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
농구 국가대표팀 허재 감독이 본지 신년특집 인터뷰를 앞두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17. 12. 26.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새해를 맞는 허재(52) 남자농구국가대표팀 감독에게 2018년은 ‘감독’과 ‘아빠’, 2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허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오는 2월 국내에서 열리는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을 치르게 된다. 오는 2월 23일 홍콩전, 2월 26일 뉴질랜드와의 3, 4차전 결과는 예선리그 전적 1승1패를 기록 중인 한국에 상당히 중요하다.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2경기를 어떻게 치러야할지 구상하느라 허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더 나아가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까지 바라보고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한국 남자농구의 2연패를 이끌어야 한다. 더불어 아버지로서 자신의 뒤를 이어 선수로 뛰고 있는 두 아들에 대한 애정도 감추지 않았다. 허 감독의 장남 허웅은 DB에서 활약하다 상무에 입대했고, 차남 허훈은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케이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코트를 누비고 있다. 허 감독의 새해 소망 중 하나는 허훈의 신인왕 수상이다.

◇ 세계 무대? 해볼만 하다!

허 감독은 대표팀을 맡으며 리빌딩을 공언하고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했다. 대표팀 체질 개선에 나선 허 감독은 걱정에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에도 “아시아에서도 한국은 이제 강팀이라 자부하기 힘들다. 높이의 열세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뒤진다”면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허 감독의 바람대로 한국은 지난해 11월 23일(한국시간) 뉴질랜드에서 열린 A조 1차전에서 난적 뉴질랜드를 꺾었다. 지난해 11월 26일 안방에선 중국에 패하긴 했어도 김종규의 부상아웃 이전인 전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뉴질랜드와 중국전에서 젊은 대표팀은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고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팀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허 감독은 “이번 중국전에서도 (김)종규가 다치고 (오)세근이가 파울트러블에 걸리지 않았으면 계속 접전으로 흘러갔을텐데 버텨줄 빅맨이 없었다. 그러자 어린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정상 전력이라면 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과도 부딪혀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표팀 소집 해제 후에도 허 감독은 선수들을 꼼꼼하게 챙기느라 바쁘다. 경기장에 몰래 찾아가거나 TV 중계를 빼놓지 않고 본다. 대표팀 주축 선수들을 위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허 감독은 “좋은 용병들과 같은 팀에서 뛰는 선수들은 받아먹는 농구에 익숙하다. 그런 농구만 하면 기술적으로 발전이 없다.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대표팀에 오면 국내 선수 5명이 만들어서 해야 한다. 대표팀에 와서 뛰어본 선수들은 느꼈을 것”이라면서 “이종현(현대모비스)이 요즘 다시 좋아지고 있더라. 종현이는 나처럼 대학시절부터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스페인 농구월드컵에도 나갔고 어려서부터 모든 대회를 다 나가보고 있는 것 아닌가. 큰 무대에서 부딪혀본 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열심히 해야한다. 팀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농구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감독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199㎝)의 귀화문제도 잘 해결되길 기다리고 있다. 라틀리프는 치골염 진단을 받고 재활 중이지만 지역예선 재개 이전까지 코트로 돌아올 전망이다. 허 감독은 “알아보니 라틀리프가 좋아지고 있다더라. (지역예선에)뛸 수 있을 것 같다. 청원서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고 말했다. 라틀리프가 가세하면 허 감독이 기대하는 농구를 할 수 있다. 허 감독은 “오세근은 농구에 완전 눈을 떴다. 이전 예선전에서 오세근이 다 풀어줬다. 타이밍을 너무 잘 안다. 하지만 혼자로는 힘들다. 중국전에서 오세근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해 어려운 경기를 했다”면서 “라틀리프와 오세근이 함께 뛰면 유럽선수들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걱정없다. 라틀리프와 오세근 모두 기술과 힘이 있다. 둘 다 달릴 수 있는 빅맨이라 빠른 농구를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라틀리프가 오면 대표팀 구성도 바뀔 수 있다. 허 감독은 “라틀리프가 있으면 외곽슛이 좋은 선수를 더 뽑을 수 있다. 이전과 선수를 다르게 뽑을 수도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재 감독
농구 국가대표팀 허재 감독이 본지 신년특집 인터뷰 중 환하게 웃고 있다. 2017. 12. 26.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천하의 허재도 어쩔수 없는 아빠

허 감독은 허웅의 신인 드래프트 참가 당시 KCC의 사령탑이었다. 4순위 지명권을 잡은 허 감독은 아들 대신 김지후를 택했다. 허웅은 5순위로 동부(현 DB)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허 감독은 “팀 사정상 슈팅가드가 필요했는데 김지후가 더 낫다고 봤다. (허)웅이를 뽑았으면 팀 분위기가 애매해졌을 수 있다”고 웃었다. 2014~2015시즌 신인 허웅은 2015~2016시즌부터 팀의 주전 가드로 활약하며 2연속시즌 두 자릿수 평균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입대했고, 그와 바통터치해 이번 시즌엔 둘째 허훈이 KBL에서 뛰고 있다. 허 감독은 “(허)웅이와 (허)훈이의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웅이는 2번(슈팅가드), 훈이는 1번(포인트가드)이다. 웅이는 상무에서 자신감을 더 가지면 좋겠다. 슈팅가드로 뛰려면 좀 더 배짱있게 던져야 한다. 훈이는 1순위로 프로팀에 지명받았는데 신인왕을 받았으면 좋겠다. MVP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언제든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신인상 기회는 한번 뿐이지 않는가”라며 남다른 부성애를 과시했다. 자존심 강한 천하의 허 감독도 어쩔 수 없는 ‘아빠’였다. 허 감독 본인도 1984년 농구대잔치 신인왕 출신이다.

허 감독은 허웅, 허훈 모두 대표팀에 발탁하기도 했다. 허 부자의 대표팀 동거를 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허 감독은 “대표팀 상황과 구성 상 필요해서 아들 2명을 다 뽑은 것이다. 나 혼자 뽑은 것도 아니고 기술위원회 회의를 거쳤다. 훈이는 리딩력을 갖췄고 웅이는 3점슛을 잘 던진다. 웅이 슛은 원래 좋다. 3점슛 성공률도 리그 톱클래스였다. 튀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허웅은 지난해 8월 레바논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3~4위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20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허훈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중국전에서 대표팀 내 최다인 16점(4어시스트)을 기록했다. 대표팀 승선의 이유를 실력으로 이미 보여줬고 허 감독도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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