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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시절이던 지난해 1월3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U-23 아시아선수권 결승전 일본전에서 2-3으로 역전패한 뒤 선수들을 달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도쿄=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신태용 한국 감독에게 일본은 잊을 수 없는 악몽을 안겨준 나라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에게 한국은 환희와 아픔을 한 번씩 전달해준 애증의 대상이다.

한국과 일본은 16일 오후 7시15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예상대로 우승을 놓고 다툰다. 1승1무를 기록한 한국은 일본을 이겨야 우승은 물론, 지난 2010년 5월 친선 경기 이후 7년 5개월 만의 한·일전 승리를 거둔다. 신 감독의 국민적 신뢰도 올라갈 수 있다. 일본 역시 이 경기가 중요하다. 한국과 비기기만 해도 4년 만의 정상 탈환에 성공하지만 홈에서 승리해야 내년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신 감독과 할릴호지치 감독 모두 변화무쌍한 전술을 트레이드마크로 갖고 있어 둘의 지략 대결이 어떻게 펼쳐질 지 흥미롭게 됐다.

◇ 충격의 역전패…신태용에 잊을 수 없는 한·일전

신 감독은 지도자로서 일본전에 관한 아픈 추억이 있다. 그가 이끌던 올림픽 대표팀이 지난해 1월3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 겸 23세 이하(U-23)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일본에 2-0으로 앞서다가 후반 중반 이후 3골을 내줘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것이다. 신 감독은 한국을 세계 축구사 최초의 올림픽 8회 연속 본선행이란 위업으로 이끌었음에도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며 귀국길에 올랐다. 카타르와 준결승에서 스리백으로 3-1 승리를 거뒀던 신 감독은 일본전에서 다시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 후반 10분까지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일본을 짓밟겠다’는 욕심이 화근이 돼 오히려 뒤집기 우승을 허용했다. 신 감독은 인생의 쓴 맛을 본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적지에서 열리는 이번 동아시안컵이 설욕의 기회다.

◇ 완승+수모…할릴호지치도 한국전을 기다린다

어느 덧 3번째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최근 3년간 한국 축구에 가장 친숙한 외국인 감독이 됐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알제리 지휘봉을 잡고 한국전 4-2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러시아와 1차전에서 비긴 뒤 알제리를 ‘1승 제물’로 여겼으나 막상 그들의 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알제리는 한국전 승리를 발판으로 16강에 올랐다. 독일과 8강 티켓을 놓고 연장 승부까지 펼쳤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듬 해 3월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한국을 다시 만났다. 2015년 8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이 그 무대였다. 이 땐 쓴 맛을 봤다. 북한에 지고, 한국과 비기는 등 고전 끝에 1승도 챙기지 못하고 꼴찌로 떨어졌다. 부임 초기 일본 축구계가 그를 신뢰하지 못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2연승을 거둔 뒤 “2년 전 치욕을 되갚겠다”며 3전 전승을 예고했다.

◇ 이재성 vs 고바야시…양국 리그 MVP ‘충돌’

두 나라의 자존심 대결 중심에 양국 리그 MVP가 있다. 한국의 이재성, 일본의 고바야시 유가 주인공이다. 이재성은 올해 전북을 2년 만의 K리그 클래식 우승으로 이끌면서 최고의 별로 거듭났다. 8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손준호(포항·4골 14도움)를 제치고 미드필더 중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고바야시는 올해 3관왕에 빛나는 공격수다. 23골을 터트려 득점왕에 오른 그는 가와사키를 사상 첫 J리그 1부 우승으로 이끌었고 MVP까지 석권했다. 동아시안컵에서도 둘은 ‘닮은 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재성은 중국과의 1차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12분 김신욱의 동점포를 어시스트하더니 후반 19분엔 김신욱의 패스를 받아 역전골로 완성하는 등 펄펄 날았다. 고바야시 역시 2차전으로 열린 중국과 경기에서 후반 39분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을 깨트리는 선제골로 2-1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두 선수 모두 1~2차전을 연속으로 90분 풀타임 소화하며 한·일 양국 공격의 중심임을 알렸다. 이제 결승전 같은 3차전에서 진검 승부를 가리게 됐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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