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한화 이글스 정근우가 25일 대전 한화 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진행된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준비하며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2017.05.25.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즉시전력감으로 부족함이 없다. 큰 무대 경험도 많다. 하지만 원소속구단은 이도저도 아닌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36)가 미아 위기에 처했다.

스프링캠프가 2주 앞으로 다가왔으나 진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정근우의 원소속팀 한화는 일방적으로 계약기간 2년만 통보한 채 요지부동이다. 이적도 쉽지 않다. 보상선수와 보상금이 따르는 프리에이전트(FA) 제도로 인해 어느 팀도 정근우 영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야구계 전체적으로 정근우의 기량을 인정하고 높게 평가하지만, 20인외 보상선수 한 명과 보상금 14억원은 정근우 영입에 거대한 장애물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수 년 동안 반복되고 있다. 겨울마다 제도에 발목 잡힌 베테랑 FA는 원소속팀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가까스로 계약을 맺는다. 심지어 KIA 최영필(44)은 2010시즌 후 한화와 FA 계약을 맺지 못해 진짜 미아가 됐다. 2년 동안 해외리그에서 뛰다가 2012년 SK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복귀했다.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선수등록마감일을 늦춰 FA의 계약 기간을 연장했지만 실질적인 계약 마감일은 스프링캠프를 하루 앞둔 1월 31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화와 정근우의 문제에는 어느 정도 답이 나와있다. 정말 한화가 정근우를 필요전력으로 판단했다면 정근우와 제대로 된 협상테이블을 차리면 된다. 반대로 계약기간 2년을 고수해야만 하면 넥센과 롯데처럼 대승적 결단을 내리면 된다. 넥센은 박병호가 돌아와 전력외로 분류된 FA 채태인을 위해 롯데와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채태인을 미계약자로 방치시켜 둘 수도 있었으나 채태인의 앞길을 열어주고 좌완 유망주 수집이라는 팀의 방향성도 이어가는 윈윈 거래를 성사시켰다. 롯데 또한 채태인을 영입해 중심타선과 1루 수비 강화에 성공했다. 4번 타자 1루수로 이대호가 자리하고 있으나 이대호의 체력안배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채태인은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이대호가 지명타자, 채태인이 1루수로 나서는 라인업을 짤 수도 있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의 수혜자가 된 롯데는 FA 최준석도 채태인처럼 미래를 열어줄 뜻을 밝혔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최준석 선수의 앞길이 열릴 수 있도록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고려하고 있다”며 최준석을 놓고 9개 구단과 트레이드 논의를 펼칠 것을 발표했다. 채태인 영입으로 받은 이익을 대승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이다.

2018시즌 한화의 모토는 리빌딩이다. 젊은 선수들의 출장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정근우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화도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정근우의 미래를 열어주면 된다. 정근우를 시장에 내놓고 유망주를 영입하면 리빌딩에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실제로 최소 2개 구단이 정근우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 여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박종훈 단장을 비롯한 한화 수뇌부는 정근우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상태다.

현실적으로 한화는 롯데와 넥센처럼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전력은 아니다. 상위권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경쟁팀끼리도 상대 전력이 상승하는 거래를 피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화만 뚜렷한 목표점 없이 섬에 갇힌 모양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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