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대한체육회 제공
한국 스노보드 기대주 이상호. 제공 | 대한체육회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배추보이’ 이상호(23·한국체대)의 힘찬 금빛 질주가 시작된다.

그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메달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등 빙상 종목에 편중돼 있었다. 그랬기에 홈에서 열리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선 ‘메달 불모지’였던 스키·썰매 종목에서 메달리스트가 나오길 바라는 염원이 그 어느때보다 컸다. 지난 16일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이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썰매 종목에서도 메달리스트가 배출됐다. 하지만 스키 종목에선 아직까지 어떤 한국 선수도 시상대 위에 올라가지 못했다. 가장 높은 기대를 모았던 모굴 스키 최재우는 2차 결선에서 실격돼 아쉬움 속에 올림픽 무대를 마쳤다.

이제 설상종목 첫 메달의 기대가 이상호의 두 어깨에 걸렸다. 이상호는 남은 스키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대주로 꼽힌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스노보드를 탄 그는 집 근처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훈련한 배경이 알려지며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열악한 환경에도 훈련을 이어가며 꿈을 놓지 않은 이상호는 지난 2016~2017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연달아 상위권에 랭크돼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터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는 2위를 기록하며 한국 스키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컵 시상대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비록 2017~2018시즌에는 직전 시즌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최고 성적 7위) 올림픽 전 출전한 마지막 월드컵에서도 13위에 그치면서 불안함을 노출했지만 올림픽 본 경기전까지 컨디션을 차근차근 끌어올리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 이상헌 코치는 “이상호가 빨리 경기에 나서고 싶어한다. 그 표현 하나만 봐도 자신감을 알 수 있다. 부담을 느낄 성격도 아니고 자신감이 넘친다”며 이상호의 올림픽 출전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올림픽이 홈 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점도 호재다. 이상호는 강원도 사북 출신이다.

이상호가 출전하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당초 22일 예선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오늘(24일)로 연기돼 한 날 예선과 결선을 모두 치른다. 32명이 출전하는 예선에서는 상위 16위까지 결선에 진출한다. 우선 예선에서 8위 안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선 1위부터 8위까지는 자신이 코스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나란히 슬로프를 내려오며 실력을 겨루는 평행대회전은 코스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일이 잦다. 또한 대진 상대, 기온과 바람 등 기량 외적인 조건이 당일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단한 멘털이 장점인 이상호는 자신의 기량을 믿고 침착하게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여기에 외부 환경까지 그를 도와준다면 설상 종목 최초 메달 획득은 그리 먼 일이 아니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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