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알리나 자기토바, 메드베데바 제치고 쇼트 1위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의 알리나 자기토바가 21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알리나 자기토바는 메드베데바를 제치고 82.92의 세계 신기록으로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평창=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소치 올림픽 비용의 30%만으로도 훌륭하게 대회를 치렀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비용 축소란 올림픽 과제에 부합한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사후 시설 등 몇몇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엄청난 돈을 올림픽에 쏟아부은 최근의 추세와 비교하면 적은 돈으로 알찬 대회를 이끌어낸 ‘가성비 높은’ 올림픽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경기력 측면에서도 세계신기록과 올림픽신기록이 적지 않게 나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4년 전 러시아 소치에서 열렸던 동계올림픽 때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 비용은 무려 50조원에 달했다. 러시아 정부는 구소련 해체 이후 처음 치르는 올림픽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아무 것도 없던 소치에 경기장과 각종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데 돈을 쏟아부었다. 물론 경기장은 훌륭했고 대회도 폐막 당시엔 큰 호평을 받았다. 피겨와 쇼트트랙이 열린 아이스버그 팰리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 벌어진 아들레르 아레나의 규모는 지금 강릉에 있는 아이스아레나, 강릉 오벌보다 더 크고 좋았던 것이 사실이다. 평창 올림픽에선 미디어센터 등 상당수의 부속 시설물이 가건물(오버레이)로 지어졌으나 소치 올림픽에선 본 건물 내부에 위치했다. 그러나 돈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운영과 인력 문제였다. 여기서 평창이 소치를 앞질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소치 대회 때는 화장실 한 칸에 변기가 두 개 있던 이른바 ‘쌍둥이 변기’ 사건이 터져 외신으로부터 큰 질책을 받았다. 러시아 자원봉사자들의 직업 윤리도 문제였다.

평창 올림픽은 소치 올림픽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14조원 안팎을 투입해 대회를 마쳤으나 저비용으로도 좋은 대회 치를 수 있음을 증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역대 최고’ 호평이 매 대회마다 있었던 의례적인 칭찬이라고 하더라도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관중이 좋은 경기를 즐기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도 개막에 맞춰 개통되면서 국내·외 올림픽 팬들이 편리하게 동계스포츠 최고의 선수들을 볼 수 있었다. 소치 올림픽은 대회 2년 뒤 개최국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로 올림픽사에 큰 치욕을 남겼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평창 대회는 도핑에서 해방된 클린 올림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폐막식도 새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2년 전 리우 하계올림픽을 지켜본 뒤 “올림픽은 국력의 경연장이고 그 중 핵심이 개막식”이란 말을 했다. 적은 비용으로 멋진 개막식을 치른 리우 올림픽을 평창도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이었는데 잘 지켜졌다.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20%,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의 10% 수준에 불과한 비용으로 짧고 간결한 개막식을 치러냈다. 1회 공연하고 끝나는 개막식에 막대한 돈을 들일 이유가 없음을 증명했다.

각국에서 온 선수들의 경기력은 소치 올림픽을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계올림픽은 설상 종목의 경우 코스의 길이와 특성이 다르다보니 세계기록이나 올림픽기록 자체가 없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으로 한정되는데 중국의 우다징이 쇼트트랙 남자 500m 준준결승과 결승에서 39초대로 연달아 질주해 세계기록을 두 차례 깨트렸다. 피겨에서도 여자 싱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가 쇼트프로그램 세계기록을 세우자 몇 분 뒤 같은 나라 알리나 자기토바가 이를 재차 경신, 아이스아레나에 온 1만여 피겨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7개의 올림픽신기록도 주목할 만하다. 강릉 오벌은 해안가 옆, 평지에 위치한 경기장임에도 좋은 빙질과 최고의 관중석 분위기를 완성해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소치 대회 6개). 특히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 고지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2002년)에서 작성돼 16년간 유지됐던 기록도 두 개나 경신되는 등 평창 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를 제외한 14종목의 올림픽기록 가운데 절반이 평창에서 바뀌었다. 이번 대회가 선수들의 실력을 100% 이상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숀 화이트, 클로이 김(이상 스노보드), 하뉴 유즈루(피겨), 마르셀 히르셔, 미카엘라 시프린(이상 알파인스키), 마리트 비에르겐(크로스컨트리), 마르탱 푸르카드(바이애슬론) 등 세계 1인자들이 평창 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량으로 금메달, 더 나아가 다관왕에 올라 평창 올림픽을 빛냈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