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찬
KIA 김주찬(왼쪽)이 16일 오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단장실에서 조계현 단장과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김주찬(37·KIA)이 적지 않은 나이에 만족할만한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끌어냈다. 반면 1살 적은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정근우(36·한화)는 아직까지 FA 계약서에 사인하지 못하고 있다. 채태인(36)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으며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그와 동기인 최준석(35·롯데)은 FA 미아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김주찬은 지난 16일 2+1년 총액 27억원(계약금 15억원, 연봉 4억원)에 KIA와 도장을 찍었다. 베테랑 FA들이 한파에 고생하고 있지만 김주찬은 달랐다. 만 37세의 나이를 고려하면 엄청난 계약이다. 하지만 정근우는 여전히 구단과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최초 2년 계약안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고 있다. 정근우는 김주찬과 비교하면 타격 성적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다. 최근 4년을 기준으로 김주찬은 450경기에서 타율 0.333, 560안타, 62홈런, 279타점, 48도루를 기록했고 정근우는 494경기에서 타율 0.312, 592안타, 47홈런, 244타점, 81도루를 기록했다. 타율과 홈런, 타점 등에서 김주찬이 조금 높지만 정근우가 더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게다가 정근우는 수비 부담이 큰 2루수다.

엇비슷한 성적을 내고 나이도 비슷한 김주찬과 정근우는 왜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일까. 김주찬은 지난해 주장을 맡아 후배들을 잘 다독거리며 KIA의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 프리미엄’이 붙었다. 덕분에 김주찬도 협상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근우는 한화로 온 뒤 포스트시즌 무대조차 밟은 적 없다. 10년 연속 가을잔치 문턱을 못 넘은 한화는 육성 쪽에 초점을 맞추기로 해 노장인 정근우에게 긴 계약기간을 불허하고 있다. 김주찬과는 처한 환경 자체가 다르다.

채태인
1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채태인이 2회말 우중월 홈런을 날린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스포츠서울>

채태인과 최준석 역시 마찬가지다. 채태인은 지난 12일 롯데로 이적했다. 공교롭게도 채태인의 합류로 최준석과 롯데의 결별은 사실상 확정됐다. 채태인은 지난해 109경기를 뛰며 타율 0.322, 110안타, 12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최준석 역시 지난해 125경기에서 타율 0.291, 119안타, 14홈런, 82타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둘의 성적은 비슷하지만 채태인은 롯데의 선택을 받았고 FA를 선언한 최준석은 어느 팀과도 연결되지 않고 있다. 최준석은 뛸 팀을 찾지 못할 경우 유니폼을 벗어야할 수도 있다.

환경에서 채태인과 최준석의 운명이 갈렸다. 롯데의 팀 사정상 최준석보다 채태인이 더 필요했다. 좌타자가 부족했고 이대호 부담을 덜어줄 수비잘하는 1루수가 필요했다. 최준석보다 채태인이 더 잘 뛴다는 점도 고려됐다. 최준석이 타자로서 분명 훌륭한 선수지만 주로 지명타자로 써야하기에 FA시장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김주찬과 정근우, 채태인과 최준석 등은 서로 비슷한 준척급 FA로 분류됐다. 나이와 기록 등에서 서로를 기준점으로 삼았지만 결과는 대조적이다. 운명의 장난처럼 한 쪽은 웃고 있지만 다른 쪽은 울상이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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