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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이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남자부 시상식 때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도쿄=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동아시안컵은 ‘어제 내린 눈’이다. 월드컵엔 이런 수준의 팀이 안 나온다.

‘신태용호’의 동아시안컵 우승 및 한국 축구의 사상 첫 2연패는 마땅히 축하받을 일이다. 일본을 적지에서 4-1로 대파한 것은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성과다. 그러나 동아시안컵은 동아시안컵으로 끝이다. 이번 대회에 나선 팀들, 특히 일본 대표팀의 수준을 보면 마냥 웃을 수 없다.

사실 한·일전에서의 ‘신태용호’ 승리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일본 대표팀이 대회 직전까지 선수단 구성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 부임 뒤 국내파를 대거 충원한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해외파 10여명이 자국 대표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명문 우라와 레즈 선수 5명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 출전 관계로 제외됐고, 5~6명이 부상 등의 이유로 추가 결장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대표팀 감독은 지난 7일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결혼 준비하고 있는 선수를 일본 북쪽 어딘가에서 당장 불러야 한다(가시마의 도이 쇼마)”고 말해 취재진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이는 이번 동아시안컵 일본 대표팀이 원래 정예 멤버와 상당히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A매치를 10경기 이상 뛴 선수는 감바 오사카의 34세 미드필더 곤노 야쓰유키 한 명에 불과했고, A매치 경험이 없는 선수들도 수두룩했다.

반면 한국은 절반이 넘는 12명이 A매치 10회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다. 한·일전을 도쿄에서 직접 지켜 본 허정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선제골을 내주고도 곧바로 역전하는 등 훌륭히 잘해줬다. 다만 일본 선수들이 어리고 경험 없는 티가 난다. 상대가 약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일본 취재진도 “참패는 인정하지만 이번 대회 멤버 중 러시아 월드컵에 갈 만한 선수는 많아야 2~3명이다”고 했다.

‘신태용호’의 앞길에 동아시안컵에서 상대한 일본, 중국, 북한과 같은 팀은 나타나질 않는다. ‘신태용호’는 내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전지훈련에서 스웨덴 및 독일을 대비한 북유럽 혹은 동유럽 대표팀과 붙을 예정이다. 이후부턴 본격적인 러시아 월드컵 본선 준비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는데 3월 유럽 원정 2연전, 5월 국내 출정식 및 6월 최종 평가전 등의 상대팀으로 폴란드와 칠레, 이집트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모두 월드컵 본선에 오른 수준 높은 팀인 만큼 공격의 세밀함을 다듬고, 수비의 견고함을 쌓아야 한다.

신태용 감독도 이를 알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뒤 별도의 헹가래 없이 선수들 및 붉은 악마와 환호하는 선에서 자축했다. 헹가래는 아껴뒀다가 러시아에서 받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19일 유럽으로 떠나 해외파 점검을 통해 새해를 준비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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