 있다.

선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옵트아웃이다. 최근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1억1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한 외야수 J. D. 마르티네스(30)는 2019시즌 후, 2020시즌 후, 2021시즌 후 모두 옵트아웃 조항을 삽입했다.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당초 마르티네스가 2억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FA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기대에 못미치는 1억1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라스는 다시 한번 FA를 노리고 옵트아웃을 포함시킨 것이다. 통상적으로 장기계약 연봉은 전반부가 작고 후반부에 올라간다. 그러나 마르티네스는 초반 3년 해마다 연봉 2375만 달러를 받고 후반 2년째는 1935만 달러로 줄어든다. 옵트아웃으로 FA 자격을 얻을 것에 대비한 포석이다. 옵트아웃으로 바이아웃 금액을 받는 경우는 2019시즌 후 250만 달러가 전부다 2020, 2021시즌 후에는 바이아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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