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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스쿼시는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코트에서 라켓을 이용해 벽에 볼을 튀기고 이를 받아 쳐내는 스포츠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고급스포츠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 스쿼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실내운동 중 하나다.

스쿼시는 테니스에서 파생됐지만 그 출발은 ‘감옥’이었다. 갇혀 지내는 답답한 수용생활을 하던 몇몇 귀족들이 야자열매로 벽을 치면서 시작돼 1800년대 초반 영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라켓을 고안해 내면서부터 지금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게 됐다. 본격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은 것은 제 1차세계대전 이후부터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 주한외국인들이 전용클럽과 특급호텔에서 즐기기 시작해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회원제 종합스포츠센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운동으로 손꼽히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실내운동이기 때문에 사계절 날씨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스쿼시 동호회 역사를 갖고 있는 한메일 스쿼시동호회 대전·충청지부 모임을 살짝 들여다봤다. 한메일 스쿼시 동호회는 1999년에 만들어졌다. 가장 빨리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던 포털 가운데 하나였던 ‘다음’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동호회 이름에도 ‘한메일’이 붙었다. 출발은 서울·경기 지역이 중심이었지만 급속도로 회원 숫자가 늘기 시작했고 곧 전국 단위 동호회가 됐다. 총 가입인원만 1만5000여명이다. 서울·경기지부, 대전·충청지부, 광주·전라지부, 대구·경북지부, 부산지부 등 5개 지부에서 한 달에 한 번 지역별 모임을 갖고 1년에 두 차례 전체 모임도 개최한다.상반기 모임은 친목도모가 중심이고 하반기에는 지역별 토너먼트를 거쳐 올라온 선수들이 불꽃튀는 승부를 펼친다.

대전·충청 지역을 이끌고 있는 박문수 회장은 “처음 동호회가 생겼을 때만 해도 대중들에게 꽤 낯선 운동이었고 무엇보다 귀족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 회장은 “스쿼시는 같은 시간 운동을 했을 때 가장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 운동이다. 실제로 우리 동호회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찾아오는 여성 회원이 많은데 기록적인 체중 감량에 성공하신 분들도 꽤 된다”며 올해 예순인 남자 회원이 두 달 만에 13㎏을 줄인 사례를 들려줬다. 정은선 회원은 “처음엔 친구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런데 즐겁게 어울리며 운동하다보니 살을 빼는 것보다 운동 자체의 재미가 더 커졌다. 스쿼시를 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면서 활력과 에너지를 얻게 된다. 이제 스쿼시가 없는 일상은 상상도 할 수가 없게 됐다”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커플로 스쿼시를 치는 팀도 눈에 띄었다. 이대호 회원과 김은희 회원은 주변의 권유로 함께 스쿼시를 시작한 케이스다. 스쿼시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면서 들어왔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회원들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영화나 맛집 데이트가 아닌 취미생활을 함께 즐기다보니 둘 사이의 애정까지 더 돈독해졌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들에게 스쿼시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초석이자 근간이었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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