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 박주호 영입 (1)
울산 호랑이 유니폼을 입은 박주호. 제공 | 울산 현대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시간을 끌지 않았고, 선수가 원하는 조건에 신속, 명쾌하게 대답했다.”

‘FA컵 챔피언’ 울산 현대가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출신 박주호(30)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에 이같이 말했다. 김현희 울산 사무국장은 18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비교적 (박주호와 협상한 건)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시간을 끌지 않았다. 선수 측과 우리가 서로 원하는 것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얘기하면서 (이적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도르트문트에서 설 자리를 잃은 박주호는 지난 5일 계약 해지, K리그 진출을 추진했다.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당장 실전 경기 감각을 쌓기 위해서는 국내 무대에서 도전하는 게 가장 수월했다. 또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을 넘긴 만큼 지도자 수업 등 미래를 위해서도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게 유익했다. 애초 이적에 가장 가까웠던 건 수원 삼성이다. 수원은 왼쪽 풀백으로 뛴 김민우가 입대하면서 전력 보강이 불가피했는데, 박주호만 한 적임자가 없었다. 가장 꾸준하게 박주호 측과 협상에 나섰는데 연봉보다 세부 조건에서 견해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원 감독이 내년 시즌 구상으로 유럽에 갔다가 귀국한 13일 이후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었는데 그 사이 울산이 박주호와 초고속 협상을 벌였다. 김 국장은 “솔직히 수원과 계약에 가까워졌다는 기사도 나온 만큼 우리 팀에 올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며 “다만 협상이 더뎌졌고 에이전트 등이 타 구단과 접촉을 하면서 우리도 관심을 뒀다”고 말했다.

울산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된 원동력은 지난 3일 사상 첫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면서다.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 재도전하게 된 울산은 김광국 단장을 비롯해 사무국 내부에서 내년 시즌을 위한 선수 영입 규모 등을 더욱 확장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과정에서 김도훈 감독이 박주호를 강력하게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팀에 무게감이 있고 묵직한 선수의 필요성을 늘 강조했는데 박주호만큼 적임자가 또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주호는 주포지션인 왼쪽 풀백 뿐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도 병행할 수 있다. 울산에서는 기본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 등 2선 자원에서 활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왼쪽 풀백엔 이명재, 이기제 등이 있으나 수비형 미드필더는 올 시즌까지 활약한 김성환이 태국 리그로 적을 옮겼다. 박용우, 정재용 등이 있으나 내년 리그와 ACL 도전에 있어 박주호의 경험을 입히겠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전술의 중심축이 중요한 데, (선수 이적으로) 공백이 많이 발생한 상황이다. 김 감독도 박주호가 대표팀에서 왼쪽 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잘 해줬으니 기대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이 박주호와 신속하게 견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연봉보다 세부 조건에서 합의를 이르게 끌어냈다. 김 국장은 “사실 연봉 수준은 수원 등 박주호에게 관심을 둔 타 팀과 비슷했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세부 조건을 두고 박주호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준 건 아니나,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확실하게 대답해줬다”고 강조했다.

박주호는 이날 오후 메디컬테스트를 통과, 입단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는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다”며 “울산 입단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많이했다. 결정적으로 구단에서 믿음을 주셔서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K리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압박이 심한 리그다. 내가 이전에 어떤 리그에서 뛰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리그 특성을 빨리 파악하고 적응해 팀에 녹아드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숭실대 출신인 박주호는 2008년 일본 J리그에서 프로로 데뷔, 미토 홀리호크(2008년)~가시마 앤틀러스(2009년)~주빌로 이와타(2010∼2011년)에서 뛰다가 2011년 스위스 명문 바젤에서 유럽 무대에 도전했다. 그 후 2013년 마인츠에 입단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그는 2015년 8월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었지만 팀 내 경쟁에서 밀리면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K리그에서 명예 회복을 꿈꾼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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