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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로하스, 초이스, 브리검, 로맥.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야구계에 ‘외국인 선수의 성공 여부는 직접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는 선수라도 문화와 환경이 전혀 다른 무대에서 성공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화려한 경력으로 화제를 모으며 KBO리그의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한 채 쓸쓸히 돌아간 외국인 선수 사례는 부지기수다.

일찌감치 입단한 외국인 선수도 성공 여부를 쉽게 장담할 수 없는데 시즌 중 교체돼 한국 땅을 밟은 대체 외국인 선수들의 성공 확률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구단 입장에서 시즌 도중 뛰어난 선수를 데려오기에는 시간과 정보가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체 선수들도 갑작스럽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여러모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기엔 악조건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교체 카드로 들어와 성공 사례를 쓴 외국인 선수가 꽤 있었다. kt 멜 로하스 주니어, 넥센 마이클 초이스와 제이크 브리검, SK의 제이미 로맥이 그러하다. 물론 이적 초반 고비는 있었지만 빠른 시간 내에 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무대에 연착륙했고 모두 시즌 종료 후 원 소속팀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 조니 모넬의 대체 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한 로하스는 이적 초반 고전했지만 서서히 자신의 능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8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 18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11의 성적을 남겼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빠른 발과 판단 능력으로 공헌했다. 다이빙 캐치는 로하스의 전매특허가 됐다. 총액 4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한 로하스는 60만 달러가 인상된 총액 100만 달러에 재계약을 체결하며 2018시즌에도 kt의 중심 타선과 외야를 책임진다. 황재균과 보여줄 시너지 효과도 기대를 모은다.

넥센의 두 외국인 선수 초이스와 브리검도 위기에 빠진 넥센에 한 줄기 빛이 돼줬다. 부진한 대니 돈을 대신해 지난 7월 영입된 초이스는 약 2달 여간 활약하며 46경기에서 17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타율 0.307, 42타점, 37득점, OPS 1.041로 수준급 활약을 펼친 초이스와 넥센이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보다 비교적 저렴한 총액 60만 달러에 팀에 잔류한 초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박병호와 함께 중심 타선의 파워를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션 오설리반의 대체 선수로 총액 45만 달러에 들어온 브리검도 뛰어난 가성비를 보여줬다. 24경기에 등판해 10승 6패, 방어율 4.38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등판 경기 수의 절반이 넘는 14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감을 자랑한 브리검은 총액 65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로맥은 올해 홈런 군단으로 거듭난 SK 타선의 한 축을 맡아 공격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5월 방출된 대니 워스 대신 총액 45만 달러에 SK 일원이 된 로맥은 합류 직후 엄청난 괴력을 과시하며 21경기 만에 두 자릿 수 홈런을 달성했다. 여름 들어서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지며 2군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타격 자세를 바꾸는 등 부진 탈출을 위해 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 외적으로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시즌 성적은 102경기 타율 0.242, 31홈런, 64타점, OPS 0.898. 홈런을 제외하고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SK는 로맥에게 믿음을 보내며 총액 85만 달러에 재계약에 성공했다.

적응을 마친 만큼 대체 외인 선수들이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높다. 반대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올해 이들을 상대한 다른 구단들이 분석을 마치고 집요하게 약점을 공략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상대팀의 분석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도 선수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 한화에서 뛰었던 윌린 로사리오도 바깥쪽으로 빠지는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부단한 노력 끝에 이를 극복하고 더욱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체 외국인 선수들이 로사리오처럼 2년차 징크스를 피해 내년에도 성공 사례를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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