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열심히 응원 준비했어요!
태극무늬 페이스 페인팅을 한 남성 4인조 응원단이 18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과 여자 500미터 경기를 앞두고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전광판에 늘 외국인만 잡혀서…한국인도 신나게 응원해야죠.”

지난 18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강릉오벌). 남자 팀추월 준준결승과 여자 500m가 열린 이날 장내가 떠들썩했다. 태극무늬 페이스 페인팅과 오색찬란한 가발, 캐릭터 의상을 입은 의문의 남성 4명이 온몸에 태극기를 두르고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겼다. 사실 이들은 경기장 밖에서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개회식 때부터 유명인 코스프레 등 각양각색의 관중이 등장하면서 소란스러웠던지라 주변 보안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은 매의 눈으로 주시했다. 그러나 무표정한 얼굴로 나타난 이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지나가던 외국인 관중은 물론 외신도 ‘태극 4총사’의 모습을 담느라 바빴다. 평창조직위나 강원도에서 내보낸 응원단으로 여기기엔 적은 인원이다.

경기 시작 30분여를 앞둔 6시30분께 강릉오벌에 입장한 태극 4총사는 여러 가지 율동과 흥겨운 퍼포먼스로 응원을 주도했다. 스포츠서울과 만난 이들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라며 “대학 동기, 동문 사이”라고 밝혔다. 윤정우(34),신일섭(33),박정승(33),김종효(33) 씨는 설 명절에 맞춰 한 달 전 경기 티켓을 구매했다. 10년 전 대학 시절서부터 함께 어울려 운동하고 경기 관람을 즐겼다고 한다.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명절 연휴에 현장으로 가자고 뜻을 모았다. 워낙 비싼 가격 탓에 가까운 거리에 숙박 장소를 두진 못했다. 1시간여 떨어진 삼척에 숙소를 마련했다. 17일 아이스하키, 쇼트트랙을 관전한 이들은 애초 평범하게 관중석에서 손뼉을 치며 응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태극 4총사’로 변신하게 됐다.윤 씨는 “지금까지 여러 스포츠 경기를 현장에서 봤지만 개최국인데도 한국 관중의 응원이 의외로 소극적이고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 휴식 때 전광판에서 댄스 이벤트 등을 할 때도 거의 외국인 관중만 잡더라. 한국을 넘어 아시아 사람도 즐길 줄 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는 “아이스하키장만 봐도 유럽 관중이 특유의 거칠고 터프한 응원을 펼쳐서 매력적이더라”며 “우리도 이상화 선수가 출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 맞춰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워낙 늦은 시간에 경기가 끝났고 다음 날 경기가 있었기에 준비할 시간이 빠듯했다.

최민정이 금메달을 딴 쇼트트랙 여자 1500m 경기가 끝난 늦은 밤 이들은 숙소 근처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으며 작전을 짰다. 신 씨는 “콘셉트를 정하고 무언가를 준비하기엔 시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애국심과 열정이라도 표현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핵심은 태극기와 율동이다. 박 씨는 “이상화 선수를 상징하는 스케이팅 동작서부터 인기 케이팝 안무를 남자 넷이서 연습했다”고 박장대소했다. 1~2시간 잠을 잔 뒤 일어났다. 가까운 미용실을 수소문해 가발을 구했다. 제대로 태극무늬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싶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가장 가까운 아트센터를 찾아갔다. 한민족을 상징하는 호랑이 등 캐릭터 옷을 사기 위해 인근 시장도 돌아다녔다. 윤 씨는 “1인당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마지막 과제가 대형 태극기를 구하는 것인데 주변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웠다. 마침 동해에 계시는 삼촌께서 태극기를 갖고 계시다고 해서 한걸음에 달려가 가져왔다”고 말했다.

[포토]스피드 스케이팅 메달을 응원합니다!

꼬박 밤을 지새우며 준비한 이들의 정성은 큰 관심으로 되돌아왔다. 한눈에 보이는 태극무늬와 화려한 퍼포먼스에 올림픽주관방송사(OBS) 카메라는 물론 국내외 여러 언론이 한동안 이들의 모습을 잡기 바빴다. 근처에 유명 연예인도 관전하고 있었는데 이날만큼은 ‘태극 4총사’가 더 주목받았다. 자원봉사자도 달려가 사진 촬영을 요구했다. 윤 씨는 “한 자원봉사자께서 ‘한국사람 중 이런 분들 처음본다’면서 ‘고맙다’고 하더라”며 “귀중한 시간인 만큼 모든 분이 올림픽을 더 신명 나게 즐겼으면 한다”고 활짝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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