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Cruise-Computer-Wallpaper
영화 ‘오블리비언’의 한장면. 사진 | 영화캡처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정찰대원 잭(톰 크루즈)과 비카(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꿈은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마치고 파라다이스인 타이탄으로 이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잭은 꿈속에서 마주치는 한 여인을 실제상황에서 맞닥뜨리며 혼란에 빠진다. 지워진 기억 속에 희미하게 살아있던 여인은 다름 아닌 아내 줄리아(올가 쿠릴렌코)였다. 잭은 지워진 기억과 현실을 넘나들며 혼란에 빠진다.

그 혼란 속에서 잭은 진실과 진리를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잭은 자신이 지구를 폐허화시킨 점령군들에 의해 복제된 채 그들의 명령을 성실히 수행하는 노예임을 깨닫는다. 복제되기 전 잭은 저항군의 사령관이었고 줄리아 역시 동료이자 아내였다. 실체를 알게 된 잭은 거대악 ‘테트’ 를 물리치기 위해 홀로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지난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오블리비언’ 의 줄거리다. ‘망각’이라는 의미를 가진 영화 ‘오블리비언’은 오랜만에 보는 SF 수작이다.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영화는 반전을 거듭하며 막바지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CG임을 알면서도 CG임을 잊게 만들 정도로 화면을 실제처럼 섬세하게 처리했다.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4K 2D 렌즈로 촬영한 고화질의 선명한 영상은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사색적이다. 또한 등장인물간의 긴장감 넘치는 대사처리와 곳곳에서 보여지는 철학적 메타포(은유)는 영화를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영화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과 그림이 등장해 영화가 가진 철학적 주제를 암시하고 있다.

001b604e
프로콜 하럼의 ‘ A whiter shade of pale’가 수록된 1967년 앨범 표지

◇‘A whiter shade of pale

’ - 첫번째는 락그룹 프로콜 하럼(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 이다. 진실을 알게 된 잭이 아내인 줄리아에게 ‘우리가 자주 들었던 노래’ 라며 들려주는 곡이다. 프로그레시브 락의 선두주자인 프로콜 하럼(Procol Harum)의 명곡으로 1967년 7월에 발매된 후 영국 차트 1위, 미국 빌보드차트 5위에 오른 것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10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락 발라드의 걸작이다.

‘A whiter shade of pale’은 바로크 음악의 대가 요한 세바스찬 바하의 칸타타인 BWV 140번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의 첫 주제와 관현악조곡 3번의 2악장 ‘G 선상의 아리아’를 모티브로 작곡한 곡으로 오르간의 웅장함속에 강렬하면서도 우울한 멜로디가 사람들의 심장을 멎게 하는 곡이다. 염세적인 허무함이 가득 밀려오는 곡으로 영화가 내포한 인간의 불완전함, 불안함을 대변하고 있다. 라틴어인 프로콜 하럼의 뜻이 ‘beyond these things’ 를 감안하면 영화가 주는 상징성 또한 읽을 수 있다.

untitled
앤드류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

◇‘크리스티나의 세계

’ - 두번째는 그림으로 미국의 국민적 화가로 사랑받고 있는 앤드류 와이어스(1917~2009)의 가장 유명한 그림인 ‘크리스티나의 세계’ 다. 잭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라며 ‘테트’ 를 처치하러 떠나기 전에 아내인 줄리아에게 보여주는 그림이다. 그림속에서 한 여인이 저 멀리 언덕위에 있는 집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그림속의 실제 주인공은 크리스티나 올센으로 와이어스의 이웃이었다. 와이어스는 크리스티나를 모델로 수많은 연작을 남겼다. ‘크리스티나의 세계’ 도 그중의 하나다. 크리스티나는 실제 어렸을 적에 소아마비에 걸려 잘 걷지를 못했다. 그림속에서 크리스티나는 주저앉은 자세로 저 멀리 자신이 가야 할, 살아야 할 집을 쳐다보고 있다. 힘들어도 꼭 가야할 집이다. 마치 영화속에서 잭과 줄리아가 찾고 싶어하는 ‘피안’의 세계를 암시하고 있는 듯 하다.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도 1초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함,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고뇌를 노래와 그림으로 표출하고 있다. 영화는 노래와 그림이 상징하는 요소들을 섞어가며 관객들에게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잭이 사랑했던 노래와 그림은 모든 인간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바하의 관현악조곡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 더불어 가장 인기있는 세속음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G선상의 아리아’를 비롯해서 바디네리, 폴로네에즈 등 귀에 익숙한 곡들이 많다.

field4

◇아나로그 명반 - 칼 리히터

칼리히터의 아르히브 음반(도이치 그라모폰의 자매 음반회사)은 1950년대 녹음으로 스테레오 초기의 음반이다. 시대적인 녹음 상황상 외이드 레인지를 커버하기엔 부족함이 있지만 곡이 내포한 전아함과 우아함을 잘 표현했다. 최초의 바하 스페셜리스트답게 칼 리히터는 바하 특유의 안정감과 격조를 살려냈다.

51Kf1-h046L__PJautoripBadge,BottomRight,4,-40_OU11__

◇디지털 명반 - 톤 쿠프만

에라토에서 발매한 톤 쿠프만의 음반은 총 연주시간이 80분 내외로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10분에서 20여분을 단축시키는 파격을 선보였다. 원전악기 연주로서 바로크 바이올린이 가지고 있는 활의 부드러움과 속도감이 절정을 이루며 듣는 이들의 귀를 쫑긋거리게 만든다. 디지털 녹음으로 모든 악기들이 내는 화음을 잘 잡아낸 것도 명반으로 자리매김한 비결이다.

rainbow@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