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1세대 아이돌'의 선두주자 H.O.T.가 17년 만에 완전체 컴백에 성공했다. 원조 오빠들의 화려한 귀환으로 팬들 또한 오랜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토토가3'에서는 17년 만에 완전체로 모여 합동 무대를 꾸미는 H.O.T.의 모습을 그렸다. H.O.T. 다섯 멤버가 모두 모이기는 쉽지 않았다. 이들이 무대를 위해 다시 모인 건 2001년 해체 후 17년 만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그간 '무한도전' 제작진이 H.O.T.와 첫 만남을 가진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오게 된 과정을 공개했다.


멤버들은 마음속 한켠에 다섯 명이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함께 활동한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더 길었기에 재결합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H.O.T. 멤버들을 향해 본인과 팬들만 생각하고, 재결합을 원하면 MBC 공개홀로 오라고 했다. 멤버들끼리는 서로 부담 주지 않기 위해 연락도 하지 않았다.


강타를 시작으로 토니, 문희준, 이재원, 장우혁까지 다섯 명의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멤버들은 서로의 모습에, 울컥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H.O.T. 완전체가 모두 모였음에도 이들 또한 '토토가' 출연의 관문인 노래방 미션을 피하지 못했다. 노래방 기계로 자신들의 노래를 테스트해 95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공연이 가능한 것. 자신들의 히트곡 '위 아 더 퓨처'부터 '전사의 후예', '캔디'를 부르는 H.O.T.의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전성기 때처럼 파워풀함과 칼군무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느낌 만은 살아있었다.


'무대에 반드시 서겠다'는 멤버들의 굳은 의지는 자신들의 뼈에 기름칠을 하게 만들었고, 가물가물하던 안무와 노래도 떠올리게 했다. 당시의 춤과 노래를 잘 생각나지 않아도, 자신들을 위해 흰 풍선을 흔들어주던 소녀들의 모습은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 결국 멤버들은 정확히 95점을 받는 데 성공했다.


H.O.T.의 재결합은 데뷔 20주년을 전후로 오랫동안 추진되어 왔으나 번번이 좌초됐다가 이번에 어렵게 성사됐다. 멤버들 각자 다른 소속사에서 다른 활동을 하고, 각자의 생각이 달랐기에 재결합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던 것.


하지만 '무한도전' 덕분에 H.O.T.의 재결합은 곧 현실이 됐다. 3년 동안 끊임없이 도전하며, 멤버들과 팬들만 생각하자고 했던 제작진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기에 17년 만에 H.O.T. 모일 수 있던 것이다. 팬들은 물론이고 1990년대 그들의 활약을 기억하는 시청자들도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H.O.T. 멤버들은 17년 전 약속 하나에 꿋꿋이 기다려준 팬들에게 '추억을 선물할 기회'라며 좋은 무대를 보여줄 것을 다짐했고, 이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하나둘 공개됐다.


연습실에 모여 함께 선곡 회의를 하고, 마치 17년 전 콘서트 무대를 준비하듯 춤과 노래 연습에 열정을 쏟는 H.O.T. 멤버들의 모습에서 이들이 얼마나 한 무대에 서고 싶었는지, 팬들을 만나고 싶었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공연 1주일 전, H.O.T. 멤버들과 '무한도전' 멤버들이 만나 중간 점검에 나섰다. H.O.T. 멤버들은 방청 신청을 한 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첨 소식을 알렸다. 전화를 받은 팬들은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기다림이 길었고 그래서 더 반갑고 감사해요", "다시 10대로 돌아가는 기분이에요" 등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H.O.T.의 팬으로 알려진 성우 서유리는 '무한도전'이 방송됐던 지난 17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무한도전' 본방사수하고 있는데 너무나 뭉클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추억에 잠겼다.


애프터스쿨 출신 가수 정아도 "'무한도전 토토가3' H.O.T. 대선배님들을 보는데 난 우리 멤버들이 생각나면서 왜 울컥하는 거지. 주책이야 정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선배님들이지만 함께 고생하고 함께 살면서 함께 성장했던 마음만은 함께 느끼는 것 같다. 멤버 모두가 모인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H.O.T.와 동시기에 활동했던 그룹 god 멤버 박준형도 '무한도전'이 방송되고 있는 TV 화면을 담은 사진과 함께 "요오우. 에쵸티 부라덜쓰 화이팅쓰 빼애앰!"이라는 글로 응원을 보냈다.


