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
김현섭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

[스포츠서울] ‘마당쇠’하면 어떤 이미지가 생각날까? 혹자는 ‘마님은 왜 마당쇠에게 쌀밥을…’ 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재테크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양반집에서 머슴으로 일하던 마당쇠는 주인이 일만 시켜먹고 새경(월급)을 주지 않자 꾀를 내어 한가지 제안을 한다. “주인님, 지금까지 주시지 않은 새경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새경은 오늘 쌀 한 톨, 내일은 두 톨, 그 다음날은 네 톨, 이렇게 매일 두 배로 늘려 그만큼만 받겠습니다. 대신 제 마음이 바뀌어 더 달라고 하면 안 되니 계약서도 쓰겠습니다.”

‘멍청한 녀석! 쌀 한 톨을 늘려봐야 얼마나 된다고…’라고 생각한 양반은 흔쾌히 마당쇠의 제안을 승낙했다. 그러나 두 달도 안 돼 그 양반은 전 재산을 날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첫날의 한 톨은 29일 차에는 2억6843만5456톨이 된다. 쌀한톨 0.03g 기준으로 1가마(80㎏) 분량인데, 이때부터 마당쇠의 일당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한 가마를 20만원으로 환산해보면 40일 차 일당은 약 4억원이고, 60일 차 일당은 429조4967억원이 된다.

이 사례는 ‘복리의 마법’을 설명하는 사례로 가끔 회자되고 있는데, 마당쇠의 아이디어를 은퇴·노후를 대비한 연금상품에 응용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연 복리 6%를 가정하고 연금저축 펀드에 매월 10만원씩 30년간 적립을 한다면 투자원금 3600만원이 30년후에는 약 1억원이 된다.

납입기간은 30년으로 유지하되 매월 납입액을 두 배로 늘린다면 투자원금 7200만원이 30년후에는 약 2억원이 된다. 한편 매월 납입액을 10만원으로 하고 납입기간을 두배인 60년으로 하면 투자원금 7200만원은 약 7억원이 될 수 있다.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투자기간이 긴 방식이 복리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평균적인 취업연령과 은퇴연령을 생각해보면 일반 직장인의 재직기간이 30년을 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면 복리의 마법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부모가 자녀의 연금저축펀드를 조기에 가입하고 자녀 취업전까지 대신 납부하는 방법이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장기간 연금펀드에 투자하게 되더라도 좋은 성과를 얻으려면 투자자가 어떤 펀드로 운용할 것인지, 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운용할 자신이 없다면 타깃 데이트 펀드(TDF)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유 드린다. TDF란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타깃 시기로 하여 생애 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 주는 자산배분 펀드이다.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상품이 같은 TDF라 하더라도 운용방식이나 투자비중, 수익률 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산의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TDF상품은 장기간 투자되는 연금상품이므로 투자자가 부담하는 펀드의 수수료와 보수도 더욱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줄어든 비용에 장기 복리효과가 적용된다면 그 차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국경제TV가 주요 운용사들의 TDF상품에 2045년까지 27년간 매달 30만원씩을 투자해 연 4% 수익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펀드에 들어간 비용이 운용사별로 많게는 1000만원 가량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낮은 투자비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김현섭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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