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한국 여자 컬링, 4강 진출했어요!
여자 컬링 대표팀이 20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세션 10 한국과 미국의 경기에서 9-6으로 승리한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한국 여자 컬링은 6승 1패를 거두며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양재봉의 눈

[스포츠서울 해설위원]한국 여자 컬링이 ‘파죽지세 5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올림픽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은 2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7차전에서 미국을 9-6으로 꺾고 6승1패로 단독 1위 자리를 지키며 남은 경기에 관계 없이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우선 여자 컬링 대표팀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단순히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 장내 아나운서를 하고 있는데 경기장 곳곳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 지도자 뿐 아니라 심판, 아이스메이커, 미디어 등 여러 관계자가 여자 대표팀 선전과 함께 신명나게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경험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올림픽이나 이 정도 규모의 국제대회가 열리면 선수단 위주로 파견한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려 많은 분이 국제대회 컬링 운영 시스템을 익히는 건 앞으로 큰 자산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지금 여러 시, 도에서 컬링팀을 창단하고 싶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참으로 기쁜 일이다.

여자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은 서로를 확실하게 믿고 의지하고 있는데 있다. 준결승행을 확정한 미국전에서도 증명됐다. 2-3으로 뒤진 5엔드에 후공이 아닌 선공 상황에서 ‘4점 스틸’을 획득한 것이다. 미국은 한 점 차로 앞서는 과정에서 방어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다가 5엔드에 하우스 내 스톤을 유리하게 선점하자 타임아웃을 요청했고 이어진 샷에서 가드를 두면서 공격적으로 나섰다. 5엔드에서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의지였다. 이때 한국의 스킵 김은정이 이번 대회 베스트 샷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 환상적인 투구로 미국의 1번 스톤을 밀어내면서 ‘4점 스틸’로 이끌었다. 보통 점수가 뒤진 상황에서 선공을 잡은 선수들은 상대가 가드를 쌓으면 불안하기 마련이다. 일단 가드를 깨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한국 태극낭자들은 미국 가드를 깨지 않고 따라 들어갔다. 그야말로 정밀한 샷으로 상대 스톤을 쳐내면서 미국을 당황하게 했다. 결국 미국이 6엔드 이후 황당한 실수를 범하면서 무너지게 만든 계기가 됐다. 이러한 모험적인 플레이를 선수들이 하나가 돼 결심하고 이행한 건 그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는 것이다.

남은 결과에 관계없이 준결승행을 확정한 한국은 21일 하위권으로 밀려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덴마크와 예선 마지막 2연전을 치른다. 1차 목표를 달성했기에 쉬엄쉬엄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컬링은 아이스 감각을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 종목이다. 지금까지 해온 공격적인 샷을 유지하면서 여러 실험도 해봤으면 한다. 또 막내 김초희가 예선에서 많이 뛰지 않아 경기 감각이 더딜 수 있는데 남은 경기에 출전해서 감각을 끌어올린다면 준결승 이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준결승 상대는 어느 팀이 올라와도 만만하게 볼 수 없다. 다만 피하고 싶은 팀은 일본이다. 우리가 예선에서 패해서라기보다 심리적인 부담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는 경기 스타일상 접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선수들이 심리전에서 흔들릴 수도 있다. 또 일본인 관중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이왕이면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서울시컬링연맹 전무이사, 컬링연맹 전 경기력향상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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