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스포츠서울과 신년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무술년 새해에 가장 바쁜 축구 선수는 누구일까. 축구에 관심 있는 팬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꼽을 수 있다. 21살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전격 발탁되면서 K리그 ‘영플레이어’까지 거머쥔 전북의 ‘괴물 수비수’ 김민재가 아마도 그 주인공이 될 것이다.

지난해 국내 최고 구단 전북에 입단, 데뷔 첫 경기부터 주전을 꿰찬 김민재는 8월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에도 승선, 데뷔전부터 선발로 활약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플레이어’ 수상에 이어 지난해 말 일본 도쿄 동아시안컵에선 재활 중임에도 불구하고 훈련 멤버로 국가대표팀 훈련 멤버로 발탁, 러시아 월드컵 엔트리 합류는 물론 주전까지 발돋움할 가능성을 남겼다. 게다가 새해엔 23세 이하(U-23) 선수들이 주축이 되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나서 한국 축구의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에도 도전한다. 전북 소속으로 뛰는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A컵까지 합칠 경우, 그는 60경기 가량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어린 수비수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하지만 그는 스포츠서울과의 신년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질문에 “(대표팀에)뽑힌다면…”이라는 가정을 내세워 자세를 낮췄다. 다만 “아직 배고프다,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며 도전자의 강렬한 의지도 불태웠다. “예정보다 1년 빨리 부모님께 집을 사드렸다”며 행복해하는 그는 “내년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몸 관리부터 잘 하는 게 우선이다”며 인터뷰를 풀어나갔다.

-새해 ‘신태용호’ 해외 전지훈련엔 출전할 수 있나.

실내 재활과 근력 운동은 끝났다. 이제 필드 재활과 피지컬 운동을 하고 있다. 1월에 대표팀에 뽑힌다면 정상 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10월 무릎 부상을 당해 동아시안컵 기간 내내 대표팀에서 재활했는데 어땠나. 신태용호가 우승했는데.

K리그 시상식 때 신태용 감독님께서 (동아시안컵에)같이 가게 될 이라고 귀띔해주셔서 그냥 그렇게 알고 있었다. 감사했다. 수중 운동과 근력 재활을 했는데 많이 힘들었다. 오전엔 1시간, 오후 1시간 반~2시간을 운동했다. 형들은 “몸 어떠냐”면서도 “놀았네~”하며 농담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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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스포츠서울과 신년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해 이룬 것이 많았다.

이렇게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님, 신태용 감독님께 감사하다. 짧은 기간 내에 기회를 얻은 만큼 더 잘하고 싶다.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국가대표 발탁 뒤 부모님이 하시는 통영의 음식점에 큰 현수막이 내걸렸다.

‘효도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내가 김태균(부친)과 이유선(모친)의 둘째 아들로 불렸는데, 이젠 우리 부모님이 ‘민재 아빠’, ‘민재 엄마’가 되셨다. 프로에 온 뒤 부모님 집을 사드리고 싶었는데 (지난해)시즌 끝나고 생각보다 일찍 해드렸다. 내년에 사려고 했는데 ‘후딱’ 드리게 됐다. 부모님 가게가 2층인데 2층에 있는 좁은 방에 두 분이 계셨다. 그 만큼 고생을 많이 하셨다. 다행히 통영 집값이 싸더라(웃음). 집을 해드리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새해 가장 바쁜 축구 선수가 될 것 같은데 각오는.

소속팀에서 잘해야 대표팀에도 갈 수 있다. 일단 ACL과 K리그 클래식, FA컵에서 잘 할 거다. 그러면 월드컵에도 가고, 아시안게임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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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가 지난해 8월31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과의 홈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2016년 3월 올림픽대표팀 알제리와 평가전 때 발탁되는 등 신태용 감독과 인연이 깊다.

알제리전 때도 발탁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보다 3살 위 형들이 뛰는 대표팀이어서 생각하지 않았는데 경기가 잘 풀렸다. 이후 대학에서 나오고, 실전을 못 뛰면서 올림픽에는 못 갔다. 대표팀을 해도 끝까지(본선) 간 적이 없다. 이번엔 꼭 가고 싶다.

