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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축구대표팀이 15일 일본 지바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부 시상식에서 4위를 차지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지바=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남자는 웃었지만 여자는 걱정된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끝난 동아시안컵 여자부를 3전 전패, 최하위로 마무리했다. 일본과 개막전에서 2-3으로 진 한국은 북한에 0-1, 중국에 1-2로 패하며 지난 2008년 대회 이후 처음으로 전패의 수모를 당했다. 결과는 모두 한 골 차 패배였으나 일본전 및 북한전은 2~3골 더 내줘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12년 만의 우승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달 29일 일찌감치 일본에 가서 훈련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지만 WK리그 시즌 직후에 몰려드는 피로감과 선수들의 기량 부족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특히 여자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노쇠화 경향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우승팀 북한이 평균 연령 21세 안팎의 젊고 쌩쌩한 팀으로 거듭났고, 일본과 중국도 어린 선수들 수혈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한국은 답보 상태다. 이번 대회에서 매 경기마다 평균 연령 27세를 기록할 만큼 베테랑들이 많았지만 패기로 밀고 올라오는 상대국의 기세에 번번히 당했다.

여자축구는 지난 2010년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U-20 여자월드컵 3위, 17세 이하(U-17) 대표팀이 U-17 여자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들을 중심으로 성장해 나가면 여자축구 강국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지소연, 임선주, 이민아, 강유미, 김혜리가 7년 전 U-20 여자월드컵 3위의 주역들로 현재까지 대표팀에서 주축 선수로 뛰고 있다. 장슬기, 신담영, 이금민, 이소담, 여민지 등이 2010년 U-17 여자월드컵 우승 멤버로 현재 성인 대표팀을 오가는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이후가 불안하다는 점이다. 북한과 일본, 호주, 중국 등이 연령별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여자축구 미래를 그리고,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반면 한국은 선수층이 얇고 여자축구 저변 확대에 실패해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한채린, 장창 등 대학생 선수들이 이번에 선전했으나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최근엔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여자축구에 관심을 높이고 있어 향후 이들과 경쟁하는 신세로 내려갈 수 있다. 윤 감독도 대회 기간 중 “WK리그에서 뛸 수 있는 200명 정도의 선수들이 있고 그중에서 23명을 추려서 대표팀을 꾸린다. 층이 두껍지 않다”며 “밑에 있는 어린 선수들이 더 성장해 줘야 한다”는 말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자축구는 남·북 스포츠 교류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국에 거의 유일하게 앞서는 구기 종목이 여자축구인데다 두 나라의 축구 인기가 모두 높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여자축구에 관한 각계의 관심도 적지 않다. 다만 여자축구의 경쟁력을 키워가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이뤄지지 않으면 몇 년 안에 아시아에서도 위상이 급추락할 수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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