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 인턴기자]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한파도 스타를 향한 팬들의 마음마저 얼릴 수는 없었다.


2017년 가요계를 총결산하는 '한국방문의 해 기념 제27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시상식(주최 스포츠서울, 주관 서울가요대상 조직위원회. 이하 '서울가요대상')이 2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서울가요대상'을 통해 한 해 동안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고 영예인 대상을 비롯해 본상, 신인상 및 장르별 특별상 등 부문별 수상을 놓고 열띤 경합을 펼쳤다.


무엇보다 이날 시상식을 더욱 빛낸 것은 팬들이었다. 가요계를 화려하게 장식한 별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이들을 보기 위해 찾은 팬들로 현장은 시작 전부터 북적였다. 이날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16도로 한파경보까지 내려졌고 체감 온도는 영하 22도까지 떨어졌지만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팬들은 빨갛게 얼어붙은 양 볼을 손난로로 녹여가며 시상식 시작 한참 전부터 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수면 바지도 입고 장갑에 목도리까지 꽁꽁 둘러싸며 자신들의 좋아하는 스타의 얼굴을 보기를 고대했다. 매서운 한파에 온몸이 얼어붙었지만 팬들의 얼굴은 웃음과 설렘으로 물들어 있었다.


시상식장 안팎을 뜨겁게 달군 팬들의 열기를 모아봤다.


▲ "내 가수 보러 비행기 타고 왔어요" 글로벌 팬들의 존재감


한류의 뜨거운 인기 만큼 실제 이날 '서울가요대상'을 찾은 외국인 팬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외국인 팬들은 꽁꽁 언 손을 붙들고 고척돔을 찾았다. 한류 열기가 뜨거운 칠레에서 온 까롤라 씨는 "칠레에서 한류 인기가 엄청나다. 슈퍼주니어, 엑소, 방탄소년단, 워너원 다 좋아한다"며 "방탄소년단이 칠레에 와서 콘서트 3번이나 했다. 올해 슈퍼주니어 콘서트도 한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이어 "나는 원래 일본에 있었는데 '서울가요대상'을 보려고 한국에 왔다"고 덧붙였다.


중동 팬들도 눈에 띄었다. 카타르에서 온 샤리파 씨는 "일주일 전에 '서울가요대상' 보러 왔다. 방탄소년단, 엑소가 특히 카타르에서 인기가 많다. 카타르 대학에는 K팝을 위한 학과가 있을 정도"라고 말해 한류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K팝이 좋아 한국에 워킹홀리데이를 왔다는 팬도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마리 씨(21)는 "프랑스에도 한국 가수 인기가 아주 많다. 방탄소년단 팬이다"라며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봄날'"이라고 전했다.


이날 '서울가요대상'은 한류의 열기를 반영해 100% 해외 팬들의 손으로 결정되는 한류특별상을 만들었고, 이날 엑소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 "언제나 함께해" 표가 없어도, 가수 불참에도 팬들 열기는 '후끈'


추위는 물론, 어떤 제약도 팬들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아쉬운 마음에 공연장 밖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라도 듣겠다는 의지로 현장을 찾았다.


아침부터 세종시에서 부리나케 왔다는 중학생 팬들은 "표를 구하지 못했는데도 그 열기라도 느끼고 싶어서 왔다"며 "자정에 왔는데 시상식 시작하는 7시까지 기다려볼 생각이다"라고 열정을 드러냈다. 방탄소년단 팬이라는 이들은 "방탄소년단이 꼭 대상 받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비록 시상식 당일 해외 스케줄 상으로 엑소는 불참했지만 팬들은 추운 날씨에도 '서울가요대상'을 찾아 엑소를 응원했다. 시상식 시작 한참 전부터 모인 팬들은 한 곳에 모여 함께 응원봉을 들고 "엑소 사랑하자!"를 외쳤다.


5시간 걸려 이날 아침 창원에서 왔다는 중학생 팬은 "공연은 못 하더라도 상 받을 때 응원하기 위해 왔다"며 엑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엑소, 몸 관리 잘하고 있어. 우린 한국에서 응원할게!"라고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비록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볼 순 없어도 늘 한결같은 위치에서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에 이날 고척돔 앞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 고척돔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더욱 빛났던 K팝 별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야광봉, 플랜카드 등 응원도구를 손에 든 채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 7시, '서울가요대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며 시상식 내부가 암전되자 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이날 시상식 무대에서도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등장할 때마다 고척돔이 떠나갈 듯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무대에 서지 않아도 이름이 불리고 화면에 비칠 때마다 열광의 함성을 지르며 가수를 응원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야광봉들은 아름다운 물결로 장관을 연출했다.


특히 워너원은 프리스틴, 청하와 함께 생애 단 한 번 기회가 주어지는 신인상뿐 아니라 본상까지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워너원이 무대에 오르자 고척돔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어진 공연에서 워너원은 섹시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무대를 펼쳤고, 팬들은 함께 즐기며 환호했다.


이날 '서울가요대상'의 주인공은 본상과 대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이었다. '서울가요대상'에서 처음으로 대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의 이름이 불리자 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뛸 듯이 기뻐했다. "저희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돼 주셔서 감사하다"는 방탄소년단의 수상소감에 여기저기서 "사랑해", "BTS!" 등 응원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진 앵콜 무대에서 방탄소년단은 팬들의 목소리와 하나 되어 무대를 완성했다.


해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엑소는 같은 소속사 선배인 슈퍼주니어 이특을 통해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고, 팬들도 큰 함성으로 이에 화답했다. 이밖에도 방탄소년단, 엑소을 비롯해 슈퍼주니어, 트와이스, 볼빨간사춘기, 갓세븐, 세븐틴, 레드벨벳, 뉴이스트W, 블랙핑크, 비투비, 워너원 등 12팀이 본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어지는 무대마다 펼쳐진 팬들의 응원전은 고척돔을 4시간 남짓 뜨겁게 달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ㅣ정하은 인턴기자, 스포츠서울 특별취재단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