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은메달 이상화의 눈물
이상화가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 경기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 2. 18.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고다이라 나오가 내게 존경한다고 하네요.”

이상화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을 기록, 숙적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6초94)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초반 100m를 10초20에 주파, 고다이라의 10초26을 앞질렀다. 전체 1위. 그러나 마지막 곡선주로를 돌아 나올 때 페이스가 떨어졌다. 2위로 들어온 뒤 이상화는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으나 표정은 굳어있었다. 패배의 아쉬움과 심리적 허탈함 등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꼭 안아줬다. 강릉 오벌에 모인 8000여 관중은 “이상화!”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상화도 숨을 가다듬은 뒤엔 태극기를 흔들었다.

시상대에 다가선 이상화는 비로소 미소를 되찾았다. 포디움 두 번째 높은 곳에 그가 올라서자 관중들은 크게 환호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등장한 그는 “‘수고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도전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기회는 있을 것”이라며 “섣부르게 은퇴라고 말할 수 없다.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코너까지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계신기록 느낌이 재현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가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무릎 부상으로 스피드 감각을 잃었다. 1년 6개월 걸려 되찾았다. 드디어 끝난거라고 생각했다. 3연패 부담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되뇌었다”고 되돌아봤다.

레이스를 마친 뒤 고다이라와 대화를 한 그는 “고다이라와는 중학교 때부터 함께 경쟁했다. 나오가 나를 존경한다더라”며 “나도 나오에게 (500m를 앞두고) 1000m, 1500m까지 탄 것에 존경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스스로 “(이전) 나오 경기를 안 봤다”고 고백한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때 내 몸이 굳는 것을 느껴서 (일부러 이번엔) 보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선수가 동계올림픽에서 개인 종목 2연패(김기훈 전이경 이상화)를 이룬 적은 있었으나 현역 선수는 이상화가 유일하다. 그만큼 부담되는 도전이었음에도 이상화는 평창 무대에 당당하게 섰다. 빙상에서 가장 전통이 있고 최단거리인 여자 500m여서 의미를 더했다. 비록 금빛 레이스를 펼치진 못했으나 한국 선수 최초로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 3회 연속 메달 대업적을 이뤘다.

끝으로 그는 큰 힘이 된 가족에게 “올림픽에 부모님이 처음으로 오셨다. 기댄다는 생각으로 경기했다. 너무 긴장해서 부모님 얼굴을 떠올렸고,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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