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 인턴기자] '연기 장인' 배우 김선아가 멜로 퀸으로 귀환했다. 그는 SBS 새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농도 짙은 연기를 선보이며 안방극장을 접수했다.


이번 멜로는 김선아가 그동안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 '여인의 향기'에서 보였던 정통 멜로와는 사뭇 다르다. '돌싱녀'의 사랑을 그린 조금은 업그레이드된 멜로로 이른바 '어른 멜로'에 도전했고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냈다.


김선아는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풍부한 인생 경험을 갖고 있지만 사랑에는 여전히 서툰 40대 여성 안순진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20년째 평승무원으로 근무하는 안순진은 이혼한 전 남편의 빚 독촉에 시달리며 살다가 손무한(감우성 분)이 나타나며 인생에 변화를 맞는 캐릭터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일 첫 전파를 탄 '키스 먼저 할까요' 1, 2, 3, 4 회는 8.1%, 10.5%, 9.9%, 9.1% 시청률(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특히 2부에서는 분당 시청률이 14.1%까지 치솟았고 동시간대 방영된 월화극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독주하며 쾌조의 시작을 알렸다.


극중 김선아는 까칠한 말투와 무미건조한 표정 연기로 안순진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힘을 보탰다. 또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한 모습부터 애틋한 눈물 연기, 생활 밀착형 연기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본격적으로 전개될 '어른 멜로'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지금은 유려한 감정 연기로 대중에게 믿음을 안긴 김선아지만, 연기에 발을 들이고 배우로 주목받는 데 어려움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중학교 때 가족과 일본으로 이민을 떠났던 김선아는 20세가 되던 1993년 미국 인디애나주의 볼스테이트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피아노를 전공했다. 이 때문에 일본어와 영어에 능통하며 수준급 피아노 실력도 갖고 있다.


김선아는 잠시 한국에 들렀던 1996년 우연히 모델로 캐스팅돼 연예계에 입문했다. 그가 브라운관을 통해 대중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한 화장품 광고였다. 이 광고는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를 느꼈다"라는 카피로 큰 화제를 모았고 김선아도 덩달아 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어 영화나 드라마 제안이 들어왔지만 선뜻 응하지 못했다. 오랜 타국 생활로 한국어 구사가 미숙했기 때문. 김선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몇 달동안 한국어 연습에 열중해야 했다.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로 접어든 건 1997년 드라마 '방울이'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 '방울이' 속 김선아는 비중이 적은 조연으로 출연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작품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뉴욕스토리',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 '승부사', '세상 끝까지' 등에 출연했다. 나아가 단막극에도 등장하며 연기 열의를 불태웠다.


2000년 소지섭, 권오중과 호흡을 맞췄던 드라마 '좋아좋아'에서 주연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황금시대', 영화 '예스터데이' 등을 통해 김선아라는 이름 석자를 대중의 가슴에 새겼다.


묵묵히 달리던 김선아는 2002년 영화 '몽정기'를 만나며 스타덤에 올랐다. '몽정기'는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극중 김선아는 고교시절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청순한 교생 '김유리'를 코믹하게 그려내 충무로를 대표하는 '코믹 여왕'으로 등극했다.


이후 영화 '황산벌',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S 다이어리', '잠복근무' 등을 통해 입지를 확고히 했으며 로맨틱 코미디에서 빛을 발했다.


2005년 김선아는 드디어 인생작을 마주했다. 현빈과 호흡했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배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김선아는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전문 파티셰로 당당히 살아가는 30대 노처녀 김삼순 역으로 분했다. 뚱뚱한 김삼순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무려 8kg을 찌우기도 했다.


김선아는 김삼순의 삶과 사랑을 경쾌하게 그려냈고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이끌었다. 코믹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연기로 캐릭터를 변주하며 가진 것 없는 노처녀 김삼순에게 시청자들이 빠져들게 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50.5%(TNS 미디어코리아 기준)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선아는 같은 해 열린 MBC 연기대상에서 현빈과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네티즌 인기상, 최우수연기상,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2005년은 그야말로 김선아의 해였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국민 드라마로 남아있다.


이어 영화 '걸스카우트', '투혼', '더 파이브'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 '시티홀', '복면 검사' 등에 출연했다. 흥행에선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로맨틱 코미디, 멜로,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색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매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하며 변신을 꾀했다.


하지만 여전히 '김삼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김삼순으로 큰 사랑을 받은 김선아로서는 더없이 각별한 캐릭터인 동시에 풀지 못한 숙제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인생 캐릭터 계보를 김삼순에서 박복자로 바꿔쓰는데 성공했다.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에서 미스터리한 악역 캐릭터인 박복자 역을 맡았다. 박복자가 세상에 독기를 품고 악해질 수 밖에 없던 이유와 그만이 갖고 있는 인간적인 부분을 동시에 녹여냈다.


김선아는 박복자 그 자체였고 "역시 김선아"라는 호평을 받았다. 게다가 '품위있는 그녀'는 매 회 높은 시청률로 대중성을 인정받았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로도 명성을 공고히 했다. 이러한 값진 성과가 탄생한 데는 김희선과 더불어 김선아의 공이 컸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렇게 '품위있는 그녀'는 김선아의 다양한 필모그래피 속 굵직한 드라마로 남게 됐다.


김선아는 경력에 비해 다작하는 배우는 아니다. 그럼에도 23년째 롱런하고 있는 활약상은 뻔한 장르도 자신 만의 색깔로 탈바꿈시키는 탄탄한 연기력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이는 곧 그의 경쟁력이기도 했다. 그렇게 김선아는 다작이 반드시 롱런의 비결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대중은 '키스 먼저 할까요'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캐릭터로 찾아온 김선아에게 호응을 보내고 있다. 시청률도 기분좋게 출발한 가운데, 김선아가 다시금 진가를 발휘하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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