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빙속 男 팀추월 이승훈 \'응원 감사합니다\'
이승훈이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후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강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값진 은메달이었다. ‘이승훈 보이즈’가 귀중한 은메달을 하나 추가하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미래를 환하게 밝혔다.

이승훈과 김민석, 정재원으로 짜여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대표팀이 2회 연속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했다. 맏형 이승훈은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일궈내고 이제 대망의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한국은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 결승에서 노르웨이와 엎치락 뒤치락하는 짜릿한 접전을 펼쳤으나 3분38초52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상대팀보다 1초20 뒤져 은메달을 따냈다. 준결승에서 3분37초08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세계 최강 네덜란드를 물리친 노르웨이는 결승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록인 3분37초32로 들어오며 이 종목 사상 첫 메달을 금메달로 거머쥐었다.

남자 팀추월은 두 팀이 400m 트랙의 정반대편에 서서 팀당 3명의 선수들이 8바퀴를 달리는 종목이다. 3명 중 맨 마지막에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승자를 가리기 때문에 3명의 기량이 골라야하는 것은 물론 작전이나 힘의 분배도 잘 해야한다. 한국은 노르웨이전에서 이번 대회 1500m 동메달리스트인 김민석, 고교 1학년의 전도유망한 정재원이 각각 두 바퀴씩 선두에 서고 에이스 이승훈이 4바퀴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레이스를 펼쳤다. 특히 마지막 7~8바퀴를 이승훈이 담당했다. 초반 두 바퀴에서 노르웨이에 뒤졌던 한국은 이승훈이 앞으로 나선 3~4바퀴 째에서 맹추격전을 펼쳤다. 레이스의 절반인 4바퀴를 통과했을 땐 한국이 0.19초 앞섰다. 8000여명이 꽉 들어찬 강릉 오벌이 엄청난 열기로 가득했다. 후반에 잘 버티면 아시아에서 이 종목 첫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노르웨이가 우연히 네덜란드를 꺾은 것은 아니었다. 6바퀴를 지나면서 한국은 노르웨이에 1초 이상 뒤지기 시작했고 이승훈의 라스트 스퍼트에도 이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포토] 남자 팀추월 이승훈 \'이제 한바퀴 남았다\'
이승훈, 정재원, 김민석이 남자 팀추월 준결승전에서 역주하고 있다.

[포토] 이승훈-김민석-정재원, 빙속 팀추월 은메달 차지
남자 팀추월 시상식에서 수호랑을 받은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래도 소득이 많은 은메달이었다. 우선 이승훈의 이번 대회 첫 메달이 반갑다. 그는 앞서 열린 5000m와 1만m에서 각각 5위와 4위를 차지했다. 주종목이 아니었음에도 혼신의 힘을 다한 역주를 펼쳤으나 메달과 인연이 조금씩 어긋나 이승훈 스스로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팀추월에서 무난히 입상에 성공했기 때문에 마지막 종목이자 자신이 평창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한 24일 매스스타트에 더 큰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게 됐다. 매스스타트를 위한 예비고사는 지금까지 100% 합격점인 셈이다. 이승훈은 지난해 강릉 오벌에서 펼쳐진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겸 평창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서 바로 이 종목, 팀추월 경기 도중 넘어지고 부상을 입어 나머지 일정을 모두 접은 아픈 기억이 있었다. 강릉 오벌에서의 불운까지 ‘메인 이벤트’ 은메달로 말끔히 날린 셈이다. 개인적으론 2010 밴쿠버 올림픽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 2014 소치 올림픽 팀추월 은메달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이자 4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아시아 최다메달을 획득하게 됐다.

김민석과 정재원의 은메달은 한국 빙속의 미래를 밝혔다. 김민석은 이제 갓 고교를 졸업했다. 정재원은 2001년생으로 동북고 1학년에 불과하다. 이런 두 유망주가 올림픽이란 메이저대회에서 큰 일을 해냈기 때문에 2022 베이징 올림픽 등 향후 한국 남자 중·장거리의 새 전성시대를 열어갈 등불이 될 수 있다. 김민석은 앞서 손에 쥔 1500m 깜짝 동메달에 이어 은메달까지 목에 걸며 이번 대회를 통해 차세대 한국 빙속의 간판 스타로 거듭날 재목임을 증명했다. 대표팀에 승선할 때만 해도 무명이고 너무 어려서 우려를 샀던 정재원은 이번 팀추월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확실히 드러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승훈과 함께 출전할 24일 매스스타트에서의 선전도 기대된다.

3명은 아쉬움과 함께 다음을 기약했다. 이승훈은 “금메달을 목표로 했는데 아쉽다. 아직 한 경기 남았다”며 매스스타트 우승을 다짐했다. 김민석은 “(준결승 뒤)체력 회복을 잘 했으면 해 볼만 했을 텐데 아쉽지만 값진 은메달”이라고 했다. 정재원은 “아쉽지만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힘이 났다. 다음 올림픽 땐 내가 형들에게 더 도움되고 싶다”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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