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데뷔 19년차' 인교진, '無名설움'이 단련시킨 '미친 존재감'
    • 입력2018-02-19 10:09
    • 수정2018-02-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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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배우 인교진은 요즘 출연 작품에서마다, 그만의 유쾌한 매력을 앞세워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렇다. 2000년 데뷔 이후 경력의 대부분을 무명 배우로 보냈던 그의 진가가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만난 그의 말버릇은 끝에 “하하하~”하는 특유의 웃음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화법을 사용했다. 작품 속 캐릭터들과 실제 그의 싱크로율이 높아보였다. 그런 그에게 최근 맡는 작품의 캐릭터들이 비슷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전작 ‘란제리 소녀시대’ 때는 경상도 사투리를 했고 ‘저글러스’에서는 충청도 공고 출신이란 배경을 말투에 녹였지만 모두 인교진스러운 캐릭터였다. 내가 하니까 그럴 것이다. 전혀 다르게 하면 좋겠지만 내 성격, 내 색깔이 캐릭터 안에 다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그를 먼저 걱정해주는 주변 사람들도 있다. “같은 캐릭터를 반복하니 지겹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하나도 안지겹다. 재밌다. 굳이 하고 싶은 작품, 캐릭터인데 이전과 비슷하다고 해서 마다하고 싶진 않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잘하면 된다. 그리고 요즘 드라마가 얼마나 많은가. 내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사람들이 알겠나? 모르겠지.하하하.”

그가 늘 유쾌한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데뷔 초반엔 나름대로 진중한 역할도 많이 맡았다. 그러나 지금의 유쾌한 이미지를 억지로 털어내고픈 생각은 전혀 없다. “한 방향으로 쭉 가다가 부산까지 거의 다왔는데 지금와서 굳이 유턴을 해서 서울에 갈 필요는 없다. 부산에 가서 즐기고, 맛집도 다니다 보면 슬슬 서울로 돌아갈 날이 있을 것이다. ‘이건 아니야. 부산에 거의 다왔지만 다시 서울로 가자’는 지금 내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그는 “굳이 다른 역할에 욕심을 내자면 형사는 한번 해보고 싶다. 내가 즐 범인으로 잡히는데 그런 느낌 말고, 능동적으로 잡는 걸 해보고 싶다. 멜로도 욕심이 난다. 하하하. ‘사랑해’같은 대사를 해보고 싶다. 하하하.”

그의 매력이 ‘발견’된 건 2016년 KBS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능청스러운 시골 아저씨 역할을 맛깔나게 소화한 후 부터다. 이후 그는 최근 종영작인 KBS ‘저글러스’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유쾌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거꾸로 얘기하면 2000년 MBC 2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경력 대부분은 무명 생활이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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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는 조금 힘들었다. 고향에서 올라와 서울 생활을 하는데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시험을 보고, 월급을 받으며 점점 성장하는데 나는 늘 그 자리에 정체된 느낌이이었다. 거기서 오는 공허함이 컸다. 친구들한텐 허세를 떠는데 그에 반하는 괴리감은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었다. 누구도 공감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연극 쪽엔 기회가 있을까 싶어 대학로도 가보고, 연기 학원 선생도 생각해보는 게 힘들었다. 시간을 버티는 방법이 달리 없다는게 힘들다.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아예 모르면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는데 30명 중에 1, 2명은 알아보니 어디 가서 일도 못하겠더라.”

고민과 방황을 하던 찰나 그는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기도 했다. 2006년 MBC 일일극 ‘얼마나 좋길래’ 출연 직후다. “친구가 미국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사니 행복하다더라. 그래서 120만원을 주고 세번 갈아타는 티켓을 사 미국에 갔다. 전공을 살린답시고 마트 비디오 가게에서 작품을 추천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하루는 이전 매니저에게 전화가 오길래 안받았다. 다음날 전화를 거니 ‘두달전 영화 신기전 오디션 봤던 게 됐다’더라. 미국 생활 한달만에 돌아왔다.”

인교진이 본명인 그는 중간에 ‘도이성’이란 예명을 써보기도 했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뭐라도 해보게 된다. 부모님도 이름 바꾸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시더라. 바꿔도 똑같아서 다시 본명으로 돌아왔다.”

우연인지 몰라도 그는 ‘백희가 돌아왔다’ 이후 KBS에서 잘된 작품이 많다. “아시다시피 방송사를 내가 택하는 입장이 아니다. 작품을 택해서 할 수 있는 그런 역량 있는 배우는 아니다. 나에게 주어지고, 시기가 맞으면 하는 입장이라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다. 그래도 KBS 관계자들이 나를 예쁘게 봐주는 건 있지 않을까. 하하하.” 배우 소이현과 결혼 이후 상승세란 지적에도 그는 공감하며 “결혼을 정말 잘했다. ‘신의 한수’ 같은 느낌”이라 전했다.

기나긴 무명 생활을 그는 어떻게 이겨냈을까. “배우로서 내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배우로서 자신감이 넘치던 시기는 스물 다섯까지다. 이후엔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었다. 초반엔 ‘내가 이정도 능력은 잇는데’란 생각을 하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이후엔 주어지는 걸 잘하자, 대사를 틀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2016년 ‘백희가 돌아왔다’ 이후 자신감을 얻었다. 어릴때 쓰던 사투리로 이렇게 잘될 줄이야. 자신감, 자존감이 생겼다. 그 이후 뭘 해도 자신있다. 요즘엔 작품을 딱 보면 ‘이 씬은 이렇게 요리해 봐야지’하는 계산이 바로 선다.”

작품 선택의 기본 입장은 “스케줄이 맞으면 한다”다.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그는 “하하하”웃으며 “스케줄 되고, 작품이 들어오면 바로 출격해서 싹 정리하고 오겠다”고 답했다. 그래도 두 딸의 아빠로서 최소한의 기준은 있다. “배역이 반사회적이거나 인격 장애가 있거나 여자를 해하는 인물은 자제하려 한다. 아무래도 두 딸의 아빠이다 보니 그런 부분은 신경이 쓰인다.”

딸이 배우가 되길 원한다면 아버지 인교진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미래의 배우를 꿈꾸는 딸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원한다면 마음껏 해봐. 그런데 아버지는 20대 초반에 시작해서 39살이 돼서야 언론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어. 오래 걸려서 참 힘들었어. 어느 배우나 다 조심하며 힘들겠지만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며 자책하고 ‘왜 난 안돼지?’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있어. 이 일은 그런 부분이 힘들어. 이 얘기는 해주고 싶었어. 화이팅!”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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