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김기태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오른쪽) “우승할줄 알았다”며 덕담을 건네자 KIA 김기태 감독은 형님에게 인사하는 포즈로 재치있게 응수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 김용일 기자] “모든 분야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정유년(丁酉年)을 최고의 한 해로 보낸 프로축구 전북 현대 최강희(59) 감독과 프로야구 KIA 김기태(49) 감독이 강팀을 만드는 첫 번째 키워드로 ‘신뢰’를 꼽았다. 지난 2009년 이후 8년 만에 현대기아자동차의 타이틀을 단 전북 현대와 KIA를 양대 프로스포츠 동반 우승으로 이끈 두 사령탑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두 감독 모두 믿음을 기반으로 한 ‘신뢰와 포용의 리더십’으로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명장으로 우뚝 섰다. 지난 2005년 전북 현대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2009년 첫 우승을 이끈 뒤 2011년과 2014, 2015년에 이어 지난해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12년 LG 감독으로 출발한 김 감독은 2015년 KIA로 자리를 옮긴지 3년 만에 팀에 통산 11번째 정상 등극을 견인했다. 축구 불모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던 전북을 축구도시로 만든 최 감독이나 LG에 11년 만의 포스프시즌 진출, KIA에 8년 만의 통합우승(정규시즌, 한국시리즈 동반 우승)을 선물한 김 감독 모두 ‘암흑기 청산 스페셜리스트’로 각광받고 있다. 최 감독은 “감독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이제는 축구로 따지면 연장전을 치른다는 생각이다. 승부에 초연할 수는 없지만 승부에 집착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전북과 현대, 우리 팬을 보며 여유롭게 순간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말로 우승 소감을 대신했다. 반면 김 감독은 “이제 첫 우승인데다 감독 경력도 일천해 명장이라는 호칭을 받을 위치는 아니다. 최 감독님 같은 훌륭한 분을 가까이에서 뵙고 고견을 청할 수 있어 그저 영광”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김기태 감독
KIA 김기태 감독이 ‘프로의식’을 아마추어 때부터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프로스포츠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다른 듯 보이지만 두 사령탑의 팀 운영 철학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최 감독이 “김 감독도 선수시절 때 싫어했던 것들을 시키지 않으시죠?”라고 묻자 김 감독은 “물론입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구태를 답습하지 않고 선수들의 눈높이로 팀을 이끌어가려는 노력이 우승의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처음 전북에 부임했을 때에는 그야말로 황무지였다. 팀에 녹아있던 패배의식을 지워야 했고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전통으로 발전시켜야 했다.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면서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한 게 이 자리에 오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동국이라는 베테랑을 영입해 팀에 좋은 문화를 정착시킨 것도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 역시 “KIA만의 문화, 특히 해태시절부터 형성돼 있던 타이거즈의 전통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범호를 비롯해 김주찬 등 베테랑들이 참 잘해줬다”고 평가했다. 동심협력(同心協力)을 위해 베테랑을 중용하고 이들에게 일정 이상의 권한을 부여해 선수단 내 질서를 잡은 점도 공통점이다.

그라운드에서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들의 마음을 얻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두 감독은 “믿음이 쌓이면 신뢰가 형성된다”고 입을 모았다. 두 수장이 ‘분위기’와 ‘팀 문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많은 감독님들을 모셨는데 감독이 된 이후에는 선수입장에서 싫었던 것부터 정리했다. 금주, 금연 같은 얘기도 하지 않는다. 대신 상벌은 확실하게 한다. 아마 우리팀 벌금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쌀 것이다. 프로는 일단 출근할 때 재미있어야 한다. 그 속에서 책임감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그러자 최 감독도 “선수는 경기에 못나가거나 엔트리에서 빠지면 유니폼이나 물병을 던지기 마련이다. 이런 문화가 없어야 강팀이 될 수 있다. 선수 스스로 팀을 위한 희생과 헌신이 몸에 배야 한다. 선수를 내가 먼저 믿고 긍정적인 얘기만 하다보면 어느 순간 선수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최강희 감독
전북 최강희 감독이 지도자부터 구태를 답습하지 않는 열린 마인드를 가져야 선수들을 바르게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감독이 선수들을 믿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선수들의 ‘프로의식’ 함양이다. 두 감독은 “선수 스스로 프로의식을 가져야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다.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면 행동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된다. 주변 사람에 피해가 없을지, 행동 하나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등을 먼저 생각한다. 누가 가르쳐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보듬어야 한다. 아마추어 때부터,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이런 의식이 몸에 밸 수 있도록 지도자들이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천재형 선수’ 몇몇에 의존하는 엘리트 스포츠의 폐단을 없애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이다.

두 수장은 존중은 신뢰로부터 나오고 신뢰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는, 어찌보면 평범한 진리이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조직관리의 ‘기본’을 묵묵히 지켜나가고 있다. 이들은 “강팀의 시작은 기본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마음을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무술년(戊戌年)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이 새겨야 할 말이다.

zzang@sportsseoul.com·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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