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 파문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윤택 예술감독이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지만, 그가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면서 연극인들의 분노가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그가 성폭행에 대해 '강제가 아닌 합의하에 이뤄졌다'고 말하는 점에 대해 연극인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수희 대표는 19일 성폭행 의혹을 부인한 이윤택 예술감독에 대해 "성관계였다고 말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며 분노를 표했다.


김수희 대표는 한 매체를 통해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김 대표는 "너무 화가 나지만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자백한 셈이다. 우리는 다음 수순을 밟을 테니 (이윤택 씨는) 감옥 갈 준비나 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에 동참해 이윤택의 성추행 사실을 최초로 고발했다. 그의 폭로에 이어 이승비 극단 나비꿈 대표도 "CCTV도 없는 곳에서 따로 연습을 하게 했고 대사를 치게 하면서 온몸을 만졌다"고 폭로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이윤택은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개사과를 했다. 하지만 성폭행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법적 절차에 따라서 그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 대표는 "성관계였다고 말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 자수를 한 셈이다. 우리는 다음 수순을 밟는다. 감옥 갈 준비나 하라"는 글을 남겼다.


배우 홍예원은 "피해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공개사과 방식 자체가 2차 가해"라며 "(성폭행 의혹 부정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며, 내용은 '술 먹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설유진 극단 907(소속 배우가 과거 이윤택에게 성추행 당한 바 있음) 대표는 "성폭력의 정의를 물리적인 것에 한한 발언이라면 교육이 필요하고, 본인이 주장하는 성폭행이 아닌 합의 하의 성관계라는 주장은 본인의 권력과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해 온 수십 년의 세월을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페미 연극제를 기획하고 있는 나희경 페미 시어터 대표는 "사과는 피해자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명시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라며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말하지 않고 그저 잘못했다고만 한다.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걸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자신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수많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성추행은 인정하면서, 자신이 피해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성폭행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건 사과가 아니라 협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이건 사과가 아니다. 성폭행 고발을 부인하기 위한 기자회견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는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한 30대 여성 연출가는 "위압이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폭행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며 "이윤택이 가진 권력과 입지만으로도 피해 당사자에게는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고 전했다.


피해 당사자의 입장을 1도 고려하지 않은 이윤택의 진심 없는 사과에 연극인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kjy@sportsseoul.com


사진ㅣ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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