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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4-1 대승을 거두고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도쿄=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신태용 감독은 스스로 위기를 이겨냈다.

‘신태용호’가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최대 수혜자는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됐다. 지난 8월 취임 뒤 숱한 거취 논란을 뒤로 하며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자신의 리더십을 확고하게 쥘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한·일전 대승은 지난 100여일간 그를 따라다닌 ‘히딩크 논란’과 ‘위기론’ 등 각종 자질 시비 및 험담을 정면 돌파한 시간이었다.

신 감독은 지난 9월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 최종예선 10차전 최종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0-0으로 비겨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으나 본선행 직후부터 ‘히딩크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반대 세력의 게릴라식 사임 압박에 시달렸다. 특히 10월 해외파로 구성된 대표팀이 유럽 원정에서 러시아에 2-4, 모로코에 1-3으로 참패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극에 달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프랑스 니스에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를 직접 만나 “한국 대표팀을 측면에서 돕겠다”고 했음에도 그를 원하는 일부 세력들은 끊임 없이 신 감독을 흔들었다. 이에 결국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이 사임하고, 협회 수뇌부가 대거 물갈이됐다.

그러나 이 때부터 ‘신태용의 대반전’이 시작됐다. 반쪽자리 대표팀에서 벗어나 11월 국내·외를 총망라한 대표팀으로 진용을 새롭게 꾸린 ‘신태용호’는 마침 스페인 출신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를 수혈하면서 코칭스태프도 보강했다. 태극전사들도 8~10월 계속되는 부진에서 벗어나자는 정신 무장을 해나갔다. 결국 11월10일 콜롬비아와 1차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폭발, 2-1로 이기면서 분위기를 바꿨고, 11월14일 세르비아와 2차 평가전에서 구자철이 페널티킥 동점포를 얻어 1-1로 비겼다. 국민들은 태극전사들이 이뤄낸 결과 이전에 헌신적으로 뛰는 모습과 파이팅에 박수를 보냈다.

동아시안컵 역시 신 감독의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끝났다. 대회 전부터 일부 축구인들이 “중국전 지면 위기”라며 무차별적 압박을 가했고, ‘신태용호’는 1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2-2 무승부, 2차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에 이은 힘겨운 1-0 승리를 거둬 신뢰를 잃는 듯 했으나 한·일전 대역전승으로 우승컵을 획득하고 국민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신 감독의 신뢰 역시 스스로 되찾았다.

2017년을 ‘해피 엔딩’으로 마감한 신 감독은 이제 러시아 월드컵 본선 하나만 보고 ‘직진’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축구가 그 동안 펼치지 못했던 4-4-2 포메이션을 대표팀의 메인 전술로 이식하는 등 11~12월에 이뤄낸 축구적 성과도 적지 않다. 신태용은 그렇게 위기를 스스로 헤쳐나갔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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