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대한체육회는 17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자원봉사자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보도자료를 뿌렸다. 그러나 그날은 막말을 들은 자원봉사자가 출근하지 않은 날이었다. 대한체육회가 배포한 보도자료엔 ‘이기흥 회장은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을 직접 찾아 자원봉사자들을 만났으며 사과의 뜻을 전하고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었다’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다는데 그 당사자가 자리에 없었다. 누구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것인가.

이치에 맞지 않는 건 또 있다. 이 회장이 경기장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치자. 그런데 보도자료에는 ‘오해까지 풀었다’고 적시돼 있다. 과연 누구와 오해를 풀었다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다. 확실한 건 이 회장이 당사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안타깝게도 이 회장 본인은 이 사안에 대해 별 것 아니라 오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체육계 수장의 ‘갑질 파문’은 그곳에서 원칙대로 일하고 있는 모든 이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냈다. 이 회장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오해를 풀어야 할 대상은 갑질 파문으로 대거 늘어났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이 회장과 일행 2명은 지난 15일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 방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지정석에 무단으로 앉았다. 자원봉사자가 그곳은 IOC가 예약한 VIP석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이동을 요청했다. 그러나 직무에 충실했던 자원봉사자는 그들로부터 “알겠다고”라는 고함과 함께 “머리를 좀 써라. 이분이 누군지는 아냐”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또한 “야, IOC별거 아냐. 우리가 개최국이야”라는 고압적 태도에 시달렸다.

이 회장의 갑질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특혜 논란에 휩싸이며 뭇매를 맞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6일 스켈레톤 경기장을 찾아 피니시 구역까지 진입했다. 그곳엔 경기를 마친 윤성빈이 금메달을 확정짓고서 환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윤성빈 바로 옆에서 박수치는 박 의원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런데 피니시 라인은 안전 등 여러 이유로 허가받은 일부만 들어갈 수 있는 통제구역이다.

특혜 논란이 일자 평창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박 의원이 티켓을 사서 경기장에 들어갔다. 피니시 라인에 들어갈 수 있는 AD카드는 없었다. 당시 AD카드 검사를 하던 이가 제대로 확인을 하지 못했다”라고 수습에 나섰다. 조직위는 검수원의 불찰로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 의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SNS를 통해 “IOC의 초청 게스트로 경기장에 간 뒤에 그 곳(피니시 라인)으로 안내받아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는 조직위가 앞서 “박 의원의 경우 티켓을 구입해 입장했다”고 해명한 것과 상충한다.

정치인이 올림픽 특수에 편승해 얼굴을 내밀고 싶은 욕심은 이해한다. 그러나 국제대회에는 질서를 위한 통제, 안전을 위한 원칙이 엄연히 존재한다. 박 의원은 그 부분을 간과하며 특혜를 누렸고 나아가 누구나 지켜야 하는 원칙을 와해시켰다. 물론 몰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지도 잘못이다. 박 의원은 “본의 아니게 특혜로 비쳐져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건 ‘특혜로 비쳐진 것’이 아니라 ‘특혜’가 맞다.

사과는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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