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7344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이윤택 연출의 성범죄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원로 연출가 겸 극작가 오태석(78)도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을 일으켰다.

2000년대 초 극단에서 활동했던 여성 C씨는 19일 스포츠서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1994년 ‘제1회 베세토연극제’에서 ‘백마강 달밤에’를 연출한 유명 연출가에게 20여년 전 성추행을 당했다. 묻어두고 있었는데 앞서 ‘ㅇㅌㅅ’ 연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미투’ 글을 보고 내 경험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C씨는 “연극 ‘백마강 달밤에’를 본 후 아는 배우의 초대로 극단 뒷풀이에 참석하게 됐다.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해당 극단 연출가가 내 왼쪽에 앉아 있었고 그 연출가가 술잔을 들이키는 행위와 내 허벅지와 사타구니 부근을 주무르고 쓰다듬는 행위를 동시에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신이 겪은 일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C씨는 “테이블 밑으로 만졌다고 해도 파라솔을 꽂는 야외 간이 테이블인데 주변의 배우들이 몰랐을리가 없다. 그의 행동은 마치 자신의 애완견을 만지는 것 처럼 자연스러웠다. 그 분은 연극 공부를 막 시작한 내가 항거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 그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성추행을 당한 후에도 해당 극단의 공연을 계속 보러다녔다고 고백했다. C씨는 “내가 당한 일이 어떤 일인지 당시에는 잘 몰랐다. 그 이후에도 이건 진짜가 아니고 환각이라고 믿으면서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게 최소한 나를 방어하는 것이라고 어리석게 생각했다. 처음 연극계에 들어간 내가 경험한 것이 이 정도이니 그 안은 얼마나 곪아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20년 전 일을 지금 꺼내는 것에 대해 주저했다는 그는 앞서 해당 연출가를 ‘ㅇㅌㅅ’이라는 이니셜로 지목해 ‘미투’를 밝힌 여성의 손을 잡아주는 의미로 목소리를 냈다고 설명했다. 또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가 이윤택 연출의 추행을 조력했다는 JTBC ‘뉴스룸’의 피해여성 인터뷰도 결심을 굳히는데 역할을 했다.

C씨는 “김소희 대표는 잘 아는 분인데 적어도 그분만큼은 이윤택 연출의 범죄를 막으려고 노력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피해여성이 인터뷰에서 김소희 대표가 조력자처럼 후배를 고르고 안마를 권유했다고 한 말을 듣고 나니 연극계의 성범죄 카르텔이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 김소희 대표가 조력자라는 증언을 사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다. 동시에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극계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들은 연극계의 권력형 성추행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지금까지 외면해왔다면 지금이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공론화해 앞으로 발생할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지난 15일 밤 한 여배우 A씨는 자신의 SNS에 유명 연출가 ‘ㅇㅌㅅ’에게 뒷풀이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여성은 “대학로의 그 갈비집 상 위에서는 핑크빛 삼겹살이 불판 위에 춤을 추고 상 아래에서는 나와 당신의 허벅지,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꼬집고, 주무르던 축축한 선생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죠. 소리를 지를 수도, 뿌리칠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앞에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순간 우리는 그들에게 투명인간이었어요”라고 썼다.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어 “‘전, 선생님 딸 친구예요!’라고 외쳤다. 내가 젖먹던 힘으로 용기 내어 소리쳤을 때 누군가는 ‘그만 하시죠’ 한마디쯤은 해줄 거라고. 그때 깨달았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이라고 썼다.

황이선 연출가도 18일 자신의 SNS에 오태석 연출로 추정되는 “연극계 대가”로부터 성추행 당했다고 고백했다. 황이선은 “2002년 나는 서울예대 극작과에 입학했다. 술자리에서 교수님 옆에 앉아야 했다. 처음엔 손을 만졌다. 이내 허벅지를 만졌다. 팔뚝 안 연한 살을 만지다 꼬집기도 했다. 2003년 2학기 차 안에서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점점 중요부위로 손이 다가왔다”고 썼다.

한편 오태석 연출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극단 목화의 한 관계자는 “오태석 선생님은 지금 통화를 하기 어렵다. 극단 차원에서 내용을 파악하는 중이다. 내용이 파악되면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eggroll@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