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수 볼경합
축구대표팀 수비수 장현수가 동아시안컵 1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상대와 몸싸움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사람들이 장현수만 질타하는 데 우리 수비는 지금 특정 선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아시안컵을 본 대다수 국내 지도자들이 하는 말이다.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한일전 4-1 역사적인 대승 등 골 폭풍을 몰아치며 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이처럼 상대를 몰아붙이면서 다득점하는 경기를 펼치기란 쉽지 않다. 독일과 멕시코, 스웨덴. 우리보다 한 수 위의 대륙별 강호와 겨루는 만큼 효과적인 수비와 카운터 어택을 노리는 게 현실적인 공략법이다.

다만 한국 축구의 수비는 적신호로 표현하는 게 맞다. 가장 큰 문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난 지난 월드컵 최종 예선 기간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같은 패턴으로 실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측면 크로스를 쉽게 허용하면서 문전에서 대인 방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과 세트피스 실점이다. 문제가 반복된다는 건 긴급 처방이 어려울 정도로 수비수 스타일이 고정화돼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동시에 그라운드에서 이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이끌어 줄 수비 리더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김태륭 KBS해설위원은 “최근 수비수들은 실점하지 않기 위해 정말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생각보다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등 호성적을 거뒀을 때 늘 수비엔 리더가 있었다. 2002년엔 홍명보, 2010년엔 이정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처럼 무게감 있고 후배들과 기량을 견줄만한 베테랑 수비수가 사라지면서 한국 축구 수비가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홍정호, 김영권처럼 젊은 수비 조합을 내세웠다가 알제리에 2-4 대패를 당하는 등 눈물을 흘려야 했다.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도 매번 수비진 구성이 바뀌면서 조직력 와해를 자초했다.

신 감독 체제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 감독은 동아시안컵 기간에 부상에서 회복 중인 ‘21세 수비수’ 김민재를 동행하게 했다. 지난 9월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최종 예선 2연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으로 무실점 방어를 이끈 김민재다. 당시 선배인 김영권 등과 짝을 이뤘는데 오히려 리더처럼 수비진을 이끌어 놀라게 했다. 뛰지 못하는 그를 굳이 동아시안컵에 데려간 것은 월드컵 센터백 조합에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인데 이 역시 그만큼 믿을맨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씁쓸한 현실이다. 김 위원은 “월드컵 본선까지 6개월이 남았는데 단기간에 수비 문제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 것 같다. 뜬금 없이 베테랑 한 명이 들어오는 것도 문제가 되고 들어올만한 적임자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크로스를 쉽게 허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우리가 (동아시안컵에선) 강팀이기에 풀백들이 올라선 영향이 없지 않다. 월드컵에서는 내려설 수밖에 없고 협력 수비가 더 이뤄질 것이기에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동아시안컵 주장으로 뛴 중앙 수비수 장현수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겨누는 것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장현수가 일본전에서 페널티킥을 내주는 등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친 건 사실이다. 그러나 팀 전체 수비 조직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김 위원은 “크로스를 내준 뒤, 또는 세트피스 때 중앙 수비 지역에서 순간적으로 상대 선수 체크가 안 되고 간격이 벌어진다. 이는 센터백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 등 앞에 있는 수비 자원과 호흡이 맞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정예 멤버가 됐을 때 기성용이 이 부분에서 역할을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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