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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내 이상형이 윤종신이라고 써달라. 내 기사 타이틀을 ‘윤종신’으로 뽑아주지 않아도 되지만 내가 뽑아달라고 말했다고 꼭 써달라.”

장재인이 6년째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머물며 배운 건 음악 뿐이 아니었다. 사회 생활에 필요한 능력들도 향상된 상태였다. 특히 회사 수장인 윤종신에 대한 ‘아부’에 대해서라면 달인을 넘어 장인의 경지에 이른 모습이었다.

장재인은 15일 신곡 ‘버튼’으로 컴백했다. 이 곡은 윤종신이 작사·작곡한 노래로 윤종신이 영국드라마 ’블랙 미러’에 등장하는 ‘기억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에서 가사 영감을 얻었다. 신곡과 관련해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장재인의 모든 답변은 ‘기승전윤종신’이었다. 그는 입바른 소리, 경우에 따라서는 아부를 가장한 고도의 디스가 아닌지 헷갈리는 이야기를 할 때도 꼭 윤종신에게 꼭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2010년 슈퍼스타K2에서 심사위원과 참가자로 만난 뒤 9년째 인연을 이어온 이들의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신곡을 소개해 달라.

윤종신 선생님의 곡이다. 최첨단 과학 기술을 접목한 가사를 만날 수 있다. 선생님이 새로운 시도를 하셨다. 선생님은 이별을 염두에 두고 만든 가사 같은데 나는 인생으로 해석해서 불렀다.

-윤종신이 구체적으로 이 노래 가사에 어떤 새로운 시도를 했나.

최첨단 기술인 나노 기술을 삽입했다. 내가 부른 월간 윤종신 2017년 9월호 ‘아마추어’에 자전과 공전에 대한 가사를 넣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계신데 이번에도 그렇더라.

중요한 건 그런 ‘가사 장인’이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그 곡을 내가 부른다는 점이다. 역시 그분의 선구자적인 시점이 있는 것 같다. 나를 통해서 첨단 기술을 구현하시는 걸 보면 나는 그의 페르소나다.

윤종신 선생님이 ‘월간 윤종신’을 시작할 무렵 왜 그런 시도를 하냐는 말을 들으셨는데 5~6년이 흘러 JTBC ‘뉴스룸’에 나오실 정도로 성공했다. 지금 선생님은 과학을 가사에 도입하는 새로운 시도의 첫 발자국을 떼셨다. 앞서 ‘아마추어’가 실험 단계였다면 이 노래 ‘버튼’이 본격적인 시작이다. 5년 후 윤종신의 노래 가사는 모두 과학기술만 들어가 있을 것이다. 어떤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셨고, 그게 ‘장재인을 통해서’라는 게 중요하다.

-왜 윤종신은 하필 장재인을 통해 최첨단 과학을 구현하려 했을까.

황금 개띠해 미스틱 음원의 첫 주자로 나를 선택한 걸 보면 나를 미스틱의 얼굴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날 예뻐하는 것 같다. ‘우리의 첫 주자는 너여야 한다!’라고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여기는 거 같다. 어쩐지 나를 챙기시는 것 같긴 했다. 안 챙기는 척 하면서 얼마전 기타를 한대 주셨다. 그런데 나 이전에 다른 아티스트들도 기타를 받았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아마추어’ 노래를 받을 때 윤 선생님이 내게 ‘재인아, 이젠 가사를 쓰려면 과학 책을 봐야 해. 이 가사 죽이지 않냐? 자전·공전, 죽이지 않냐?’고 하셨다. 윤종신 가사의 새로운 도약, 새 세대의 가사에 영감을 준 나는 그의 뮤즈다. 나는 이제 윤종신의 ‘과학의 뮤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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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어떤 계기로 윤종신의 곡을 받게 됐나.

사실 이 곡을 발표하기 전 정규 앨범을 작업 중이었는데 윤종신의 노래가 없어서 서운했다. 아마 윤 선생님도 서운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생님, 곡 써주세요. 미스틱 앨범에서 윤종신의 노래가 빠지는게 말이 되냐’고 했더니 기분 좋아하시더라.

바로 써서 주시며 ‘너무 잘 나온 곡이야’라고 하셨다. ‘가사도 내가 쓸게’ 하셔서 ‘당연하죠, 당신은 레전더리, 장인입니다. 쓰십시요’라고 했는데 바빠서 잊어버리셨다. 선생님께 ‘쓰신다고 하셨잖아요’라고 재촉해서 지난해 8~9월 가사를 받았다.

-장재인이 생각하는 작사가 윤종신, 작곡가 윤종신의 매력은.

작곡가로서는 그분만의 독특한 멜로디를 쓴다. 서정적이고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있다. 멜로디가 귀에 잘 들리는데 뻔하지는 않다. 내가 함께 작업해보니 윤 선생님은 뻔하게 가는 걸 잘 못견뎌 한다. 그래서 엔딩의 마무리, 코드를 잘 바꾼다. 잘 들리는데 뻔하지 않게 끝나는 이유다.

