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
더스틴 니퍼트가 kt와 계약을 체결하고 kt 임종택 단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 kt위즈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더스틴 니퍼트가 두산이 아닌 kt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7년 동안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한 니퍼트는 이제 kt 소속이다. 만약 니퍼트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뛰었다면 그의 상황이 180도 바뀌었을 것이다. 1시즌 더 뛰어 8년을 채우면 자국리그 선수로 인정받아 외국 선수이면서도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제대로된 대접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두산 역시 일본과 같은 규정이라면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적극 검토했을 것이다. 니퍼트는 KBO의 외국 선수 규정이 야속할 법 하다.

니퍼트는 2011년 두산에 입단해 지난 시즌까지 두산 마운드를 지켰다. 한국 무대 데뷔 첫 해였던 2011년 15승6패, 방어율 2.55를 기록한 니퍼트는 2016년 무려 22승(3패, 방어율 2.95)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부상으로 주춤한 2015년(6승5패)을 제외하면 매 시즌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는 등 꾸준함을 과시했다. 니퍼트는 KBO리그 7년 통산 185경기에 등판해 1115.2이닝을 던지며 94승(43패)을 기록했다. 통산 방어율이 3.48로 좋고 탈삼진도 917개 잡았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두산은 니퍼트가 올시즌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서 주춤하며 노쇠화 조짐을 보이자 재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도태되는 프로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볼 수 있지만 팬들은 ‘외국인 선수라고 해도 수년간 뛴 팀의 상징적인 선수에게 등을 돌렸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라면 니퍼트와 두산의 눈물겨운 이별이 있었을까.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외국 선수라도 8년을 뛰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으면 자국선수와 같은 자격을 부여받는다. 9년째 되는 시즌부터 외국 선수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팀별 외국 선수 보유한도와 경기 출전 제한의 굴레에서 자유롭다. 기량이 이전만 못할지라도 외국 선수가 아닌 자국 선수로 분류되는 게 충분한 장점이 될 수 있다. FA 자격을 얻은 이후에도 팀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계속 뛸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요코하마의 알렉스 라미레스 감독이다. 2000년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고 일본 무대에 데뷔한 라미레스는 2008년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던 요미우리 시절 FA 자격을 얻었고 2011년까지 요미우리에서 계속 뛰다 2012년 요코하마로 이적해 2013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라미레스는 2015년 10월 요코하마의 최초 외국인 사령탑으로도 선임됐다. 알렉스 카브레라도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세이부에서 뛴 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오릭스를 거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소프트뱅트에서 활약했다. 2008년 이후 4년을 더 뛰며 40대 초반까지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팀에 로열티(Royalty)를 가진 선수에 대한 예우도 확실하다. 오릭스의 부머 웰스와 터피 로즈는 팀을 대표했던 외국 선수로 인정받고 있고 오릭스 홈구장인 교세라돔에도 이들의 사진으로 만든 입간판을 세워놓았다. 웰스는 오릭스의 전신인 한큐 브레이브스에서 뛰며 1984년 타율 0.355, 37홈런, 130타점을 기록하며 외국인 최초로 타격 3관왕을 차지하는 등 10년 동안 통산 타율 0.317, 277홈런을 기록했다. 로즈는 일본 무대에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뛰며 13시즌 통산 464홈런을 기록했다. 2004~2005년까지 요미우리에서 뛴 것을 제외하면 긴데스와 오릭스에서만 뛴 로즈는 2008년 일본프로야구에서 20년 만에 40세 40홈런을 기록했다. 니퍼트 역시 두산에서 계속 뛰었다면 충분히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니퍼트는 KBO리그에서 두산 유니폼만 입고 7년 동안 94승을 거뒀다. 한국 무대를 떠나 은퇴까지도 고려할뻔한 니퍼트는 어렵게 다시 기회를 잡았다. 올시즌 6승만 더하면 외국인 투수 최초로 100승 고지를 밟는다. 1000탈삼진 돌파도 노려볼만 하다. 하지만 두산이 아닌 kt 유니폼을 입고 대기록을 달성했을 때 니퍼트의 기분은 어떨까.

야구팀장

YD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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