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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을 찾은 관람객이 보안검색대 앞에서 줄을 선 채 기다리고 있다. 평창 | 김용일기자

[평창=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하늘이 도왔나 보네요.”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40분여 앞둔 오후 7시20분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박선규(49·자영업) 씨는 ‘날씨가 얼마나 추운 것 같으냐’는 기자 말에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옆에 있던 아내 박희연(45·자영업) 씨도 “춥긴 한데 나름대로 중무장하고 와서 이 정도면 버틸 순 있을 것 같다”고 맞장구쳤다.

겨울왕국을 연상케 하는 개회식이 되리라는 예상을 깨고 최악의 한파를 피했다.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이 날 전국 각지에서 몰린 이들은 방한복과 방한모자, 목도리는 물론 온몸에 핫팩을 단단히 두르고 올림픽스타디움에 발을 내디뎠다. 너도나도 “생각한 것보다는 춥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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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을 찾은 중국 CCTV가 리포팅하고 있다. 평창 | 김용일기자

추위 공포가 예고된 건 6일 전 모의 개회식 여파가 컸다. ‘대관령발 칼바람’은 매서웠다. 영하 12~14도를 기록하면서 체감온도가 영하 20~22도까지 떨어졌다. 지붕이 없는 경기장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평창조직위에서 임시방편으로 문마다 방풍막을 설치했으나 관람객이 효과를 체감한 시간은 매우 짧았다. 차가운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관람객은 1시간이 지난 오후 9시께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매점 현금 결제기가 얼어붙어 작동이 안 된다는 등 이날 추위를 대변하는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평창은 180도 다른 세상이 돼 있었다. 이번 주 초부터 강릉, 평창 지역 기온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기자가 오후 6시께 기온을 확인했을 때 영하 2도였다.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 정도로 모의 개회식 때보다 10도 이상 기온이 상승한 셈이다. 개회식에 참석한 자원봉사자 6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집결, 올림픽 스타디움 각 구역에 배치됐다. 최지영(24) 씨는 “아무래도 계속 서 있어야 하다 보니 춥긴 한데 방한 대책을 확실하게 했다”며 “이 정도 추위는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관람객은 개회식 오후 4시부터 입장이 가능했다. 평창조직위가 모든 관람객에게 판초 우의, 무릎 담요, 핫팩 방석, 손 핫팩, 발 핫팩, 모자 등 방한용품 6종 세트를 나눠줬다. 장내에도 대형 열풍기 8대를 가동하는 등 평창조직위에서 방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장내에 입장한 관람객의 표정도 한결 나아 보였다. 한 자원봉사자는 “언론에 워낙 개회식 때 추우니 방한 대책을 강조하는 얘기가 나오다 보니 관람객들이 철저하게 준비해 오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개회식에 맞춰 현장에 도착해 외국 선수단의 표정도 한결 밟았다. 캐나다 선수단은 올림픽스타디움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자원봉사자, 현장 안전요원과 기념촬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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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을 찾은 관람객이 경기장 근처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평창 | 김용일기자

추위는 우려보다 덜했지만 관람객이 장내에 입장하는 과정에선 잡음이 있었다. 수원에서 온 40대 남성은 “생각보다 보안 검색대 통과하는 시간도 길지 않았고 그렇게 춥지도 않다”며 “다만 관람객 동선을 안내해주는 분들이 제대로 (올림픽스타디움 구역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길을 안내하지 못해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온 일본인 친구와 오후 4시30분 청량리역에서 KTX를 타고 진부역에 왔다고 밝힌 김지호(25) 씨는 “교통이 복잡할 것으로 예상은 했는데 대회 관계자 차량 위주로 내부 진입이 이뤄지면서 (셔틀버스 이용자들은) 제대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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