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 파문에 이어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까지.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화-연극계에서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오늘(20일) 조민기가 학생을 성추행해 교수직을 사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청주대학교에서는 지난해 11월과 12월 학교 차원의 내부 조사가 실시됐다.


이와 관련해 조민기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날 보도와 관련해 "기사화된 내용 및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는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라며 "또한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소속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학교 내에 확인 안 된 구설이 떠돌기 시작했으나 조민기는 피해자도 없이 떠도는 소문이라 신경쓰지 않았다고 한다.


조민기는 해당 성추행 의혹이 익명의 신문고를 통해 대학 측에 알려졌고, 언론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백을 밝히기 위해 법적 조치 등을 생각했지만, 상처입을 가족을 지키고, 상대방이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해 대학 측에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조민기는 교수직을 내려놓은 이유에 대해 "추문에 휩싸인 것 자체에 회의감과 자책감을 느꼈다"라면서 "학교 측의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는 사실이 아니다. 학교 측의 입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소속사는 "이미 스스로 반성하고 자숙하고자 책임을 지고 강단에서 내려온 조민기에게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 의도적인 악성 루머를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양산한다면 한 가족의 가장에게, 또한 한 가정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위법 행위에 대해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청주대학교 측은 "학교 내부 규정에 따라 중징계로 면직 처분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사유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에 앞서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 파문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윤택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4일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폭로로 불거진 성범죄 논란에 공식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윤택 연출은 이날 예고했던 오전 10시 정각 다소 수척한 표정으로 혼자 무대에 올랐다. 취재진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피해자와 연극계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피해 당사자들과 연희단거리패 출신 배우 및 단원들, 연극계 선후배에게 사죄한다"라며 "저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진정성 없는 사과에 성폭행 피해자인 연극 배우 김지현이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해 논란은 거세졌다. 이윤택으로 인해 성폭행, 임신, 낙태 등을 겪었다고 폭로한 것.


김지현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윤택 선생님의 기자회견에 갔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 것이고, 제가 받은 상처도 치유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선생님께선 전혀 변함이 없으셨다"라며 "성폭행 부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에 기자회견장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다고 밝힌 그는 "여자단원들은 밤마다 돌아가며 안마를 했었고 저도 함께였다. 그리고 그 수위는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 저는 혼자 안마를 할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김지현은 "2005년 전 임신을 했다. 제일 친한 선배에게 말씀을 드렸고 조용히 낙태를 했다"며 성폭행 당한 후 임신과 낙태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낙태 사실을 안 예술감독으로부터 200만 원과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았고, 사건이 잊혀갈 때쯤부터 또다시 성폭행 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또 "언젠가부터 하늘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무대 위에서 관객 앞에 떳떳하게 서있을 수가 없었다. 전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조용히 그곳을 나왔다"라며 "집에 돌아왔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 병원에서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고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지현은 "지금 용기를 내지 않아 이 일이 흐지부지된다면 지금까지 자신의 아픔을 힘겹게 꺼내준 피해자들이 또 한 번 고통을 당할 것"이라며 "제가 용기를 내는 것이 연극계가 바로 서는 일이고, 제가 무대 위에서 떳떳한 배우가 될 수 있는 길"이라고 고백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미투 운동'이 법조계를 시작으로 문화계, 대학가 등 사회 전반에서 나와 그동안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지고 있어 깨끗하고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데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명예훼손이나 무고죄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투 문화 확산에 힘입어 피해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폭로전이 남발되면 법정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kjy@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