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짓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석방 이후, 곧바로 삼성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이뤄지는 등 본격적인 경영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 작업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수사 이전부터 추진하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지난해 이 부회장의 구속과 함께 사실상 중단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뇌물공여 혐의를 밝힐 핵심 쟁점으로 지목된 만큼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계열사 지분 이동이나 합병 등을 추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지배구조 개선 핵심과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정리다. 삼성생명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지분 8.19%를 확보한 최대주주였다. 그리고 최근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이 더 높아졌다. 또한 삼성화재나 삼성카드 등 다른 계열사들 지분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생명의 2대 주주는 삼성물산(19.34%)이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08%)으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로 이재용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생명이 가진 지분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연결되는 삼성 순환출자의 핵심축으로 그룹 지배구조와 밀접하게 연계돼있다.

지배구조
삼성그룹의 지배형태.

현재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이용해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 오너 일가가 5%대 지분으로 시가총액 287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구조는 삼성생명과 같은 금융회사가 삼성전자 같은 비금융 계열사 지분 5%이상 취득을 금지하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에 위배된다. 이뿐만 아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후 삼성전자 지분이 8.77%로 늘었다. 삼성전자 지분과 삼성화재(1.53%)와 합산하면 10%가 넘는다.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시장가격 기준 3%까지만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가량을 정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비금융사인 삼성물산과 삼성SDS 등은 삼성전자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물산 등이 보유했던 1조원 규모의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매각했다. 이어 최근에는 삼성물산이 소유한 서초동 사옥을 매각하며 현금확보를 했다.

금산분리 이슈는 이 부회장 구속 전부터 시민단체, 공정위 등에서도 법률적 문제를 제기한 사안이다. 그리고 최근 이 부회장이 석방되면서 시민단체와 공정위는 다시 강하게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해 삼성의 지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 문제 외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등도 해결해야 할 또다른 과제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는 그룹 계열사간 출자를 자본 적정성 평가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그룹 통합감독방안’을 발표했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를 한꺼번에 감독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방안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할 회사로 삼성그룹이 꼽힌다.

삼성물산이 조달한 자금을 삼성생명에 출자하고 삼성생명이 그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에 출자할 경우 현행 감독 시스템 아래에서는 각각의 출자분이 모두 ‘적격자본’이다. 하지만 새 통합감독방안 아래서는 그룹 내 출자분이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도 삼성생명은 자본 확충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최근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으로 삼성생명 지분이 10% 이상이 됐다. 당장 삼성생명은 그 지분을 팔아야햐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그 지분을 삼성물산이 살것인지 삼성SDS가 살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삼성물산은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한화종합화학 지분매각에 이어 서초동 사옥을 파는 등 현금확보를 하고 있다. SDS의 경우, 물류와 IT서비스사업 인적분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실상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거의 마무리 수순에 있다”고 설명했다.

melod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