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최민정, 500미터 결승전 반칙 판정으로 실격
최민정이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미터 결승을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최민정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실격 판정을 받았다.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아쉬운 42초였다. 관중도 아쉬워했다.

한국 쇼트트랙의 비원이었던 여자 500m 올림픽 금메달을 위한 최민정(20·성남시청)의 도전은 해피 엔딩이 아니었다. 4관왕 후보로 점쳐졌던 그가 노메달에 그치며서 한국 쇼트트랙, 더 나아가 한국 선수단의 ‘빅4’ 프로젝트도 삐끗하게 됐다.

‘여자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은 13일 강릉시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금메달리스트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에 불과 22㎝ 뒤진 채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캐나다 선수 킴 부탱의 진로를 막아세운 것으로 드러나 실격 판정 받았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쇼트트랙은 유독 여자 500m에서만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았다. 최민정은 1000m와 1500m를 주종목으로 삼고 있다. 또 여자 3000m 계주는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무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번 500m를 통해 최상의 컨디션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남은 3종목에서의 분전이 기대된다.

결승으로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특히 준준결승에서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최민정은 111.11m 트랙을 4바퀴 반 도는 500m에서 스타트가 좋은 편이 아니다. 이번 대회 준준결승에서도 출발과 함께 3위로 처져 고전했다. 특히 중국의 취춘위가 최민정 앞에서 진로를 지능적으로 방해해 더 어려웠다. 그러나 마지막에 한국 선수 특유의 스케이트날 들이밀기로 이탈리아의 마르티나 발세피나를 따돌리고 2위를 차지, 한 숨을 돌렸다. 그는 준결승부터 진면목을 되찾았다. ‘나쁜 손’ 중국의 판커신을 유유히 따돌리며 42초422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결승행에 성공한 것이다. 최대 라이벌인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예선과 준준결승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울 때마다 최민정이 보란 듯이 깨트렸다.

그러나 결승은 그의 무대가 아니었다. 이 종목 세계 1위 최민정은 2위 킴 부탱(캐나다)과 3위 폰타나, 지난해 세계선수권 종합우승자 크리스티, 복병 야라 판 케르크호프(네덜란드)와 함께 스타트 라인에 섰다. 최단거리 500m에서 중요한 변수로 여겨지는 레인 배정에서 최민정은 가장 안쪽인 1번을 받는 이점까지 누렸다. 그러나 총성이 울린 뒤 튀어나간 선수는 크리스티와 폰타나였다. 부탱을 제친 최민정은 피니시라인을 앞두고 폰타나와 함께 발을 쭉 내밀었으나 22㎝차로 늦게 들어왔다. 그래도 최민정은 관중석에 손을 흔들며 메달을 예감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비디오 판독이 이뤄진 뒤 실격자가 나왔고 대상은 바로 최민정이었다. 부탱과 코너에서 함께 돌 때 그의 다리를 손으로 막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그의 첫 질주는 너무나 아쉽게 끝났다. 폰타나가 42초569로 금메달을 땄다. 판 케르크호프가 43초256으로 은메달, 부탱이 43초881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최민정은 2016년 12월 아이스 아레나에서 평창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성격으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500m 우승을 일궈낸 적이 있다. 매년 4~5차례씩 열리는 월드컵 대회 중 하나임에도 최민정은 홈에서, 그것도 취약 종목 500m에서 정상에 올라 상당히 기뻐했다. 그 기억을 되살려 아이스 아레나에서 달렸으나 본고사에선 2% 부족했다. 이 종목을 위해 지난 여름 체중을 늘리고 근력을 보강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도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내심 기대했던 최민정의 500m 금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낙담하긴 이르다. 남·녀 대표팀 모두 컨디션 상승세임이 드러난 만큼 심기일전하면 당장 오는 17일 열리는 남자 1000m와 여자 1500m에서 추가 메달 획득이 가능하다. 소치 올림픽에서의 참패를 만회할 여지가 충분하다. 한국 선수단은 최민정이 발걸음을 아쉽게 돌렸으나 이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의 다크호스 김민석이 동메달을 따내며 메달 추가 시동을 걸었다. 16일 스켈레톤 남자 싱글의 윤성빈, 1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와 여자 1500m가 계속해서 열린다. 삐끗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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