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23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정다워 기자]베트남은 지금 온통 ‘박항서 열풍’이다. 박항서(59)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국가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은 중국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선전하고 있다.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는 등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패하기는 했지만 아시아의 강자인 한국을 괴롭혔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2차전에서는 호주를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피지컬이 좋은 호주를 스피드와 팀플레이로 제압했다. 자연스럽게 사령탑인 박 감독이 베트남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베트남 축구는 박 감독 부임 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베트남 U-23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M150컵 3-4위전에서 태국을 이겼다. 무려 10년 만의 승리였다. 태국은 베트남의 오랜 라이벌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기고 싶지만 좀처럼 이길 수 없었던 ‘난적’이었다. 한국이 일본을 만나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것처럼 베트남도 태국에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다. 오랜 숙원이 박 감독을 만난 후 풀린 것이다. 여기에 이번 챔피언십에서 선전하면서 박 감독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했다. 베트남 언론은 연이어 그의 지도력을 대서특필 하고 있다.

박 감독의 베트남행을 도운 에이전트 이동준 DJH 대표는 중국에서 호주전을 관전했다. 옆에서 분위기를 목격한 이 대표는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베트남축구협회에서는 결과보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한국, 호주, 시리아가 모두 베트남보다 한 수 위라 1승만 해도 성공이라고 평가했는데 한국전을 잘 치렀고 호주까지 이겼다. 태국을 잡은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선전하다 보니 박 감독을 향한 여론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한국 코칭스태프들의 호흡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박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 배명호 피지컬 코치의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0대 베테랑 세 명이 만드는 시너지 효과다 .이 대표는 “몇 달 되지 않았는데도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 그런지 몇 년을 함께 한 것처럼 돌아간다. 박 감독이 아버지라면 이 코치는 어머니다. 선수들이 믿고 따르는 이유가 있다. 베트남축구협회에서도 코치들의 지도력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의 뜨거운 관심에도 박 감독은 여론을 신경쓰기보다는 대회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호주전이 끝난 뒤 박 감독이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오늘까지만 좋아하자. 절대 취하지 말자’라고 말했다. 대회가 아직 남아 있고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마치 거스 히딩크 감독이 ‘나는 아직 배고프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베트남의 잠재력을 믿는다. 지난해 9월 사령탑에 오른 후 4개월 동안 함께 하며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대표는 “선수들이 이해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칭찬하신다. 어떤 부분에서는 한국 선수들보다 낫다고 평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당장의 성과에 취하지 않고 베트남 축구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지금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회는 오는 11월 열리는 동남아시아 스즈키컵이다. 베트남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10개국이 참가하는 큰 대회다. 베트남은 내심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챔피언에 오른 후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박 감독의 임기는 2020년 2월까지다. 향후 행보에 따라 올림픽까지 함께 갈 수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박 감독이 일희일비 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가는 이유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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