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여자 컬링 대표팀, \'1위 신고합니다!\'
컬링 여자대표팀의 김은정이 19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세션 8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7-6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둔 뒤 관중석을 향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한국 여자 컬링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이젠 당당한 금메달 후보로 부상(浮上)했다.

김민정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세계 랭킹 8위·스킵 김은정)은 1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예선 6차전에서 무패를 달리던 스웨덴(5위)에 7-6 승리를 거뒀다. 스위스, 영국, 중국을 꺾은 한국은 스웨덴까지 잡으면서 예선 4연승, 5승1패를 기록했다. 스웨덴과 공동 1위다. 3위 일본(4승2패)에 이어 캐나다, 중국, 영국, 미국(이상 3승3패)이 공동 4위를 형성한 가운데 한국은 남은 3경기에서 최소 1승 이상만 해내도 준결승 티켓을 따낼 가능성이 크다.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 홈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컬링은 아이스 상태에 민감한 종목으로 홈 이점을 누리려면 경기장에서 최대한 많은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 컬링은 지난해 여름 집행부 내분으로 대표팀이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면서 올림픽 직전 홈 경기장에서 실전 모의고사를 치른 적이 없다. 많은 관중 앞에서 스톤을 투구하는 것도 이번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경기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여자 컬링이 평창올림픽 깜짝 스타가 됐다’면서 경북체육회 소속으로 마늘이 유명한 의성 내 컬링센터에서 오랜 기간 담금질을 해온 이들을 두고 ‘마늘 소녀(garlic girls)’의 반란으로 표현하고 있다.

[포토]컬링 김선영, \'더 닦아야 해!\'
김선영(왼쪽)과 김영미가 스웨덴전에서 힘차게 스위핑을 하고 있다.

◇ 일본전 패배가 보약, 맞춤식 전술이 통한다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일본과의 2차전이 길잡이가 됐다. 김경애(서드)는 “일본전 때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무리한 샷이 나왔다. 그 후 우리는 상대 스타일을 파악하면서 우리 샷에만 집중해왔다”고 연승 비결을 설명했다. 특히 상대 투구 스타일을 정밀 분석하며 맞대응한 게 주효했다. 중국전에서는 올림픽 세 번째 출전인 상대 스킵 왕빙위의 초반 샷 성공률이 떨어지는 등 컨디션이 좋지 못하자 공격적인 샷으로 1엔드부터 빅 엔드(3점 이상 득점)를 만들어냈고 3엔드까지 무려 92%의 샷 성공률을 보이며 8엔드 만에 중국의 ‘굿 게임(기권)’을 끌어냈다. 샷 성공률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 장점을 끊어내는 여우 같은 전술도 돋보였다. 스웨덴전이 그랬다. 한국은 샷 성공률에서 72%로 스웨덴(76%)보다 뒤졌다. 그러나 엔드별 승부를 결정짓는 막판 투구에서 놀라운 성공률을 보이면서 스웨덴을 잡았다.

스킵 김은정은 “스웨덴은 공격적인 성향을 지녔다. 하우스에 스톤을 많이 남겨두고 한 번에 처리하는 편이다. 오늘도 상대 스톤이 (하우스에) 많이 있었다. 우리가 한 개만 쳐내면 상대가 대량 득점을 할 수 있어 (공격적인) 더블 테이크아웃 샷을 시도해 적중했다”고 밝혔다. 다소 무리해보이지만 상대 특성에 따라 모험을 걸어 성공시키는 강한 정신력과 집중력이 빛난 결과다. 양재봉 서울시컬링연맹 전무이사 겸 스포츠서울 해설위원은 “대회 전체 샷 성공률이 한국은 77%, 스웨덴은 82%다. 전술의 승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은정의 샷도 훌륭하지만 김경애가 투구 과정에서 중재 구실을 잘 하고 있다. 그래서 (고비마다) 성공률이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포토]컬링 여자대표팀, 중국 잡고 2위 도약
여자대표팀이 18일 중국전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믹스더블 치른 아이스, 강호에 독이 됐다

양 위원은 강릉컬링센터의 아이스 상태도 한국에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이 이전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과 다른 게 있다면 (첫 정식 종목이 된) 믹스더블 경기가 먼저 열렸다는 점이다. 대체로 처음 경기할 땐 아이스가 딱딱한 편이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부드러워지는 데 믹스더블이 열려 일찌감치 부드러워지면서 경험이 많은 팀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의 강도에 따라서 투구 방향이나 스위핑 등 기본 전술이 달라진다. 양 위원은 “캐나다 등이 갈수록 순위 경쟁에서 올라서고 있는 건 그만큼 뒤늦게 아이스에 적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올림픽 직전 캐나다에서 열린 월드컬링투어 그랜드슬램에서 동메달을 따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더 높은 자리를 꿈꾸고 있다. 양 위원은 “미국, 덴마크, 러시아 올림픽 출신 선수(OAR)와 남은 경기는 심리전이 될 것이다. 특히 최하위(1승5패)로 밀려난 덴마크와 OAR은 오히려 편안하게 남은 경기를 치를 것이다. 심리 싸움이 중요한 컬링이기에 승수쌓기 부담이 큰 한국이 쫓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평소 하던 대로 공격적인 샷을 유지하고 경기 외적으로 선수별 루틴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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