작사는 다작을 하지만 멋있다. 많이 빨리 쓰는 데 퀄리티가 좋다. 오래 하면 그렇게 되나? 엄청난 재능이다. 쓰윽 쓰면 자전과 공전에 대한 엄청난 가사가 나온다. 윤종신의 가사엔 특유의 말투가 있다. 남성적인 느낌이 있는데, 내가 느끼는 윤종신 가사의 이미지는 얇은 네모 같은 모양이다.

-인간 윤종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상형이다. ‘이상형’이라고 써달라. 윤종신을 타이틀로 뽑아주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내가 타이틀로 뽑아달라고 얘기했다고 꼭 써달라. 회사 내 다른 뮤지션의 인터뷰를 보면 (윤종신에 대한) 찬양 밖에 안하더라. 그걸 보며 내가 사회 생활을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기사 제목에 윤종신이 언급될 수 밖에 없게 말을 하더라. ‘아!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윤선생님은 자신이 기사에 언급되면 좋아하더라. 자신을 언급한 회사 뮤지션에 대한 애정도 깊어지는 거 같았다. 왜 나는 안 그랬을까.

하지만 나는 윤종신의 뮤즈다. 미스틱의 새 세대의 첫걸음이다. ‘월간 윤종신’ 새 역사의 시작이다. 윤종신의 과학 가사가 언급될 때마다 앞으로 내가 언급될 것이다. 첨단 기술의 도입은 장재인의 ‘아마추어’부터였고, ‘버튼’을 통해 본격화됐다.

-윤종신과 사이가 좋아 보인다.

사실 요즘 서로 조금 삐쳐있다. 원래 잘 그런다. 나는 서운해도 금방 풀린다. 서로 한번 삐치면 사이가 돈독해지더라. 서로 푸는 방법을 안다. 한번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서로 풀리는 게 있다. 서로 정이 많이 들어서 기대치가 커진 탓인 것 같다.

삐친 채 새벽에 작업실 누우면 나는 자기 성찰을 한다 ‘그래도 선생님이 권위적이지 않아 나랑 논쟁을 하고, 열린 시야로 봐주시는 구나’ 싶다. 선생님의 ‘집착’을 받고 싶다. 선생님께 ‘예쁜 말로 혼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예쁜 말을 들으면 행복한데 소중한 사람이 행복해 하면 선생님도 기쁠테니. 내가 그렇게 요청한 뒤 뭔가 달라지긴 한 것 같다. 문자로 최근 굉장히 예쁘게 말씀해주셨다.

요즘 내가 인터뷰 등에서 선생님 칭찬을 하면 티를 안내려 해도 입꼬리가 씰룩씰룩거리신다. 내가 원래 얼마나 안그랬으면 그렇겠나.

-윤종신과 인연이 깊다. 2010년 슈퍼스타K2의 심사위원과 참가자로 만나, 2013년 윤종신의 미스틱 엔터에 합류했다. 함께 일하게 된 계기는,

내가 먼저 ‘같이 하실래요?’라고 말해 미스틱에 들어오게 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2012년, 여름 윤종신의 소극장 첫 공연 게스트로 내가 나갔을 때 선생님이 ‘재인아, 혼자 하다가 힘들면 나에게 와’라고 하셨다더라. 나는 기억도 안나는데 누가 SNS에 올린 걸 봤다. 생각해보니 그때 장기 콘서트의 첫 게스트도 장재인이었다. 나는 늘 윤종신의 첫단추다.

-지난해 윤종신의 ‘좋니’가 잘되는 걸 본 기분은.

‘좋니’가 잘돼 내 이번 신곡 ‘버튼’의 발매일이 지난해에서 올해초로 밀렸다. 괜찮다. 내가 황금 개띠해의 첫주자, 미스틱의 얼굴로 정해져있었던 거다.

사실 선생님께 ‘좋니’, ‘좋아’에 이은 3탄격인 ‘좋냐’를 내가 부르자고 제안했다. ‘선생님, 제가 이러 부르면 레전드 끝납니다. ’좋냐’를 록으로 갑시다. 제가 할게요. 미스틱 프로젝트의 3단계를 밟는 겁니다’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대답을 안하더라.

-2013년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와 6년째 윤종신과 함께 한다.

사회인으로서 성장이 이뤄졌다. 시스템에 들어와 사람 관계에 있어서 융통성, 윗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상사는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 배웠다. 어떨 때 자신을 표현해야 하고, 어떨 때 나를 낮추거나 높여야 하는지도 익혔다. 아주 중요한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조규찬, 조정치에게 많은 걸 배웠다. 그리고 그런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 준 게 바로 윤종신이다. 다른 프로듀서와 작업하고 배우며 미스틱이 내게 ‘음악 천국’, ‘배움의 천국’이 되게 만들어준 이가 윤종신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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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래 ‘버튼’의 음원차트 목표는.

크게 신경 안쓰는 편이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산다. 잘되면 선생님이 기뻐할 테니 잘 나오면 좋다. 차트는 상관 없는데 많은 분이 들었으면 좋겠다. 윤종신의 작품이니까.

-장재인에게 ‘윤종신’이란.

가족이라서 사실 애증의 관계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의 페르소나다. 그는 나의 삶의 원천이고, 생명의 은인이다. ‘생명의 은인’이란 표현은 박재정의 인터뷰를 보고 배웠다. 오늘 나는 ‘장재정’ 모드로 간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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