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오승환이 훈련을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스스로 ‘미아’라고 표현한 오승환(36)이 새 팀을 찾기 위한 쇼케이스를 시작했다.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소속 팀을 찾는 일정이 미뤄졌지만 해결방법 역시 본인이 잘 알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는 했지만 메이저리그 잔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구단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로 계약 성사 직전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선수’라는 낙인이 찍힌 오승환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인근의 한 대학에서 쇼케이스를 가졌다. 그의 투구를 지켜보기 위해 방문한 모 구단 고위 관계자와 취재진 앞에서 워밍업 과정부터 불펜투구까지 공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시기상 정상 컨디션의 80% 정도까지만 끌어올린 상태였지만 현지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는 후문이다. 그의 투구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서너차례 더 불펜투구를 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이상 없어 보이지만 팔꿈치 이상설이 제기된 이상 선뜻 조건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오승환은 자신의 몸 상태에 매우 민감하다.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강도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인대를 보호하는 자기만의 루틴도 생겼다. 과거 팔꿈치 수술 후 마운드에 돌아왔을 때 “수술 후 깨어난 직후부터 ‘이제 아프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를 위해 (선수생명을 걸린)수술을 받았으니 안아픈게 당연한 것 아닌가. 재활기간이 힘들기는 했지만 ‘아프지 않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구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통증이 재발할 것이라는 의심은 단 한 순간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염증이 투구에 영향을 끼쳤다면 한국에 들어갔을 때 치료를 받거나 수술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승환
‘돌부처’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본고장 미국으로 떠났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한·미·일 통산 396세이브를 달성한 베테랑 투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만 한 일이다. 스스로도 “내가 괜찮다고 말해도 구단이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면 더이상 할 말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일정 부분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문제는 텍사스 측이 메디컬티스트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상도를 어긴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19일과 이날 불펜투구를 지켜본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선뜻 계약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텍사스와 계약에 도달하지 않은 이유가 부상이라면 어떤 팀도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렵다. 더군다나 오승환은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다. 이른바 ‘에이징 커브’를 선수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팀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

코너에 몰려 “삼성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발언도 나왔지만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다. 오승환은 “한 시즌을 건강하게 치러 팔꿈치 염증이 투구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밖에 없다. 더 잘 준비해서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몸값 문제를 넘어선 자존심 회복이 걸린 사안이라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