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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을 이겨내고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브라이언 플레처. 캡처 | 브라이언 플레처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어느덧 폐막을 바라보고 있는 평창올림픽에선 도전정신 하나로 역경을 극복하고 올림픽에 출전해 성적과 관계없이 감동을 선사한 선수들이 있다. 미국 노르딕복합 국가대표 선수로 평창에 온 브라이언 플레처(32)도 그 중 한 명이다.

플레처는 3살 때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판정을 받아 무려 7년 동안이나 항암 치료를 받으며 병마와 싸워야 했다. 하지만 플레처는 병에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을 치료하면서 미국 콜로라도의 스키 순찰대로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스키를 배웠다. 결과적으로 이때 배운 스키가 플레처를 선수의 길로 이끌었다. 죽음의 공포와 사투를 벌이면서 자신의 한계와 마주했던 플레처는 노르딕 복합 선수로 뛰게 된 이유에 대해 “내 자신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스키의 왕’이라고 불리는 노르딕 복합은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를 병행하는 종목으로 동계스포츠 중 가장 어려운 종목으로 꼽힌다.

플레처는 이후 미국 노르딕 복합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당시 개인 22위를 기록했지만 의미있는 성과였다. 플레처는 지난해 12월 미국 노르딕 복합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 10일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플레처는 “어린시절 내가 겪은 상황(백혈병 투병)을 잊게 하려고 부모님이 시킨 것 중 하나가 스키점프였다. 배우면서 푹 빠졌다. 스키를 배운 것이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다. 언덕에선 정말 흥분되고, 웃을 수 있고, 삶을 즐길 수 있었다. 완벽하게 기분 전환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소치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플레처는 평창올림픽에서도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플레처는 자신이 병마를 극복하고 노르딕 복합 선수로 올림픽 무대에 출전한 것처럼 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크다. 플레처는 “나처럼 병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이나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내 얘기를 통해 병을 극복하고 생존한 이들이 최대한 본인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플레처는 ‘큰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지난 14일 노르딕 복합 노멀힐 개인 10㎞에 출전한 플레처는 스키점프에서 99점으로 18위,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27분03초6으로 17위를 기록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플레처는 결과에 낙담하지 않고 20일 열리는 라지힐 개인 10㎞ 경기에 출전해 도전을 이어간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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