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28일 잠실야구장에서 2016 KBO 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LG 정성훈이 2회초 중전안타를 치며 2000안타를 달성한 후 환하게 웃으며 관중에 인사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미안한 마음을 갖고 뛰어야죠.”

지난 겨울 LG에서 방출돼 갈 곳을 잃은 정성훈(38)이 현역생활 연장의 꿈을 다시 품었다. 지난 16일 KIA가 프리에이전트(FA) 김주찬과 재계약을 체결하자 무적 신분이던 정성훈에게 높은 관심이 쏠렸다. KIA 조계현 단장과 김기태 감독이 LG를 이끌 때 애정을 가졌던 선수라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베테랑과 이별할 때 잡음이 없기로 유명한 김 감독은 “스스로 납득하고 유니폼을 벗어야 두 번째 인생도 멋있게 살아갈 수 있다. 야구 선배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깔끔하게 마무리할 기회를 주는 것 뿐”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베테랑을 중용하는 듯 하면서 물흐르듯 세대교체를 이끌어내는 김 감독 특유의 선수단 운영 철학을 고려하면 정성훈도 팬과 이별할 준비 시간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방출 이후에도 꾸준히 개인훈련을 하며 만에 하나 있을 부름에 대비하던 정성훈은 KIA행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고향팀이자 데뷔했던 팀이라 남다른 팀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먼저 나서서 ‘가고 싶다’고 얘기할 수 없다. 만약에 KIA에서 나를 영입하면 누군가의 엔트리 한 자리가 희생당하는 게 된다. 현역으로 뛸 자신도 있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준비도 돼 있지만 후배 자리를 빼앗아 뛴다는 미안함은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취와 관련해 내가 먼저 얘기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조용히 준비하면서 부름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2012 프로야구 롯데-LG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LG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LG 정성훈(오른쪽)이 좌월 1점홈런을 치고 덕아웃에서 김기태 감독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현역 최다 경기 출장(2135경기) 기록을 보유한 정성훈은 한 경기만 더 나서면 이 부문 역대 신기록을 작성한다. ‘미스터 레전드’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2135경기)의 기록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53개의 안타를 추가하면 국민타자 이승엽(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2156개)을 넘어 역대 최다안타 2위에 오른다. 출장기회만 주면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려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를 얻고 싶어한다.

전망은 밝은 편이다. 조 단장이 “김 감독의 요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현장에서 필요하다는 선수를 구단이 막을 이유가 없다”며 김 감독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베테랑 선수를 영입할 때에는 모양새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지난 2016년 삼성에서 방출된 임창용을 데려올 때에도 ‘연봉 백지위임 및 전액 기부’로 반대 여론을 최소화했다. 정성훈 역시 백의종군을 선언한 상태라 구단이 움직이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광주행 열차를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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