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정운찬 신임총재가 차기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장고에 돌입해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가 공석인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외부 영입과 내부 승격을 두고 심사숙고 중이라는 얘기가 알려지자 복마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는 중계권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어 진위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KBO 사무총장은 총재가 제청하면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선출한다. 이 때문에 SK 류준열 대표이사가 NC 이태일 전 사장을 차기 사무총장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류 대표이사는 “지난해 이 대표에게 사무총장 의향을 물은 적은 있다. 본인이 관심없다고 말해 그 이후로는 관련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최근에 내가 이 대표를 추천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이사는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하마평에 계속 이름이 오르내리다보니 본인도 스트레스가 심했던 모양이다. 지인들에게 ‘사무총장직에 관심없다’는 뜻을 피력하고 출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표면상으로는 류 대표가 이 전 대표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천거했다는 것은 루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얘기들이 꼬리를 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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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사무총장은 마케팅 자회사인 KBOP 대표이사를 겸직한다. 모바일과 IPTV 등 뉴미디어가 KBO리그 중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자 중계권 협상 대행권을 둘러싼 첨예한 이권다툼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뉴미디어와 IPTV 중계 대행사인 에이클라는 자체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중계사로 발전했다. (스포츠서울DB)

A구단 고위 관계자는 “중계권 협상의 주도권 확보가 쟁점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정 총재가 취임일성으로 “중계권 재평가와 계약과정 투명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KBO는 마케팅 자회사인 KBOP를 통해 포털사이트와 지상파 중계권 계약을 직접 체결한다. 나머지 모바일, 케이블TV, IPTV 등은 중계권 협상 대행사인 에이클라가 맡아서 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중계는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고 지상파 케이블TV는 2019년, IPTV는 2020년 각각 계약이 끝난다. 이 중 모바일과 IPTV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데 이 플랫폼 중계권 협상을 에이클라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 쟁점이다. 일각에서 “KBO와 에이클라의 유착관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핏대를 높이는 이유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프로야구 중계권 쟁탈전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IPTV가 출범했을 때나 DMB를 시작으로 모바일 시장이 열렸을 때 각 방송사는 냉담한 입장을 보였다. 에이클라가 적자를 감수하면서 중계권을 가져갔고 불과 6~7년 만에 IPTV와 모바일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이제와서 돈이 되니 권리를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방송사들의 생떼”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뉴미디어 시장’의 미래가치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이 관점에서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을 모기업으로 둔 류 대표가 대형 포털사이트 출신인 이 대표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천거했다는 루머를 접하면 ‘중계권 주도권 확보’가 왜 쟁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KBO 사무총장은 KBOP 대표이사를 겸직한다. 사무총장의 의중에 따라 중계권 협상 대행사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SK와 LG, kt 등 통산 3사가 모바일과 IPTV 중계권을 보유한다면 지상파와 케이블TV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이 전대표는 대형포털 사이트의 스포츠섹션을 획기적으로 바꿔 ‘공룡’으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통신 3사를 뒤에 업은 특정구단이 포털사이트와 관계가 좋은 사무총장과 손을 잡으면 중계권 수익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부대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자체 제작한 중계화면이 다른 플랫폼으로 유통될 경우 이른바 유통마진을 얻을 수 있어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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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간 KBO리그를 중계하던 스포츠케이블 채널은 뉴미디어 시장 확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헐값에 중계권을 에이클라에 내준 ‘원죄’로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는게 현실이다. (스포츠서울DB)

KBO가 계획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구단 수익을 늘려주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하면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걸려있는 이권이 큰 만큼 중계권 계약 과정의 투명성이 필요하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중립적인 인물이 사무총장을 맡아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이미 야구계는 지난 2009년 중계 거부 사태 때 굳이 스포츠케이블채널이 아니어도 시청자를 흡수할 수 유통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프로야구 전경기 중계 시대를 개척하며 연평균 60억원 규모의 분배금을 지급하는 KBO 입장에서는 그 주도권을 외부세력에 내줄 마음이 없다. 구단이 납부하던 회비로 운영하던 KBO가 전세역전에 성공한 열쇠가 중계권 차등 계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 총재가 장고를 거듭하는 것도 첨예하게 대립된 이권다툼 탓이다. 전공분야인 ‘동반성장’을 위해 정 총재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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