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와人드'는 되감는다는 영어 단어 '리와인드(rewind)'와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을 결합한 것으로서,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 한국 빙속사(史)는 수많은 선수의 피와 땀이 얼음을 적시는 양과 비례해 조용하지만 꾸준히 발전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쾌거로 나타났다.


그 '피와 땀'의 주인 중 한 명인 제갈성렬(47)을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났다. 그는 고향 팀인 의정부시청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며 여전히 얼음 위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지도자 제갈성렬 "선수 시절 시련, 지도자로서 좋은 자양분"


지난 2001년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제갈성렬은 춘천시청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수많은 선수를 육성했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의 설움에 고통도 겪어야 했다. 2010년 벤쿠버에서 쾌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11월 11월. 돌연 팀 해체 통보가 내려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해체됐다.


자신도 붕 뜬 신세가 됐던 제갈성렬 감독의 진짜 걱정은 선수들이었다. 그는 "일반 회사도 없어지면 미리 통보를 한다. 성적도 좋았는데 갑작스럽게 없어졌다. 미리 말해줬으면 다른 팀을 찾아보거나 할 수도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해체 후 선수 생활을 접은 선수도 있다. 나를 믿고 운동했던 선수들에게는 정말 미안할 뿐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의정부시청 선수단 (이강석 코치, 문현웅, 김성규, 고병욱, 장원훈, 서정수, 제갈성렬 감독)


지난해에는 고향 팀인 의정부시청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던 그의 지도 철학은 뭘까. 그는 "과거에는 지도자가 선수에게 강압적으로 주입하는 식이었다. 파란색도 지도자가 빨간색이라고 하면 빨간색이라고 해야 했다"면서 "지금은 다르다. 섬기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선수들에게 이유와 명분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를 보여주며 ‘왜’를 설명해야 하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모니터를 보면서 같이 이해해야 한다"며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수 시절 많은 좌절을 겪었던 것이 선수들의 선수의 심리를 파악하고 길잡이 역할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제갈성렬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국제 심판으로도 활동한 이색 경력이 있다. 선수들의 출발 타이밍을 결정하고, 부정 출발 등을 잡아내는 스타터였다. 특히 스타터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스타터가 됐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결심했다. 약소국이라 그랬는지 레이스 중, 혹은 스타트 라인에서 영문도 모르고 실격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부터 심판이 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해설위원 제갈성렬 "'입을 막아야 하나'까지 생각했다"


제갈성렬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해설자로 나선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스피드 스케이팅 해설자로 나섰다가 적절치 않은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어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잡는 것은 분명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역시 "'메달을 따면 입을 막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라고 웃으며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가신 아버지가 밴쿠버에서 해설하는 내 모습을 좋아하셨다. 이번에도 해설을 하면 하늘나라에서 좋아하실 것 같아 수락했다. 아버지에게, 국민들에게 꼭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갈성렬은 "제정신일 수가 없었다"라며 8년 전을 회상했다. "종교 관련 발언은 그런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나왔다. 팬들에게 많이 혼났다"면서 "분명히 잘못한 부분이고, 반성을 많이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다만 스벤 크라머가 인코스를 두 번 탄 것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사실 알고 있었다. 마이크를 위로 올리고 대표팀 코치에게 전화해 확답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해설위원으로서 심판 판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이승훈의 금메달이 확정됐고, 경황 없이 방송이 종료됐다"라고 해명했다. 이를 교훈 삼아 "평창에서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해설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 그는 "‘하나 둘 하나 둘’ 구호를 하나의 캠페인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공개하며 "힘든 상황에서도 이 구호를 외치면 힘이 난다. 응원할 때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것도 좋지만 곡선 주로를 돌아나갈 때 ‘하나 둘 하나 둘’을 외쳐주시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저도 해설위원석에서 외칠테니 평창 경기장을 찾는 관중분들, TV로 지켜보는 시청자분들 모두 이 구호를 외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