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웅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아름답다, 훌륭하다. 숨이 멎을 듯 하다!”

지난 9일 성황리에 개막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해 워싱턴포스트, 미러, USA투데이 등 외신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한국 국민들도 웅녀 신화, 고구려 벽화, 아리랑 등 한민족의 전통과 역사에 첨단 IT 기술을 결합한 개회식에 감탄했고, 이는 곧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긍심으로 이어졌다. 다른 나라가 연 개회식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의 적은 예산으로 완성한 무대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연출한 양정웅(50) 예술감독이 개회식을 성공리에 마친 소감과 개회식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개회식을 성공리에 잘 치뤘다. 큰 짐을 던 기분일 듯 하다.

2016년 12월 개회식 감독에 임명된 이후 지금까지 달려왔다. 개회식을 잘 마친 기분은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지붕 없는 개회식장 환경 때문에 추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하늘이 도와 날씨가 괜찮았다. 여러가지 우려와 걱정이 많았는데 아무 사고없이 잘 마쳐서 다행이고, 기대 이상으로 좋아들 해주시니 너무 행복하다.

[포토]계단 오르는 남북 성화주자 정수연과 박종아
-드론으로 만든 오륜기, 인면조 등 와우포인트가 인상적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IOC의 주문은 ‘크리에이티브하게 할 것’이었다. 문화공연이 아니라 스포츠인의 행사이므로 크리에이티브를 넣으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맛깔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와우 포인트(감탄사가 나오는 장면)는 어느 누구 한 명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개회식에 나는 뒤늦게 합류한 편인데 앞서 송승환 예술총감독, 작가진 등과 함께 수많은 회의를 통해 만들어냈다. 특히 송 총감독님이 넘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서 송 총감독님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 송 총감독님의 아이디어 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성화를 든 남과 북의 선수들이 걸어올라갈 수 있도록 슬로프가 계단으로 바뀌는 장면이다.

[포토] 식전공연

-사람 얼굴에 새의 몸을 한 인면조는 호평도 있지만 무섭다는 평도 많았다.

인면조가 트위터에서 실검 1위를 하고 패러디물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면조를 알게 되고 이야기하는 것이 행복하다. 안티 의견도 많은데 안티도 좋다. 인기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인면조는 동물과 인간이 합해진 상상속 동물로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그림이다. 주작 현무 청룡 백호 등이 동서남북에 제대로 자리잡고 인면조가 세상에 나타나면 세상에 평화가 온다는 스토리를 가진 불교적 배경의 그림이다. 내부에서도 무섭다고 없애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애정이 가는 캐릭터여서 끝까지 지켜냈다. 21세기는 판타지의 시대다. 우리 신화속 판타지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게 돼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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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을 본 뒤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는 평도 많다.

한국의 색을 의상으로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우리나라 정상급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참여해 전통 한복에 현대미를 가미한 아름다운 한복을 만들어냈다. 금기숙 진태옥 이영희 송자인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고구려 벽화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 의상은 송자인 디자이너의 작품이고, 웅녀의 의상과 피켓걸의 의상, 태극기 운반 선수들의 누빔한복 등은 금기숙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장고춤 무용수 한복과 소프라노의 의상은 이영희 한복 디자이너가 맡았고, 진태옥 디자이너는 전인권 등 4명의 가수들 의상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실력파 디자이너가 참여해 한국적 미를 세계에 알렸다.

-드론 쇼가 인상적이었다. 라이브로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개회식에서 라이브로 하기 위해 준비했었다. 개회식 무대의 주변인 용평 슬로프를 활용해서 라이브로 준비했는데 사전 테스트에서 강한 바람 때문에 드론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강원도 바람이 워낙 막강했다. 기존 올림픽 개회식에서 드론이 활용된 적이 없어서 송 총감독님도 저도 드론쇼를 무척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상으로라도 구현을 하자고 의견이 모였다. 그날 개회식 때 바람이 적어서 동시에 구현하려고 준비를 했는데 드론 인근에 모여든 인파 때문에 구현하지 못했다. 드론 쇼를 하려면 반경에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개회식을 보러 모여든 인파 때문에 못했다.

-연극 연출가로서 국제적 행사의 개막식 임무를 잘 완수해 자부심이 클 듯하다.

예산도 적고 지붕도 없는 한계점 때문에 연출에 제약이 많았다. 환경의 제약 때문에 많은 아이디어들이 사장됐다. 예산도 다른 나라 올림픽 예산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어려운 환경을 뛰어넘는 것은 그동안 연극 연출가로 살아오면서 수없이 해온 일이었기에 좌절하지 않고 하나 둘씩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 ‘작은 규모지만 유니크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해 사람 중심의 무대를 만들자’는 의도가 잘 완성됐다. 특히 개회식 슬로건인 ‘패션 커넥티드’에 맞게 참여한 모두가 함께 아름다운 무대를 완성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제 시선을 자연스럽게 폐회식에 쏠린다. 폐회식에도 와우포인트가 많을까?

폐회식은 장유정 감독의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다. 개회식을 잘 마쳤으니 이제 폐회식을 도우러 가려고 한다. 개회식 처럼 놀랄 만한 장면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안다. 곧 베일이 벗겨질테니 기대해달라.

eggroll@sportsseoul.com

사진 | 평창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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