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돈이 많다고 부자는 아니잖아요. 돈만 많으면 뭐 해요. 행복해야지."


지난해 9월 방송한 KBS '인간극장'에서는 대농(大農)을 꿈꾸는 한태웅(16)군의 농촌 생활을 그렸습니다. 최근 이 영상을 편집한 게시물이 유튜브에 게재되면서 단숨에 SNS 스타로 떠올랐죠. 물질적인 것보다 삶의 행복을 추구하고, 어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 수많은 네티즌이 매료됐는데요. 여기에 구수한 사투리와 능청스러운 춤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부모는 장래성이 없고 위험하다며 공부에 집중하길 바랐지만, 고집을 꺾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는데요. 농축산업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그를 지난 10일 경기도 안성 자택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방송 출연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듯합니다.


한태웅 : 화제가 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많은 분이 알아보시더라고요. 한 번은 트랙터를 타고 논으로 가는 길에 저를 TV 프로그램에서 봤다는 어르신을 만났어요. 말씀하시는데 중간에 끊을 수 없어서 한나절 동안 일을 못했습니다(웃음). SNS 계정을 통해 수많은 응원 메시지도 받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Q : 구수한 말투에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는데요.


한태웅 : 지리적으로 충청도와 가까워 마을 어르신 대부분이 사투리를 쓰세요. 일하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에 붙더라고요. 방과 후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지 못해 아쉽지만, 농사철엔 할 것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인 듯해요.


Q :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한태웅 : 흘린 땀 만큼 수확하는 게 농사잖아요. 온종일 관리하고 자연재해를 견뎌야 하는 등 과정은 힘들지만, 내 손으로 직접 가꿔서 결실을 보았을 때 정말 기분 좋죠.


Q :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한태웅 : 댓글을 통해 '왜 염소 사진만 올리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가축을 키우면서 성장 과정 등을 기록하기 위해 개설했어요. 글로 기록하는 영농일지와 달리 SNS 계정에선 사진과 영상을 첨부할 수 있으니 좋더라고요. 언제든 쉽게 찾을 수도 있고.


Q : "잘 생겼다" "결혼하고 싶다" 등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한 댓글이 많아요.


한태웅 : 가능하면 20대에 결혼할 계획이지만, 불편하고 힘들 텐데 누가 시골에서 살려고 하겠어요. 혼자 살아야 하나 싶은데(웃음).


Q :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계획은 없는지.


한태웅 : 농번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촬영과 편집을 한다는 게 쉽지 않죠. 농촌을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는 게 필요하지만,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안 하니만 못하니까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Q : 방송에서 트랙터와 하우스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습니다.


한태웅 : 마력이 높을수록 사고 위험과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지만, 100마력짜리는 1억원이 넘어서 당장 구매하기 힘들어요. 웬만한 것도 8000만원 이상이라 부모님께 손 벌리기 죄송하고. 하우스는 지난해 폭설이 내린 이후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돈을 모아 만들어주셨죠.


Q : 아이돌 노래보다 트로트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한태웅 : 할아버지와 '가요무대'를 보면서 트로트 음악을 접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가축이 죽어 마음이 아플 때 흥겹게 한 소절을 부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이 넘치더라고요. 저를 지탱하는 힘인 거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만, 주업인 농사를 포기할 순 없고. 기회가 된다면 농사짓는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어요(웃음).


Q : 그렇군요. 틈틈이 노래봉사도 한다고.


한태웅 : 면민 체육대회 노래자랑에 참여해 '대지의 항구'를 부른 이후 각 마을 효도잔치에서 초청이 들어왔어요.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데다 어르신들도 좋아하시니 뿌듯하더라고요.


Q : 농축산물 수입 증가로 많은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태웅 : 가격 때문에 수입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요. 경제적인 어려움 탓에 하나둘씩 농사를 포기하면 식량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그땐 부르는 게 값이라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국민에게 돌아오지 않을까요?. 최근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토론회도 열린다는데, 많은 분이 우리 농축산물을 애용해주셨으면 해요. "못 배웠으니 농사를 짓지"라는 식의 일부 삐뚤어진 시선도 바뀌었으면 좋겠고요.


Q : 최근 2030 세대의 귀농이 늘었다고 하던데요.


한태웅 : 시골에 젊은 일손이 부족해서 많이 오면 좋죠. 귀농하려면 농촌의 생활을 이해해야 하는데, 섣불리 도전했다가 적응을 못해 도시로 다시 나가기도 하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알려줄 정도의 지식이 쌓이면, 귀농한 사람들이 하루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어요.


Q :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닭을 키우다가 최근 염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태웅 : 닭과 달걀을 판매해 번 돈으로 염소를 샀어요.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 힘으로 일을 배우고 싶었거든요. 최근에 들어온 종자 염소도 용돈을 모아서 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염소를 키웠는데, 일부에선 어린 나이에 돈만 좇는 게 아니냐며 부정적으로 보기도 했어요. 학생이다 보니 중간에 포기할 거로 생각한 분도 있고. 수익을 농업과 염소를 기르는 곳에 쓰고, 3년간 꾸준히 하니까 진심을 알아주시더라고요.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자가 됐죠. 염소는 탕, 전골, 수육, 구이 등 다양한 음식으로 즐길 수 있는데 대중화가 되지 않아 모르는 분이 많더라고요. 단순히 염소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한 음식 문화를 선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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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h113@sportsseoul.com


사진 | 정기호기자 jkh113@sportsseoul.com, 한태웅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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