배우 이시언 역시 자신의 SNS에 '무한도전' 방송 화면을 함께 올리며 "젝스키스에 이어서 H.O.T.. 감사합니다 '무한도전'. 그리고 H.O.T. 님들"이라는 글로 기쁨을 표했다.


'오빠들의 화려한 귀환'에 시청률도 대박을 쳤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17일 방송한 '토토가3'의 시청률은 1부 8.3%, 2부 13.6%를 기록했다.


차트 역주행에도 성공했다. 18일 0시 무렵부터 H.O.T.의 히트곡은 멜론 급상승차트를 접수했다. 1시 차트에선 1위부터 7위까지가 H.O.T. 노래로 도배돼, 관심을 입증했다.


'아이야!', '열맞춰!', '전사의 후예', '우리들의 맹세' 등 방송에 소개되지 않은 노래들까지 차트에 올랐다. 덕분에 강타가 작사 작곡한 '빛'은 급상승 차트를 넘어, 오전 1시 실시간 차트 83위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네이버 뮤직에서도 65위까지 올랐다.


지난 15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공연에서는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2500명의 팬들이 자리한 가운데 뜨거운 열기로 당시 1세대 아이돌의 선봉장에 섰던 H.O.T.의 존재감을 입증케 했다.


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아이콘인 H.O.T.는 1996년 9월 7일 데뷔했다. 데뷔하기가 무섭게 신드롬을 일으키며 중국 시장까지 사로잡아 한류의 포문을 열었다.


노래는 랩, 백스트리트 보이스식의 발라드, 댄스, 그리고 1999년에 시도했던 오케스트라를 가미한 록까지 장르의 폭이 넓었다.


아이돌 그룹 최초로 연간 최다 음반 판매량 달성, 방송 3사 가요대상 그랜드 슬램 달성, 자작곡으로 대상 수상, 국내 가수 최초로 잠실 주경기장 공연 매진, 역대 최대 팬클럽 등 전설적인 아이돌답게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노래뿐만 아니라 그들의 패션과 춤 등 모든 것이 유행이 되었고 콘서트와 멤버들의 생일파티 소식 등이 정규 뉴스에 실시간으로 나올 정도로 사회적 파급력이 컸다.


1996년 9월 7일 1집 앨범 발표와 TV 첫 출연 이후 H.O.T는 '전사의 후예'와 'Candy'가 크게 히트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라 10대의 우상이 되기 시작했다.


대표곡으로는 '늑대와 양', '행복', 'we are the Future', '열맞춰!', '빛', '아이야!', '투지', '환희', 'Outside Castle', 'for 연가', '그래 그렇게' 등이 있다.


지금도 다양한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이 존재하지만 1990년대 후반은 'H.O.T.'로 10대들이 단결할 수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H.O.T.의 대성공으로 한국 대중가요계는 빠른 속도로 아이돌이 주도하는 가요계로 재편됐다. 아이돌 그룹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대중음악을 다루는 프로그램엔 아이돌 그룹이 거의 점령하게 됐다.


H.O.T.는 훗날 거의 모든 아이돌 그룹에게 큰 영향을 줬고, H.O.T.에 이어 바로 데뷔한 젝스키스, NRG, 신화, god 등 다른 1세대 남성 아이돌 그룹들도 H.O.T.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당시 아이돌 업계에서 나름 선구자였던 DSP의 故 이호연 사장은 H.O.T.의 성공을 보고 급하게 듀엣에서 6인조 그룹으로 노선을 수정, 젝스키스를 데뷔시켰다.


1990년대 후반 데뷔해 가요계를 점령했던 '1세대 아이돌' H.O.T.는 MBC '무한도전-토토가3'를 통해 무려 17년 만에 재회하는데 성공했다.


H.O.T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또는 현재까지도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예전보다 다소 부족한 춤실력이나 나이를 먹은 모습은 오히려 인간적인 면을 보여줬다. 한 팬은 "이제 오빠들이 더 친근해졌다. 그래서 이전보다 더 좋다"고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다시 돌아온 것만으로도 팬들을 추억의 향수에 젖게 만들었다.


H.O.T.는 1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이날 공연은 오는 24일 오후 10시 40분 방송에서 만날 수 있다.


쉽지 않았던 만큼 H.O.T. 재결합은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무려 17년 만에 팬들과 지킨 약속이기에 더욱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17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무대로 돌아온 H.O.T.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kjy@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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