-대표팀 수비가 나아졌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동아시안컵을 보니 어떤가.

관중석에선 수비수들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경기를 전체적으로 지켜봤다. 수비수 형들 장점이 다 있다. 그런 것을 보면서 머리 속에 그려 넣고 있다. 내 장점은 커버플레이라고 본다. 누가 나와 중앙수비수 콤비를 해도 내가 맞춰주는 것은 괜찮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필요할 때 나가지 않는 스타일은 아니다.

-월드컵에서 스웨덴과 멕시코, 독일과 붙는다. 가장 기대되는 경기와 만나고 싶은 공격수는.

붙고 싶은 팀은 없다(웃음). (독일 공격수)토마스 뮐러와 붙어서, 그 벽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 뮐러의 기술과 스피드가 좋으니까 함께 뛰면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최종예선 9~10차전할 때는 관중이 많아서 더 재미있게 했던 것 같다. 꽉 찬 관중 아래서 경기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원정 땐 그쪽 관중의 응원이 내 것으로 느껴졌다. 월드컵 전에 그런 경험한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월드컵에서)기만 죽지 않으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대회에 나가면 힘들지 않을까.

사실 이번에 무릎을 다친 것이 축구하면서 겪은 첫 부상이었다. 내가 어딜 다친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치러야할 경기 수가 늘어나니까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운동장에 못 나가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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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가 지난해 9월17일 전북-포항전 승리 뒤 환호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지금까지 순탄하게 걸어온 원동력을 꼽는다면. 보완점도 설명해달라.

운동장 들어갔을 때 항상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훈련이나 경기나 재미있게 했다. 팀이 많이 이기니까 더 재미있었다. 지난해 파울이나 경고가 있었고, 페널티킥도 줬다. 퇴장도 한 번 당했다. 덤빌 땐 덤벼도 자제할 땐 자제하고 그래야 할 것 같다. 쉽게 플레이하면서 공격수를 잘 받쳐주는 수비수가 되고 싶다. 앞에 있는 선수들에게 안정감 있고 믿음직한 선수가 되고 싶다.

-아시안게임은 비슷한 또래들과 하는 대회다.

U-23이니까 나보다 한 살 위 형들이 많은 대표팀인데 이번엔 내 친구들도 많이 소집됐더라. 특히 황기욱(수비형 미드필더·서울 소속으로 벨기에 투비즈 임대)과 호흡이 기대된다. 대학 때부터 기욱이하고는 얘기도 많이 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면서 서로를 돕는 경기를 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해서 기욱이와 다시 축구할 수 있다면 다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SS포토] 이재성-김민재-최강희 감독, 전북 현대의 시상 싹쓸이~!
전북 이재성과 최강희 감독, 김민재(왼쪽부터)가 지난해 11월20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2017 대상’에서 각각 MVP와 감독상, 영플레이어를 수상한 뒤 함께 촬영에 응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seoul.com
-어린 나이에 너무 잘 나가는 것 아닌가란 얘기도 나온다.

형들이 “언제까지 그렇게 할 것 같냐”고 농담하실 때도 있다(웃음). 내 관리를 소홀히 하고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하면 안 된다. 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다. 아직 배가 고프다. 건방질 겨를도 없다. 완벽한 선수가 되고 싶은데 사실 선수가 완벽할 순 없다. 꾸준히 가려고 한다.

-새해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느 새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해는 전북이나 대표팀이나 힘든 한 해였습니다. 새해엔 팬들이 축구장에 많이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란이랑 경기했을 때처럼 많은 분들이 오시고, K리그도 응원해주시면 힘이 많이 날 것 같습니다. 저는 팬들이 오고, 함성이 들리면 더 재미있게 경기를 하게 됩니다. 새해 하시는 일 모두 잘 풀리길 바랍니다. 그리고 시간 나실 때 꼭 축구장으로 와주세요.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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