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망향휴게소 화장실 내부에 마련된 파우더룸에서는 그림같은 정원이 내다 보인다. 제공|한국도로공사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실례할 뻔했다.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은 그냥 ‘용변보는 곳’이 아니다.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알리는 ‘관광홍보센터’이자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있는 ‘전시공간’이기도 하다. 화장실의 편견을 깨는 국내 8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공개한다.

경북 문경시 문경휴게소(창원 방향) 화장실 내부에는 아이언맨 등 각종 피규어가 전시돼 눈길을 끈다. 제공|한국도로공사

문경휴게소 남자화장실에서는 ‘아이언맨’을 만날 수 있다. 키즈랜드를 특화한 문경휴게소는 화장실에도 특색을 더했다. 크고 작은 전시부스에 스타워즈 시리즈, 드래곤볼 시리즈, 포켓몬 시리즈, 터미네이터, 토르, 배트맨, 마징가까지 추억이 듬뿍 묻은 피규어 50여점이 전시돼 눈을 즐겁게 한다. 광선검을 든 제다이, 초록색 귀를 쫑긋 세운 요다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볼일’도 있을 지경이다. 야외 키즈랜드에는 대형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전시 중이다.

여자화장실은 팝아트로 특화했다. ‘팝아트의 거장’ 앤디워홀을 비롯해 로이 리히텐슈타인, 브라질의 로메로 브리토의 작품과 해설 등이 창을 따라 전시된다. 앤디워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마릴린먼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 유명한 작품과 작가의 생애를 잠시 바라보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강원도 원주시 문막휴게소(강릉 방향) 화장실은 소설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동화같은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제공|한국도로공사

문막휴게소는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한 동화같은 화장실을 선보이고 있다. 산뜻한 노란색 벽을 배경으로 동화책 한 장을 펼친듯 아기자기한 그림이 등장한다. ‘어린 왕자’ 벽은 화장실을 찾은 꼬마손님들의 포토존 노릇을 톡톡히 한다. 중앙홀에는 소행성 B612에 있는 바오밥나무가 우뚝 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충남 천안시 망향휴게소 화장실은 마치 호텔같은 고급스러움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제공|한국도로공사

가히 ‘역대급’이다. 망향휴게소는 최고급 호텔에 들어선듯 고급스럽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여심을 훔친다. 전체적으로 원목을 사용해 중후한 느낌을 살렸고, 간접조명을 활용해 우아함을 더했다. 페데스탈 일체형 세면대와 하얀 단독 스탠드 조명이 늘어선 창가 파우더룸 등은 여성들의 로망을 고스란히 실현했다. 창가에서 보이는 정원의 아름다움은 물론이다. 이곳 망향휴게소는 지난해 국제인테리어디자인협회(IIDA)가 발행하는 인테리어잡지 펄스펙티브(Perspective)에 우수디자인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경북 칠곡군 칠곡휴게소(부산 방향) 화장실은 뮤지컬 무대처럼 화려하게 꾸며져있다. 제공|한국도로공사

칠곡휴게소에 들어서면 브로드웨이의 신인배우가 된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강렬한 빨강색 벽에 핀조명을 두루 활용, 마치 무대같은 느낌으로 설계됐다. 주먹만한 전구를 뺑둘러 붙인 파우더룸과 앤틱한 거울 등이 제대로 여심을 저격한다. ‘진짜 미친 건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거야’ 라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씨 왓 아이 워너 씨(See What I Wanna See)’의 명대사가 적힌 벽은 마음에 ‘쿵’ 와서 박힌다.

전북 정읍시 정읍휴게소(순천 방향) 화장실은 영화 ‘로마의 휴일’을 소재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제공|한국도로공사

정읍휴게소는 오드리 햅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고전영화 ‘로마의 휴일’을 모티브로 공주풍 화장실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속에서 햅번이 손을 들이밀던 대리석 얼굴 조각 ‘진실의 입’을 지나 흑백 영화스틸에 맞춰 블랙앤화이트로 깔끔하게 꾸민 화장실과 파우더룸을 보다보면 낭만적인 시간여행을 한듯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경기도 이천시 이천휴게소(하남 방향) 화장실은 도자기를 비롯해 전통적인 문양을 가미해 눈길을 끈다. 제공|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휴게소는 그 지역을 알리는 관광홍보센터 역할도 한다. 지역 특산물이나 대표행사, 유적지 등 특색을 녹인 화장실도 많다. 이천휴게소는 이천의 명물 도자기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백자와 청자 등 아름다운 자기가 놓인 입구를 지나면 빗살무늬 화장실 문과 기와모양을 모티브로 한 벽장식이 눈길을 끈다.

강원도 평창군 평창휴게소(강릉 방향) 화장실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는 부스가 마련되어 있다. 제공|한국도로공사

평창휴게소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생생한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화장실 입구 포토존에서는 마스코트 수호랑, 반다비와 함께 스키점프 선수가 되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화장실 안에서도 올림픽은 진행형이다. 양변기를 중심으로 삼면에 컬링,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등 각 종목 사진과 함께 바닥에는 스키날까지 그려져있어 국가대표가 된듯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 화성휴게소(목포 방향) 화장실은 수원화성 행궁을 본따 궁궐처럼 꾸며놓았다. 제공|한국도로공사

화성휴게소에서는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만날 수 있다. 임금이 지방순행시 머물던 별궁인 수원화성 행궁을 재현해 화장실 내부가 마치 궁궐처럼 멋스럽게 조성되어 있다. 묵직하고 반들반들한 나무문과 무쇠고리, 도깨비와 떡살무늬 장식 등으로 왕이 된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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